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가수 싸이의 노래 ‘강남 스타일’의 성공이 심상찮다.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뮤직 비디오가 50일 만에 1억 건의 조회 수를 돌파했음에도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이 정도 조회 수는 세계적인 지명도를 가진 최정상의 팝 가수 정도나 가능한 숫자다. 영어도 아닌 한국말로 부르는 ‘강남 스타일’이 이런 조회 수를 기록한 것은 경이적인 사건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강남 스타일’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경쾌한 댄스 음악인 데다가 코믹한 뮤직 비디오가 보는 재미까지 주기 때문에 애초에 성공가능성이 큰 음악이었음엔 틀림없다. 하지만 전세계적인 열풍을 이런 요인으로만 다 설명할 수는 없다. 코믹한 뮤직 비디오와 함께 소개되는 경쾌한 댄스 음악이 ‘강남 스타일’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노래, 특히 뮤직 비디오의 전파 방식을 살펴보면 그 성공 비결을 파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유튜브에 뮤직 비디오가 소개된 뒤 재미있다는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이런 반응에 힘입어 조회 수가 수직 상승했고 그에 따라 사용자 반응 비디오도 등장했다. 세계 곳곳의 유튜브 사용자들이 친구들에게 ‘강남 스타일’ 뮤직 비디오를 보여 주고 그들의 반응을 가감 없이 담은 영상을 다시 유튜브에 올린 것이다. 아무 정보 없이 이 비디오를 본 사람들의 반응을 훔쳐볼 수 있는 매우 재미있는 영상이었다.


이 뮤직 비디오를 전세계 사람들이 거의 비슷하게 재미있어한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 사용자들은 확신을 가지고 주변 사람들에게 ‘강남 스타일’을 보여 주기 시작했다. 이때쯤 조회 수는 천만을 돌파하고 있었다.
사용자가 직접 제작하는 콘텐츠로 인해 이렇게 반응을 불러일으키게 된 데에는 유튜브란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에 내장된 카메라의 역할이 컸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즉시 스마트폰을 켜고 동영상을 찍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70억의 전세계 인구 중에서 몇 명만 이런 동영상을 만들면 된다. ‘강남 스타일’ 비디오를 본 사람 중 많은 이가 뮤직 비디오를 보는 사람들의 반응을 찍어서 올리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인터넷 시대에는 아이디어를 즉각적으로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강남 스타일’ 반응 비디오들은 많이 올라왔지만 제일 먼저 올라온 영상이 최대 조회 수를 기록했고 댓글도 많이 달렸다.
‘강남 스타일’의 내용을 그대로 따라 하는 동영상에서 ‘강북 스타일’ 등 또 다른 내용을 가진 동영상이 등장했다. ‘Oppa Chicago Style’ 등 패러디 동영상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여러 가지 버전으로 지금도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패러디 동영상의 등장은 다시 ‘강남 스타일’의 인기를 더 넓게 전파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런 현상은 소위 ‘네트워크 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네트워크효과란 특정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그 사용가치가 더욱 커지는 현상을 말한다. 카카오톡이 다른 모바일 메신저에 비해 인기가 있는 이유는 사용자가 더 많기 때문이다. 카카오톡이 시장을 선점하고 많은 사용자를 끌어모았으므로 다른 메신저에 비해 연락 가능한 친구가 많고 그 때문에 더 많은 가입자가 몰리게 되는 것이다.

‘강남 스타일’의 인기가 임계점을 돌파하게 되면서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했다. 동영상이 인기를 끌게 되면 어디서나 흘러나오게 되고, 많이 들어본 음악을 이용함으로써 단체 체조 시간을 더 즐겁게 진행할 수 있다. 인기는 인기를 불러 패러디 영상뿐만 아니라 영어로 번안된 버전까지 등장하고 플래시몹 등 여러 가지 방식으로 활용되면서 다시 인터넷을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유튜브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유튜브는 한류의 가능성을 보고 전략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K팝 전용 채널을 개설하고 한국에서 진행되는 음악 시상식을 전세계에 생중계도 해주고 있다.
유튜브의 적극적인 지원, 인터넷을 통한 한류의 전파, 남미와 중동 그리고 아프리카에까지 퍼져 있는 한류 팬들이 있었기에 ‘강남 스타일’이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 비 영어권 음악이 잠시 인기를 얻는 경우가 많았지만 ‘강남 스타일’과 같은 열풍은 없었다. 인터넷, 특히 유튜브란 뉴미디어 덕에 전세계인이 ‘강남 스타일’의 말춤을 동시에 추는 신드롬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IT인프라가 외국업체 것이란 점이다. 인터넷엔 국경이 없다. 한류를 알리기 위해서 꼭 유튜브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인터넷 사이트는 어디서나 접속 가능하기 때문에 한국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서 한류를 전파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망 중립성이 지켜지지 않아 한국 인터넷 사이트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
미국의 유튜브는 콘텐츠를 저장하고 서비스하는 업체이다. 이렇게 생산자 역할을 하는 업체는 망 사용료를 내지 않는다. 동영상을 1명이 보든 1억명이 보든 상관없이 유튜브는 최소한의 망 유지비만 낼 뿐이다. 망 사용료는 사용자가 쓴 만큼 낸다. 통신사는 소비자한테서 수익을 얻을 뿐 유튜브와 같은 생산자에게서는 망 사용료를 받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의 동영상 업체는 쓴 만큼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 1기가바이트 영화 한 편을 보는데 1백원의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면 1억명이 볼 경우 동영상 업체는 통신사에 1백억원을 내야 한다. 만약 ‘강남 스타일’이 한국의 동영상 업체에만 올라와 있고 조회 수가 1억 건에 달했다면 그 동영상 업체는 벌써 파산했을 것이다.
이렇게 불합리한 정책이 한국의 IT 인프라를 죽이고 있다. 한류의 전파와 함께 세계적인 서비스 업체로 도약할 기회도 사라지고 있다. 새로운 미디어에 재빨리 적응해 한류를 만들어 낼 정도로 창의적인 한국인들이 뻗어 나갈 수 있는 IT 정책이 절실하다.
글·김인성 (IT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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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