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지영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의 제언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한류 동향·정책을 오랫동안 연구한 채지영 연구위원은 “이제 한류 팬덤 확산을 기반으로 한류 비즈니스를 고도화해야 할 시점”이라며 “데이터(자료) 기반 정보지원을 통한 한류 고도화, 중소 콘텐츠 기업의 해외 진출 활성화를 위해 ‘한류 비즈니스 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해외 한류 시장 및 소비자 정보에 대한 산업계의 요구는 늘어나는데 민간 문화콘텐츠 기업은 해외시장조사를 진행할 여력이나 역량이 부족하므로 한류 데이터 수집과 제공에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채 연구위원은 2021년 11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개최한 ‘빅데이터로 분석한 신한류 동향’ 포럼에서 ‘한류 대량자료(빅데이터)’를 수집·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각종 한류 콘텐츠가 데이터로 유통·소비되고 있다. 수많은 한류 관련 디지털 정보 자료를 실시간으로 취합·정리·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한류 비즈니스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한류 비즈니스 데이터 시스템’ 구축 필요
K-콘텐츠 기업들의 한류 실시간 데이터 수요는 급증하고 있는데 한류 현지 시장 데이터 생태계는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한류 산업 생태계에 속한 기업들은 대부분 영세해 데이터 정보를 수집·확보하는 데 인력과 재원에서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기존의 한류 데이터 연구·통계자료도 시의성과 가독성이 떨어져 활용하기 어렵다.
채 연구위원은 “한류 관련 데이터를 서비스하고 있는 기존의 공공데이터도 시의성과 가독성이 부족하고 보고서와 통계자료 중심이다. 민간의 한류 데이터 서비스도 신뢰성과 공신력이 부족하고 포괄범위에도 한계가 있다”며 “한류 콘텐츠를 생산·수출하는 국내 중소기업을 핵심 이용자로 설정하고 ‘한류 비즈니스 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책연구보다는 한류 콘텐츠 산업계가 현장에서 누구나 쉽게 접근해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실시간 현지 정보를 제공하는 대량자료(빅데이터) 기반 한류 소비 자료를 구축하자는 얘기다.
“전 세계 각 지역의 한류 소비 데이터가 매일매일 새롭게 달라지고 있다. 그런데 기존에 보유·제공하고 있는 한류 데이터는 이미 몇 년 지난 오래된 자료이고 유용한 활용을 위해 체계적으로 통계 처리가 되지 않은 채로 공급자 중심으로 제공돼 수요자가 유용하게 즉각 활용하기도 어려워 시의성이 떨어진다. 한류 빅데이터 수집·축적 플랫폼을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
해외 한류 관련 활동 현장의 모든 실시간 데이터를 한곳에 모으고 복잡한 보고서 말고 단순명료해 한눈에 자료가 보이도록 시각화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이다.
한류가 시작된 지 20년이 넘었다. 채 연구위원은 “한류가 외연 확장을 거듭하면서 개별 콘텐츠의 성공뿐만 아니라 이것들이 모여 전체 한류 브랜드를 구축하고 다양한 장르에 걸쳐 전 세계 곳곳으로 확장되면서 트렌디한 문화로 격상되고 있다”며 한류 개념도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한류를 “해외 소비자들이 한국의 대중문화콘텐츠와 상품을 자발적으로 선호·소비·구매하는 소비행동으로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한 사회에서 인기나 유행과 같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사회현상”으로 정의했다.
채 연구위원은 “K-드라마와 K-팝으로 우리 문화에 입문하게 된 한류 팬들은 더 많은 한국 상품과 문화, 한국 자체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며 이를 기반으로 전파된 다양한 한국 문화를 통틀어 전 세계적으로 ‘K-컬처’라고 일컫고 있다”며 “대중문화콘텐츠의 열풍과 그 뒤를 잇는 K-컬처 효과를 기반으로 변방의 문화였던 한국 문화는 세계 트렌드를 선도하는 주류 문화로 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한류의 성장은 6·25전쟁과 경제성장으로만 기억되던 우리나라에 문화국가로서 이미지를 부여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를 세계 문화를 선도하는 주요 문화국으로 발돋움하게 했다. 우리나라에 문화국가 프리미엄이 부여되고 있으며 이 효과로 다양한 한국산 제품의 가치도 상승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한류를 위한 과제
지속 가능한 한류를 위한 과제로는 우리나라 문화산업의 구조적 문제 해결을 꼽는다.
“한류의 빠른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한류를 선도하는 문화콘텐츠 기업들은 규모가 작고 기업 안정성이 떨어진다. 기업문화에서도 열악한 노동환경, 종사자 소득·고용 안정망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이 시급하다.”
안팎에서 화려한 모습을 보이는 신한류 문화콘텐츠 산업의 발전상에 비례해 우리 문화산업 내부의 질적 성장도 함께 꾀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류 산업 기반이 취약하다는 점도 꼽는다.
“정부는 문화콘텐츠 시장에 대한 개입과 기업에 대한 직접적 지원은 최소화해야 하지만 산업기반이 되는 기반시설(인프라) 구축에는 적극 나서야 한다.”
특히 채 연구위원은 정부가 K-팝 아레나 등 한류 관광 기반시설 건립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한다.
“세계적으로 K-팝 열풍이 불고 있으나 우리나라에 한류스타들이 공연할 만한 음악 전용 K-팝 아레나 공연장은 전무한 상태다. 그러다 보니 한류를 본고장에서 경험하려고 찾아오는 관광 기회를 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한류를 선도하는 드라마, K-팝, 영화와 같은 핵심 문화콘텐츠에 대한 가치를 재평가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류의 위상을 재정립해야 한다. 대중문화콘텐츠의 위상을 끌어올릴 수 있는 국립박물관·자료원(영화박물관, 드라마박물관, K-팝박물관, 대중음악자료원 등) 건립이 필요하다.”
조계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