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몇 년 전, 둘째 아들의 입학식 날이었다. 그날도 강의 스케줄이 바빠 참석할 수 없었던 나는 대신 선물을 준비했다. 아들 녀석이 평소 갖고 싶어했던 브랜드 운동화였다.
“오늘 못 가서 미안. 우리 아들 입학 축하한다.”
선물박스를 받자 시무룩했던 둘째의 표정이 급속히 밝아졌다. 꺼내서 신어보더니 친구들한테 자랑한다며 한껏 들떴다. 거기까지만 하면 좋았을걸. 나는 기어이 안 해도 될 말을 꺼내고 말았다. “이제 중학생도 됐으니까 게임은 줄이고 공부 좀 해야지?” 순간, 녀석의 표정이 다시 시무룩해졌다. 속으로 ‘아차’ 싶었다. 굳이 아이가 저렇게 행복해하는 타이밍에 그 얘길 했어야만 했을까. 괜히 선물 주고 인심만 잃었다.
입학, 졸업, 설날, 결혼식 등 인생에서 의미 있는 날이나 축하할 일이 있을 때 어른들이 하는 말, 바로 덕담이다. 그러나 우리의 덕담은 알고 보면 ‘마이너스 대화법’에 속한다. 당부를 가장한 잔소리인 경우가 많아 상대방의 기를 죽이는 것이다. 사람들은 선물 주는 김에 평소에 꾹꾹 참아왔던 잔소리를 덕담인 양 풀어놓는다. “어떻게 올해는 시집 좀 가야지?” “이제 대학 졸업도 했으니 빨리 취직해야지?”
문제는 그것이 가장 아픈 곳을 찌른다는 사실이다. 부모가 굳이 당부하지 않아도 자녀들은 본인의 문제를 알고 있다. 알고는 있지만, 노력하지만 지금 당장은 잘 안돼서 속상한 문제들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걸 콕 짚어주니 얼마나 아픈가. 자녀의 행복지수, 자신감만 떨어뜨리는 마이너스 덕담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가장 좋은 대안은 칭찬이다. 상대방이 그동안 했던 일 중에서 가장 잘했던 일을 얘기하는 것이다.
“우리 ○○는 춤추고 노래하는 데는 선수니까, 중학교 가서도 스타가 돼야 한다!” “우리 ○○가 제일 잘하는 농구를 할 때처럼, 고등학교 가서도 최선을 다해 봐. 그럼 넌 뭐든지 잘할 수 있을 거야!”
일 때문에 아이한테 소홀했던 부모라면 ‘사과덕담’도 좋다. 솔직하게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같이 뛰자고 하는 것이다. “엄마가 직장 다니느라 우리 딸 많이 못 챙겨줘서 정말 미안해. 엄마가 올해부터는 좀 일찍 퇴근해서 저녁밥 차려줄게.” “아빠가 우리 ○○ 많이 못 밀어줘서 너무 미안하다. 이제 고등학생이 됐으니 아빠가 좀 더 열심히 해볼게. 우리 같이 뛰어보자, 아들!”
이렇게 부모가 진심으로 미안해하면 아이들도 마음의 문을 열 것이다. 선물 주고 본전도 못 찾는 마이너스 덕담은 이제 그만, 상대방의 자신감을 올려주는 플러스 덕담으로 가족 간의 사랑을 더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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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