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타면 책을 읽는 사람보다 스마트폰을 보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어요.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연간 독서량이 3.9권으로 줄었다고 하죠. 반면에 지난 6월에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은 역대 최고의 흥행을 기록했다고 하는데요. 책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아직 많다는 의미일까요? 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아 MZ세대는 어떤 독서 생활을 하고 있는지 알아봤어요.
MZ세대 독서량 국민 평균보다 많아
최근 독서 습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61.8%가 최근 몇 년간 독서량이 ‘증가했다’고 답변했어요. ‘변함없다’는 24.6%, ‘감소했다’는 응답은 13.0%로 나타났고 ‘잘 모르겠다’는 0.6%에 그쳤어요. 자기계발에 대한 관심이 많은 MZ세대에 독서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데요. 실제로도 국민 평균 독서량에 비하면 MZ세대의 독서량은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보여요.
어피티 설문조사 결과 MZ세대의 최근 3개월간 1인당 평균 독서량은 약 5.62권이었어요. 구체적으로는 ‘1권 이하(7.0%)’, ‘2~3권(29.4%)’, ‘4~5권(23.4%)’, ‘6~9권(18.9%)’, ‘10권 이상(19.8%)’, ‘읽지 않음(1.5%)’으로 집계됐어요. 성인 전반의 독서량 감소와는 대조적인 모습인데요. MZ세대는 이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또 어떤 책을 많이 읽을까요?
먼저 우리나라 사람들이 독서를 안하는 이유로는 ‘스마트폰 및 다양한 디지털 매체의 증가(77.6%)’ 때문이라는 의견이 압도적이었어요. ‘시간이 부족해서’는 4.5%, ‘독서에 대한 흥미 감소’는 12.5%로 나타나 바쁜 일상과 독서에 대한 흥미 자체가 낮아진 원인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MZ세대가 책을 읽는 가장 큰 이유는 ‘여가 및 취미 활동(657명)’과 ‘자기계발 및 성장(648명)’으로 나타났어요. 독서를 통해 단순히 정보를 얻기보다 자기 자신을 발전시키고 여가 시간을 활용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여요. ‘지식 습득(476명)’ 역시 중요한 독서 이유로 꼽혔어요. 반면 ‘스트레스 해소(267명)’와 ‘학업 또는 업무 관련(118명)’은 상대적으로 낮은 응답을 보였어요. MZ세대는 독서를 통해 성장하고자 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독서문화를 이끄는 주역으로 자리 잡을 것 같아요.
웹툰·웹소설? ‘독서가 아니다’ 63.4%
MZ세대는 어떤 책을 많이 읽을까요? 소설이 48.9%로 가장 인기가 많았어요. 그다음으로는 ‘자기계발서(16.9%)’, ‘비즈니스·경제서(15.8%)’였어요. ‘에세이(10.2%)’와 ‘학술서적(3.8%)’은 상대적으로 낮은 비율을 보였어요.
주목할 만한 결과도 있었어요. 웹툰이나 웹소설을 읽는 것을 독서로 볼 수 있냐는 질문에 63.4%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거든요. 소설이 독서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웹툰이나 웹소설에 대한 인식은 조금 다른 것으로 보여요.
책을 구매할 때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변에서 눈에 띄는 결과는 단연 ‘책의 내용이나 주제’였어요. 888명이 선택하며 압도적 1위를 차지했거든요. 독자들은 디자인이나 마케팅 요소보다 책의 내용 자체를 중시하고 있었어요. 2위와 3위는 각각 ‘작가(368명)’와 ‘추천사 또는 리뷰(363명)’였는데 작가의 이력이나 평판이 여전히 책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라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책 표지 디자인’은 159명이 선택했고 ‘베스트셀러 여부’는 146명이 영향을 받는다고 응답했어요. 가장 적은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출판사’와 ‘가격’이 각각 38명으로 동일하게 나타났어요.
책을 구매하는 MZ세대의 습관을 살펴보면 한마디로 ‘온라인의 약진, 오프라인의 건재’라고 정리할 수 있어요. 책을 구입하는 주된 경로를 묻는 질문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온라인 서점’의 압도적인 인기였어요. 689명이 ‘온라인 서점을 이용한다’고 응답하며 두 번째로 높은 응답을 받은 ‘도서관 대여(478명)’를 크게 앞섰거든요. 그러나 ‘오프라인 대형 서점’ 이용자도 421명에 달해 여전히 많은 독자가 직접 책을 보고 고르는 경험을 선호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독립 서점’ 이용자가 110명이나 된다는 것이었어요. 동네의 작은 서점들은 책을 선별해놓기 때문에 책을 고르는 과정에서 서점 주인과 소통하는 등 문화공간의 역할을 하고 있어요. 이런 작은 서점의 가치를 눈치 챈 MZ세대가 그만큼 많다는 것이죠. ‘중고 서점’ 이용자가 250명인 점도 흥미로웠어요. 대형 온라인 서점에서 중고 서점을 직접 운영하면서 중고책에 대한 접근성이 많이 높아진 것으로 보여요.
전자책 등장 이후 종이책 시장은 어떻게 변화했을까요? 종이책 이용률이 71.9%로 압도적인 1위였지만 전자책 이용률도 27.5%에 달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어요. 특유의 촉감과 향, 집중도를 높여주는 물리적 존재감 덕분에 종이책이 여전히 강세를 보이지만 전자책만의 장점이 점차 독자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휴대성, 저장공간의 효율성 등이 전자책을 선택하게 만든 요인으로 보여요.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서점, 종이책과 전자책. 이처럼 우리 주변의 독서문화는 온라인의 편리함과 오프라인의 경험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여요.
국민 독서율 상승의 해답은 ‘책 읽는 문화’
그렇다면 국민들의 독서율을 높이기 위해 정부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설문에 참여한 30.7%가 ‘독서 친화적인 사회적 분위기 조성’을 가장 중요한 정책으로 꼽았는데요. 특히 흥미로운 점은 많은 응답자가 2000년대 초반에 방영됐던 MBC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라는 프로그램을 언급했다는 거예요. 미디어가 독서문화 형성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답변이 많았어요. 최근 걸그룹 멤버의 독서하는 모습을 따라 책을 읽는 10대 이야기를 언급한 답변도 눈에 띄었어요.
그다음으로 높은 지지를 받은 정책은 ‘도서 구매 지원금 또는 할인 쿠폰 제공(22.9%)’과 ‘공공 도서관의 시설 및 서비스 확충(22.3%)’이었어요. 독서에 대한 경제적·물리적 접근성 둘 다 높아져야 한다는 의견이었는데요. 모든 세대가 책과 함께 성장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노력이 필요한 때인 것 같아요.
*어피티는 MZ 맞춤형 경제 콘텐츠를 뉴스레터에 담아 매일 아침 50만 구독자에게 보내는 MZ세대 대표 경제 미디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