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어쩌다 TV에서 1980년대 자료화면이 나올 때면 만감이 교차한다. 반가움과 낯섦이 뒤섞인 감정이다. 화면 속 풍경은 분명히 우리가 살았던 과거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다른 나라를 보는 것 같다. 문영미의 <붉은 벽돌>에서 받는 느낌이 그렇다. 문영미는 오래된 집을 그리는 작가다. 그가 그린 집은 오래됐지만 고고학적 가치가 있는 집은 아니다. 한옥도 양옥도 아니고 그때그때 필요에 의해 덧대거나 수리된 집, 그래서 도무지 그 정체성을 알 수 없는 촌스럽고 낡은 집이다. 그의 그림에는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다. 개나 고양이도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낡은 집만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이다. 사람이 떠나버린 버려진 시골집 같다. 사람은 보이지 않는데 계절 따라 피고 지는 꽃과 나무가 한때 이곳에 사람이 살았음을 말해준다. 저런 집에서 우리 부모님은 팔남매나 되는 자식들을 억척스럽게 기르셨다. 말로는 다할 수 없는 그리움과 애잔함이 깃든 집이다.
조정육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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