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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소통은 ‘스킬’이 아니라 ‘문화’다

 

바야흐로 ‘커뮤니케이션 폭증(Explosion)’이 도도한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소통의 욕구가 폭발하고 있고, 소통의 도구 또한 눈부시게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덕분인가, 현대인의 일상이 TGIF(원래는 Thank God It’s Friday의 약자였으나 요즘은 Twitter+Google+iPhone+Facebook의 합성어라고 한다)에 점령당했다는 재치 있는 조크가 등장하는가 하면, 언제 어디서나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접속이 가능해진 시대이고 보니 요즘은 1백 일만 만나도 ‘오래된 연인’ 축에 든다는 유머도 떠돌고 있다.

한데 소통의 폭증이란 소용돌이 속에서 오히려 소통의 부재가 더욱 절실히 감지되는 역설(逆說)이 진행됨은 어인 연유인지. 초등학교 5, 6학년 휴대전화 속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부모님 이름이 ‘안받아’인가 하면, 현 정부를 향해 국민들이 가장 목말라하는 건 다름 아닌 ‘소통’이다.

<포춘>지 선정 ‘일하기 좋은 1백대 기업’ 리스트에서 공통적으로 부상한 요건이 조직 내부의 정보 흐름 원활과 소통 시스템 배양으로 나타났음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소통은 단순한 ‘스킬(skill)’이 아니라 삶의 양식 속에 자연스레 뿌리내린 ‘문화’다. 말주변이 좋은 사람을 일러 ‘소통의 귀재’라 하지 않는다. 그건 비록 눌변일지라도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공감력(共感力)의 소유자를 일컫는 찬사다.

소통의 첫걸음은 상대방의 신발을 신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능력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런 다음 차이를 차별로 치환하는 오류를 범하는 대신 서로의 다름을 자연스레 인정하고 그 연후에 함께 윈윈(win-win)할 수 있는 해결방안을 모색해가는 끊임없는 과정을 의미한다.

최근 한국사회도 다원화, 이질화 및 다문화를 경험하면서 이념, 세대, 지역, 계층, 나아가 인종 간에 구조적 차별과 불평등, 부정적 편견과 고정관념 등으로 다종다양의 갈등과 소통의 장애를 겪으며 내분과 통합의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실제로 ‘사회 간(間)’ 갈등보다는 ‘사회 내(內)’ 갈등이 더욱 격렬하고 치열하며 자기 파괴적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빈번함을 고려할 때, 깊은 반성과 성숙한 성찰이 필히 요구된다.

이제 상대방을 향한 진정한 의미의 인정을 담아 열린 소통의 문화를 만들어내는 일이 선진사회를 향한 필수조건이라면, 서로의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는 가운데 성숙한 통합을 지향해감은 선진사회에 이르는 충분조건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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