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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고향 같은 조선(朝鮮)을 마주하다

박항률, <새벽>, acrylic on canvas, 80×116.5㎝, 2010년

박항률의 <새벽>을 보면 조선(朝鮮)이란 단어가 생각납니다. ‘조선’의 ‘조’는 ‘아침’ 또는 ‘처음’을, ‘선’은 ‘곱다’, ‘뚜렷하다’, ‘깨끗하다’는 뜻입니다. 맑고 고운 아침 해가 어슴푸레한 어둠을 뚫고 동녘 하늘에서 떠오르는 의미가 함축돼 있습니다. 아침 해가 뜨면 잠들어 있던 물상들이 기지개를 켜고 뚜렷하게 제 모습을 드러냅니다. 조선이 문을 엽니다. 박항률은 오랫동안 우리 민족의 근저에 담긴 조선의 아름다움을 표현해왔습니다. 그의 그림에는 조선의 단아함과 고요함, 절제미와 격조미가 은은하게 깔려 있습니다. <새벽>도 마찬가지입니다. 조선의 빛깔을 상징하는 색동저고리, 전통 목가구, 도자기, 등잔, 쥘부채 등이 등장합니다. 색동저고리를 입은 소녀는 마치 어릴 적 추억 속의 우리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반갑습니다. 저 그리운 모습을 잊고 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애잔함도 몰려옵니다. 한복 입은 소녀와 꽃과 새는 작가가 가장 사랑하는 소재입니다. 작가는 우리의 잠재의식 속에 내재된 고향 같은 조선을 불러내기 위해 붓을 든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조정육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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