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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소통의 대화법> 소개말은 진화한다




얼마 전에 한 지자체 지역행사에 초대받았다. 지역주민으로 구성된 자원봉사단 발대식이었는데 1천명 가까운 주민이 모였다. 젊은 주부부터 나이 든 어르신까지 다양한 분들이 참여해 열기가 뜨거웠다.

워낙 일 잘한다고 소문난 지자체이다 보니 장관, 국회의원까지 ‘높으신 분’들도 많이 보였다. 여기까지는 분위기 좋았다. 사회자가 입을 열기 전까지는….

“바쁘신 중에도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장관님께 감사드립니다”를 시작으로 그날 참여한 수십명의 단체장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기 시작했다. 이름이 불릴 때마다 본인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하고 청중은 박수치느라 어느새 시간이 10분 가까이 지나버렸다.

처음부터 김이 확 새버린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바쁘신 분’들일수록 바쁜 일정 탓에 공식행사만 끝나면 자리를 뜨기가 쉽다는 것이다. 이날도 앞부터 5줄이 텅 빈 채로 2부 행사가 진행됐다. 열심히 박수쳐 준 주민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이것만큼 주최 측은 물론 청중을 김새게 하는 일이 없다.

내빈을 소개할 때도 품격이 있어야 한다. 윗분부터 순서대로 챙길 게 아니라 “참석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전체 청중에게 먼저 인사하는 것이 예의다.

그 다음 주요 인사를 소개할 때는 “그동안 우리 시를 열심히 지원해 준 몇 분을 특별히 소개시켜 드리려고 합니다”라고 살짝 센스를 발휘해 주는 게 좋다.

이때도 “○○○국회의원 오셨습니다”라고 하기보다 “이번에 고생 끝에 예산을 따내 청소년 수련관을 건립하는 데 큰 힘을 보태 주신 ○○○국회의원님 오셨습니다”라고 형용사구를 붙여보자. 올만한 사람이 왔음을 검증하는 효과는 물론 홍보도 되기 때문에 당사자도 좋아한다.

“이 자리에 시장님보다 더 높은 분이 오셨습니다. ○○○시의장님입니다. 이분이 없으면 우리 시의 살림은 바로 마비됩니다.”

이처럼 짧은 에피소드가 들어간 형용사구를 넣으면 소개가 맛깔나고 재미있어진다. 형용사구 넣는 하객은 10명 이내가 적당하다. 나머지는 10명, 20명씩 그룹을 만들어 단체와 이름만 딱딱 부르면 된다. 이렇게 소개하면 참가자들에 대한 정보도 충실하게 전달하고 품위도 지킬 수 있다.

실제로 함양군은 올해부터 내빈소개를 이런 식으로 바꿨다. 아예 ‘간소화 지침’을 만들어 모든 군행사에 적용키로 한 것이다. 내빈 위주의 행사가 아닌 주민 중심의 행사를 만들기 위해서란다. 이런 함양군의 결정이 더 이상 ‘파격’이 아닌 ‘상식’이 되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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