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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창작자는 여전히 아날로그적 고통 필요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들이 유행했다.

자신을 알리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하는 플랫폼이 끊임없이 개발되었다. 블로그도 한때는 새로운 인터넷 창작 문화의 중심이 될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홈페이지의 변형에 불과했다.

사람들은 의욕에 차서 홈페이지를 만들곤 했지만 막상 그곳을 채울 자신만의 콘텐츠가 없었다.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 수 없었던 사람들은 결국 남의 것을 퍼 와서 블로그를 꾸밀 수밖에 없었다.

반짝이는 것이면 무엇이든 물어 와 둥지를 치장하는 조류와 같은 처지에 빠진 것이다. 퍼 온 글은 그저 쓸모없이 반짝이는 플라스틱 조각에 불과했다.

아무도 퍼 온 자료를 보고 좋아하지 않았고 다시 방문해 주지도 않았다. 블로그 홍보가 가능한 메타 블로그의 첫 페이지를 차지할 수 있었던 몇몇 인기 블로그를 제외한 대다수는 실망과 좌절 속에 방치된 채 결국 버려지고 말았다.

도메인을 팔기 위한 목적으로 생겨난 개인 도메인과 인터넷 임대사업으로 수입을 얻으려던 홈페이지 업체들이 있었다. 그 후 이들의 인기가 시들자 무료 홈페이지로 사용자를 끌어모아서 광고로 돈을 벌려는 인터넷 벤처들이 나타났다. 마케팅의 천재들은 블로그뿐만 아니라 웹 2.0을 기치로 내걸고 소셜웹과 SNS까지 끊임없이 새로운 상품을 개발했다.




시장에 새로운 것이 나타날 때마다 사람들은 이번에는 혹시 다를지 모른다며 유행에 휩쓸렸지만 언제나 결과는 같았다. 언제나 승자는 플랫폼 업자들이었다. 독립 페이지를 만들기 위해 초기 비용을 뜯기거나 무료라는 말에 속아서 아까운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며 그들의 플랫폼에 데이터를 채워 주는 가련한 개미들로 전락하고 말았던 것이다.

이런 마케팅 전략은 점차 진화하여 동영상과 음악, 그림, 만화에까지 영역을 넓혔다. UCC라는 또 다른 유행은 기타 연주 하나만 잘해도 세계적인 스타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 후 수많은 기타리스트들이 꿈에 부풀어 자신의 기타 연주를 UCC사이트에 올렸으나 운 좋은 한 명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들을 기억해 주지 않았다.

사용자의 실망이 커지는 만큼 플랫폼 업체의 상술도 고도화되었다. 약속은 더욱더 달콤해졌고 인터페이스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편해졌다. 이제 더 이상 도메인 관리나 웹 페이지 관리 따위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클라우드를 통해 안전성을 보증하므로 데이터 백업도 필요 없다. 기술의 발달은 사용자들에게 완벽한 편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제 회원가입만 하면 모든 것이 자동으로 처리된다. 이렇게 마이크로 블로그, 즉 소셜 네트워크가 탄생했다.


플랫폼 운영자들은 어차피 보통 사람들은 자기만의 이야기를 계속할 수 없음을 알게 되었다.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거나 그림으로 만들지도 못한다. 음악이나 영상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기발한 아이디어도 없으며 있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결과물로 만들어 낼 능력도 시간도 없다. 그냥 보통 사람들은 일부 창작자의 창조물을 서로 돌려보며 즐기고, 기껏해야 그런 창조물이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하여 리트윗할 뿐이다.

그리하여 마이크로 블로그 창조자들은 현실을 인정하고 모든 것을 배제한 건조한 인적 네트워크만 남겼다. 이상적인 피라미드 판매 방식처럼 등록만 해 놓으면 사람들이 나를 따르고 내가 한마디 한 것을 읽고 전파해 준다. 전세계인이 소셜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다. SNS는 소통의 혁명이라 아니할 수 없다.

SNS에서는 더 이상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 고민할 필요가 없다. 장문의 글로 자신을 표현하지 않아도 된다. 아예 일정 글자 수 이상은 쓰지도 못한다. 문장력도 필요 없고 생각의 깊이도 요구하지 않는다. 어렵거나 전문적인 내용들은 오히려 외면당할 뿐이다. 미사여구는 버려지고 문학적 표현은 허세로 취급받는다. 언어는 축약되고 내 생각은 링크로 표현된다.

더 이상 사람들은 책도, 그림 없는 게시 글도, 두 번 이상 스크롤해야 되는 웹 페이지도 읽지 않는다. 이제 우리는 짧은 문장으로 서로 ‘지저귀는’ 일에 몰두한다.


그러나 SNS에 몰입할수록 사람들은 좌절감을 느낀다. 아무런 감동도 없는 짧은 문장들의 교류로는 나를 알릴 길이 없기 때문이다.

나를 따르는 사람들의 수가 나의 위상을 드러내 주지도 못한다.

사회에서 이미 유명한 사람들이 소셜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소셜에서의 인기는 오프라인의 지명도에 따라 정해지는 부수적인 것이다.

사실 영향력 있는 사람들은 SNS에 신경 쓸 시간이 없을 뿐만 아니라 SNS 관리로 인한 피로감 때문에 SNS를 떠나고 있다. 안타깝게도 순수하게 SNS 활동을 통해 유명세를 얻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아무리 열심히 활동해도 사람들은 나를 기억해 주지 않는다. 시의성 있는 정보나 엽기적인 일을 올렸다면 잠깐 화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찰나에 불과한 시간이 지나면 모두 사라지고 만다.

소셜 시대에 창작물을 통해 자신를 알리려면 소셜 플랫폼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창조를 위한 고통스러운 작업과정이 없이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혼자만의 시간을 만들고 창작물을 가다듬는 노력을 통해서 사람들의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

인터넷 시대는 여기에 더해 속도 또한 필요하다. 가장 뛰어난 아이디어를 가장 먼저 형상화시켜야 한다. 인터넷으로 인해 이 경쟁은 전 지구적인 현상이 되었다.

플랫폼에서 빠져나와 그곳에서 유통될 수 있는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소셜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사람들이 자신을 표현할 수단으로서 내가 만든 개성 있는 콘텐츠를 선택한다면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들이 오래도록 기억될 작품을 만드는 과정은 어쩌면 절대 고독과 공포의 시간일지도 모르지만 그 결과는 정말 아름다울 것이다.

글·김인성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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