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3개 공중파 방송에서 월요일과 화요일 밤 10시에 마치 약속이나 한 듯 거짓말을 바탕으로 한 드라마를 방영하고 있다. <동안 미녀>(KBS2), <미스 리플리>(MBC), <내게 거짓말을 해봐>(SBS, 6월28일 종영)의 여자주인공들은 거짓말로 접근하여 회사에서 승승장구하거나 결혼에 골인한다.
실제 뉴스를 보면 남자들이 거짓말을 많이 하는 것 같은데 왜 드라마에서는 여자가 거짓말쟁이 역할을 맡는지 모를 일이다. 드라마 속 남자가 여자의 거짓말을 안 뒤에도 사랑스러워 미치겠다는 표정을 짓는 것 역시 이해가 안 간다.
인터넷망으로 촘촘히 연결된 우리 사회는 숨길 게 없어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잘만 이용하면 자신을 교묘하게 포장할 수 있다.
진심을 확인할 수 없는 채팅을 통해 환심을 사거나, 블로그를 개설하여 피할 건 피하고 알릴 것만 알리면 되는 것이다. 조금 용기를 내서 거짓 정보를 공개적으로 알리고, 천연덕스럽게 활동하다 보면 거짓말이 기정사실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실제로 당사자가 리플리 증후군에 빠져 자신이 만든 거짓말 맵에 맞춰 사는 경우도 있다.
왜 거짓말이 드라마와 현실에서 판치는 걸까. 세 드라마는 아이러니하게도 거짓말을 ‘소통’의 도구로 삼고 있다. 거짓말을 안 했다면 그 자리에 못 갔고, 그 사람을 못 만났고, 자아실현을 못 했다는 게 그녀들이 던지는 메시지다. ‘스펙으로 둘둘 감지 않았으면 나를 거들떠보기나 했겠나’라고 당당히 항변하는 것이다.
실제로 거짓말 이력으로 활동한 많은 사람이 유능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소용돌이 속에서도 꿋꿋이 버텨 여전히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들을 보면 스펙 없이는 아예 접근조차 하기 힘든 벽이 사회 곳곳에 진치고 있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일 만하다.![]()
하지만 거짓말이 소통의 도구로 이용되는 건 결코 옳은 일이 아니다. ‘거짓말로 접근하여 능력을 발휘하다 진실을 밝히고(혹은 밝혀지거나) 인정받는다’는 공식은 위험한 사고를 낳고 사회 질서를 깨는 일이다. 그럼에도 드라마에서나 현실에서나 이 공식은 유리한 답을 내고 있는 듯하다.
옆도 뒤도 돌아보기 힘들만큼 분주한 세상에서 여전히 ‘소통’이라는 가면을 쓴 거짓말이 판을 친다. 그 거짓말이 성과를 낸다 하더라도, 자리를 지켜준다 하더라도, 거짓말이 정당화될 수는 없는 일이다. 자라나는 세대가 자칫 ‘거짓말도 소통의 도구가 된다’고 생각한다면 그 후유증을 어떡할 것인가.
막히면 천천히 가거나 돌아가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계통을 밟고, 자격이 미달되면 낮은 데서 출발하여 한발 한발 올라가는 게 정석이다. 많은 것을 빠른 시간에 얻으면 그만큼 후유증도 생기기 마련이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었던 시인처럼 살긴 힘들지만, 그런 마음 자세로 사는 사람이 많아져야 사통팔달로 바람이 통하는 시원한 사회가 될 것이다.
글·이근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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