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에도 다이어트 망했어요. 헬스클럽 등록하고 여태까지 두 번밖에 안 갔어요.”
A가 우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만날 때마다 똑같은 얘기를 돌림노래 하듯 반복하고 있다. 한번은 효소다이어트 한다고 효소만 몇 십만 원어치 샀다. 그다음에는 실내 자전거를 샀고 그다음에는 사과식초 다이어트를 한다고 ‘난리 블루스’였다. 유행하는 다이어트는 다 해보다가 ‘역시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며 헬스클럽에 등록했지만 이번에도 틀렸다고 한다.
“저는 정말 의지박약이고 구제불능이에요.”
“아니, 너 의지박약 전혀 아닌데? 일본어 생각해봐.”
A는 3년 전 회사에서 갑자기 일본 관련 업무를 맡게 됐다. 초급 일본어 수준이었던 A는 일본 현지 미팅에 갔다가 자존심이 상한 모양이었다. 그때부터 일본어 공부에 완전히 몰입하기 시작했다. 퇴근하면 늘 온라인으로 일본어 수업을 들었고 일본 애니메이션과 드라마만 봤다. 주말에도 일본인 친구들을 만나 회화 연습을 했다. 그렇게 1년 반 동안 미친 듯이 공부하더니 지금은 거의 현지인과 다름없는 수준의 일본어를 한다. A는 절대 의지가 약하지 않다.
“일본어를 1년 반 만에 마스터한 네가 왜 다이어트는 실패할까? 이유는 간단해. 일본어는 네 커리어에 직결되니까 돈으로 따지면 1억 원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거야. 그런데 다이어트는 그 정도 대가를 치르기 싫은 거지. 만 원어치만 투자하는데 될 리가 없잖아.”
A는 다이어트에 실패할 때마다 자신의 게으름을 탓했다. 그러나 애초에 다이어트는 그녀가 정말 원한 게 아닐 수 있다. 진정 원한다는 것은 마땅히 대가를 감수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머리는 종종 번역의 오류를 일으킨다. 날씬한 사람을 보고 부럽다고 생각한 감정을 ‘나도 살 빼고 싶다’는 뜻으로 잘못 알아듣는다. 부러워서 혹은 뒤처질까봐 두려워서 가짜 소망을 가져오고 그게 자신이 원하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속이기도 한다. 노력과 대가 없이 결과를 얻고 싶은 얄팍한 마음은 언제나 간편한 공산품을 찾게 돼 있다. 내 노력을 안 들이고 손쉽게 ‘이루는 척’할 수 있는 방법만 끊임없이 찾는다. 그러나 만 원어치로 값비싼 소망을 이루려는 무모한 시도는 늘 실패로 돌아가기 쉽다. 때문에 원하는 무엇인가에 계속 실패할 때는 게으름을 탓하기 전에 자신에게 먼저 물어봐야 한다.
‘이게 진짜 내가 원하는 게 맞아?’
김미경
올해 나이 딱 60이 됐지만 라이프스타일 나이는 40대라고 주장하는 열정만렙 강사. 174만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이자 3050여성들의 온라인학교 ‘MKYU’를 만들어 함께 성장하는 재미에 푹 빠져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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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