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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잡스 없는 아이폰5… 혁신 없는 애플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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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드디어 아이폰5를 발표했다. 이것은 스티브 잡스가 사망한 후에 만들어진 애플의 첫번째 휴대폰이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폰5는 잡스의 고집스러움이 많이 사라졌고 여러 요구를 동시에 만족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애매한 제품이 된 듯하다. 잡스의 철학에 따라 한 손으로 사용할 수 있는 휴대폰이란 콘셉트는 지키면서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유행시킨 큰 화면에 대응하기 위한 절충이 행해진 것이 대표적이다.

아이폰5는 여태 고수해 오던 화면 비율을 바꾸고 화면 크기도 커졌지만 가로는 그대로 두고 세로로만 길어졌다. 이번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이후에 나올 아이폰의 화면은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인터넷에는 다음 버전 아이폰들이 가로 크기는 변함없이 세로로만 계속 길어질 것이라는 풍설이 떠돌고 있는데 가로 크기를 고수한다면 어쩌면 그런 모습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길쭉해진 4인치의 16대9 화면은 아이폰을 좀 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해 줄지는 몰라도 달라진 화면 비율에 맞게 프로그램들을 모두 고쳐야 하는 문제가 생겼다. 과거의 앱들은 아래위가 검게나오도록 처리가 가능하다고 하지만 그렇게 쓰려는 사용자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때문에 아이폰 앱들은 바뀐 화면 비율에 맞추어 다시 제작될 수밖에 없다.

아이폰은 배터리가 탈착식이 아니다. 차세대 이동통신인 롱텀에볼루션(LTE)을 사용하는 상태로 하루 이상의 배터리 수명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도 곳곳에 보인다. 유심 카드와 충전을 위한 커넥터를 줄이기 위해 규격까지 바꾸었다. 이어폰 구멍 위치도 아래쪽으로 이동했는데 이 모든 것이 더 많은 배터리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비록 새로운 커넥터가 더 빠른 데이터 전송 속도를 가능케 한다고 하지만 기존의 주변기기와 호환되지 않아 불편과 혼란을 초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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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이폰5에는 좋아진 부분도 많다. 통짜 알루미늄을 일일이 깎아 만든 몸체는 얇고 가벼우면서도 견고하고 아름답다. 중앙처리장치(CPU)도 빨라지고 그래픽 처리 능력도 향상되었다. 메모리 양, 카메라 기능, 무선랜 속도 등 하드웨어적인 성능도 모두 좋아졌다.

소프트웨어도 마찬가지로 더 빨라지고 더 많은 기능이 추가되었다. 한국어 음성인식 기능이 구현되었고 3차원 지도로 내비게이션도 가능하다. 한마디로 1년 동안의 하드웨어 발전에 따른 성과를 반영하여 바꿀 수 있는 부분은 모두 업그레이드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문제는 안드로이드 진영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스마트폰의 하드웨어적인 성능은 이미 평준화되었다. 최초의 아이폰이 보여 준 충격적인 혁신성을 이젠 거의 모든 스마트폰이 따라잡은 상태다. 아직도 애플은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충성스러운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지만 다양한 방면에서 도전하고 있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대항해 애플이 내놓을 카드가 부족해진 것은 사실이다.

애플은 스티브 잡스의 천재적인 감성과 고집을 통해 성공한 기업이다. 잡스는 “소비자는 자신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비밀스럽게 다음 제품을 만들어 왔다. 잡스는 소비자들도 엄격하게 통제하기를 원했다. 사용법도 제한하여 한 가지 방법으로만 동작할 수 있게 만들었고 제품을 분해하기도 힘들게 만들어 사용자가 직접 고칠 수도 없게 했다.

이런 폐쇄 전략은 제품 사용법을 단순화시키는 장점이 있어 더 많은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었다. “당신은 이미 이 제품의 사용법을 알고 있다”는 애플의 모토는 매뉴얼을 볼 필요조차 없는 제품을 만들려는 애플의 철학을 잘 표현한 것이다. 4살도 되지 않은 아이가 아이패드를 능숙하게 사용하는 동영상이 이것을 증명해 준다. 사실 이런 전략은 잡스가 군림하던 시절의 애플에서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그가 죽은 후에도 이것이 먹힐지는 미지수이다.

1년에 한 번씩 단 한 종류의 제품을 발표하는 애플과 달리 안드로이드 진영은 수많은 업체가 빠른 주기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화면 크기도 다양해 3인치부터 4인치까지 심지어 5인치가 넘는 스마트폰이 나오고 있다. 손가락뿐만 아니라 펜을 사용할 수 있는 제품도 만들고 있다. 소스를 공개함으로써 아이디어를 공유하겠다는 안드로이드의 오픈소스 철학이 하드웨어에 영향을 미쳐 각 기업들이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성공은 시장의 선택에 맡기고 있다.

안드로이드 진영의 다양성은 사용자가 가장 선호하는 제품을 찾아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일단 사용자가 선호하는 제품이 드러나면 여러 업체가 유사한 제품을 만듦으로써 가격까지 떨어뜨리게 된다. 이런 도전 과정에서 각각의 기업은 도태될 위험을 가지고 있지만 안드로이드 진영 자체는 번성할 수 있는 것이다.

애플과 맞서 독자 규격을 고수하던 노키아가 몰락하고 안드로이드를 받아 들인 한국 기업들이 휴대폰 시장을 석권하고 세계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안드로이드 진영의 전략을 잘 포착했기 때문이다. 제조 강국인 한국은 다양한 화면 크기의 제품을 발 빠르게 출시하여 다양한 사용자의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 애플은 한국기업을 견제하기 위해 특허 소송까지 불사하고 있지만 이는 오히려 한국 기업의 인지도를 올려주는 역효과만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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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의 노력으로 애플은 지속적인 혁신이 가능한 기업으로 변모했다고 알려져 있다. 아마 앞으로도 오랫동안 애플은 뛰어난 제품으로 시장을 석권할 것이다. 혁신이 부족하다는 전문가들의 비판과는 달리 시장의 반응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여전히 아이폰5가 애플의 이전 제품 예약판매량을 뛰어넘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혁신이 영원할 수는 없다. 천재적인 지도자도 없는 상태에서 비밀주의와 폐쇄적인 방법으로 제품을 개발하는 위험한 도박을 계속하다가는 단 한 번의 실수만으로도 무너져 내릴 수 있다. 각각의 기업이 허약해 보일지는 몰라도 이런 기업들의 다양한 시도를 통해 그 영역을 넓혀 가고 있는 안드로이드 진영의 개방적인 제품개발 방식이 결국 승리할 것임은 분명하다. 애플이 혁신의 정점에 서 있는 아이폰5에 안주하지 않고 잡스 이후의 새로운 역사 쓰기를 기대해 본다.

글·김인성 (IT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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