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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공존과 상생, 탕평채 맛은 어떨까




새콤하고 고소하고 달콤하다. 또 담백하고 씹히는 맛도 있다. 아무튼 다양하다. 그런데 그 다양한 맛들이 한데 어울린다. 탕평채(蕩平菜)다. 매끈매끈한 청포묵과 사각거리는 야채들의 식감이 입 안에서 조화를 이룬다.

오죽하면 탕평채라 하였을까. 얼마나 ‘탕평’이 필요하였으면 먹는 음식까지 만들어 탕평채라 하였을까. 조선조 영조시대, 당시의 선비들은 당파싸움에 여념이 없었다. 요즘 용어를 사용한다면 정당정치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지나쳐서 왕(王)마저 고개를 흔들 정도였다면 문제가 크다. 그 정도가 얼마나 심했기에 일본의 역사 왜곡자들이 4색 당쟁이라고 폄하할 만큼 빌미를 주었을까. 당시 조선의 내로라하는 선비들은 죄다 동인-서인, 남인-북인으로 나뉘어 싸우고 또 대북-소북이니, 노론-소론이니, 시파-벽파니 하고 찢어져 싸웠다.

영조는 기가 찼다. 그래서 이 당파를 무너뜨리기 위해 탕평책(蕩平策)을 선포한다. 바로 그 탕평책을 논하는 자리에 탕평채가 올려졌다고 한다.

탕평채는 여러 가지 재료로 만들어지는데 그중에는 4방(方)과 중앙을 상징하는 것들이 있다. 먼저 미나리. 동쪽은 동방목(東方木)이니 푸른색의 미나리다. 다음으로 녹두로 만든 청포묵. 서쪽은 서방금(西方金)이니 흰색의 청포묵이다. 아니면 흰색 지단이 상징일 수도 있다. 다음으로 쇠고기. 남쪽은 남방화(南方火)이니 붉은색의 가늘게 채 썬 쇠고기다. 다음으로 김. 북쪽은 북방수(北方水)이니 검은색의 잘 구워서 잘게 부순 김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중앙은 중방토(中方土)이니 황색 지단이다. 어디 그뿐인가. 숙주나물, 물쑥, 실고추도 들어간다.

무엇보다 4색 당파를 화합시키기 위해 4색의 재료를 섞어 한 접시에 담아내는 것이 지혜롭다. 그리고 중앙까지 합하여 한 우주(宇宙)를 만들어낸다. 그러니 먹는 음식도 우주요,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도 우주다. 사람은 이렇게 작은 우주요, 또 사람들이 모이면 좀더 큰 우주인 것을, 우리네 사람들은 왜 그렇게 순간순간 이 엄청난 진리를 잊어버리고 멋대로 행동하는 것일까.

‘탕평’이란 말은 ‘무편무당 왕도탕탕(無偏無黨 王道蕩蕩) 무당무편 왕도평평(無黨無偏 王道平平)<서경(書經) 홍범조(洪範條)>’에서 유래한 것이다. 우주의 조화와 균형을 느끼게 하는 말이다.

지금 이 한반도는 남북으로 쪼개져 있는데, 또 그 안에서도 여러 갈래로 나뉘어 파벌과 정파의 싸움이 도를 넘은 지 오래다. 지금 우리나라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탕평, 즉 탕평인사, 탕평예산, 탕평성장, 탕평분배가 아닐까. 이 다양성의 시대에 모든 것들이 한 데 어울려 공존과 공생, 상생과 화합으로 가는 길인 것이다.

탕평채는 영양적 면에서도 ‘고루고루’ 갖춘 음식이다. 청포묵에는 탄수화물이, 달걀지단과 고기에는 단백질이, 김·미나리·숙주나물에는 비타민과 무기질 등이 풍부하다. 그것들을 잘 섞어서 먹으면 그야말로 우주적 영양을 한입에 맛보는 것이 아닌가. 또 이 ‘탕평’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필수 영양소임에 틀림없다.

글ㆍ강지원 (한국매니페스토 실천본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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