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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외국에 나가게 되면 으레 어디서 왔느냐는 질문을 받게 되고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그 사람의 반응은 십중팔구 “오! 빨리 빨리”다. 물론 그 사람이 한국인을 접해본 경험이 있는 경우지만 세계 어디서나 한국인의 대명사는 ‘빨리 빨리’다. 그만큼 한국인은 일을 열심히 하며 또 매사를 빨리 빨리 처리하는 사람들이란 인상이 외국인들에게 각인돼 있는 것이다.

 70년대 초 미국에 가 얼마 동안 살면서 내가 받은 현지 한국인들의 인상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하는 사람들이었다. 한국인의 일하는 모습은 실로 감동적이었다. 그때 필자는 이렇게 부지런한 국민이 왜 그토록 가난하게 살아왔는지가 궁금했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본시부터 부지런하고 일을 빨리 빨리 하는 민족이었을까. 불행히도 그렇지 않다. 불과 1백년 전 서양사람들의 눈에 비친 조선조 말기 사람들의 인상이란 ‘빨리 빨리’와는 정반대였던 것이다. 서울대 박지향 교수가 쓴 ‘일그러진 근대’에 인용된 영국사람들의 조선인들에 대한 인상은 거의 야만인 수준이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조선을 방문한 영국사람들의 눈에 조선사람들은 도저히 고칠 수 없을 정도로 게으른 사람들이었다. 한 영국인은 조선사람들은 키가 크고 강건하며 자부심이 강하지만 게으르고 풀이 죽어 있으며 생명력이 빠져나간 사람들이었다. 조선인들은 가만히 서 있는 대신 움직여야 하는 이유를 알지 못하는 것 같다고 보았다. 조선과 조선인에 대한 전체적 인상은 생명력의 부재,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단조로움, 변하지 않는 정체 상태였다.

 지저분하고 더러움은 또 어땠을까. 한 영국인은 중국을 가보기 전까지는 조선이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곳으로 생각했다고 쓰고 있다. 어떤 사람은 시골길을 가다 무당굿과 장례식을 보고 조선에도 저런 활력이 있었는가 하는 의문을 표한다. 기껏 무당굿에서 조선사람도 움직일 줄 아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던 것이다.

 한국인에 대한 세계의 인상은 왜 이처럼 달라진 것일까. 결론은 민족성이라 할까, 국민성이란 것도 환경에 따라 변한다는 것이다. 그때는 일할 의욕과 필요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세상에서 제일 게으른 민족이었고 지금은 일해야 할 필요성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빨리 빨리 움직이는 국민이 된 것이다.

 당시 조선조의 관리들은 거의 모두가 극도로 부패해 있었다. 영국사람이 왜 일하지 않느냐고 묻자 어떤 이는 일 해봐야 ‘나리’들이 다 빼앗아 가는데 뭣하러 일하느냐고 답한다. 이어 조선사람들은 일제 강점기를 맞는다. 일할 동기도 필요도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해방 이후 한국사회는 급속한 사회변동을 겪는다. 하층민이 상층부로 수직 상승하는가 하면 양반귀족이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순간순간 사람의 팔자가 바뀌는 세상이 된 것이다. 산업혁명기 영국을 방문했던 프랑스의 정치사회학자 토크빌은 영국사람들은 내일까지 부자가 되고 모레 죽을 것처럼 일을 한다고 보았다. 모르면 몰라도 오늘의 중국인들도 더 이상 ‘만만디’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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