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필자는 겨울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릴 적부터 추위를 유난히 싫어했던 탓에 겨울이면 동면하는 곰처럼 집에 틀어박히는 일이 많다. 사실 이번 겨울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추운 겨울을 피해 온종일 집에만 있다 보니 어느덧 무료함이 찾아왔다. 이불 속에서 SNS에 수시로 올라오는 지인들의 각종 여행 사진을 들여다보다 보니 갑자기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던가. 추운 겨울이지만 겨울 또한 그 나름의 색깔이 있는 법! 하얀 설원이 가득한 겨울의 색깔을 느끼고 싶어 카메라 하나 지갑 하나 달랑 들고 겨울 문화의 고장 강릉과 평창으로 떠나봤다. 부산에서 강릉으로 가는 길은 기차와 버스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그중에서 심야 열차의 낭만을 떠올리며 매주 토요일 10시 29분 부산에서 정동진으로 향하는 심야 열차에 몸을 실었다. 3만 500원의 가격에 8시간 정도가 소요되는 이 심야 열차는 매번 매진될 정도로 영남권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심야 열차에서 새벽시간을 잘 보내려면 꼭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있다. 새벽에 기온이 떨어지는 기차 내 공기를 생각해서 두툼한 옷이나 담요를 챙겨야 한다. 또한 스마트 기기 등의 충전을 편리하게 이용하려면 각 호실의 앞자리를 확보하는 것도 팁이라면 팁이다. 낭만을 즐기며 먹을 간식도 몇 개 챙겨간다면 잊지 못할 훌륭한 여행길이 될 것이다.
▶ 부산에서 심야 열차를 타면 8시간 후 정동진에 도착한다. ⓒ심인섭
맛있는 간식을 먹으며 바깥도 구경하고 잠도 자다 보니 오전 6시 즈음 정동진역에 다다랐다. 정동진역에서 내려 아침 바다를 눈에 담으며 역사로 향한다. 역사에 앉아 짐을 내려놓고 잠시 쉬면서 일출을 기다린다. 일출시간은 7시 29분쯤. 다시 정동진역 바깥으로 나가서 오늘의 해가 뜨기를 기다린다. 구름이 많이 끼어 그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불그스름한 하늘을 바라보니 왠지 올해는 좋은 일만 가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한껏 좋아졌다.
홍보체험관에서 미리 만나는 올림픽!
정동진 해변을 거닐면서 한적한 시간을 보낸 뒤 강릉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처음에는 정동진역과 강릉 사이를 오가는 셔틀버스를 타려 했지만 셔틀버스 간격이 너무 길어 정동진에서 강릉으로 향하는 시내버스를 택했다. 시내버스 또한 서울이나 부산처럼 자주 있는 것은 아니니 시간을 잘 확인하고 움직여야 한다.
▶ 금학칼국수 ⓒ남가희
강릉에 도착하니 출출함이 느껴졌다. 강릉 중앙시장 가까이에 위치한 금학칼국수는 강원도식 장칼국수 맛집으로 지역민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노부부가 운영하는 칼국수 집은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져 이제는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인기 있는 맛집이 됐다.
▶ 민속문화재 5호 선교장이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긴다. ⓒ심인섭
배를 든든하게 채운 뒤 국가지정 중요 민속문화재 5호 선교장으로 향했다. 이전 강릉 여행에서 방문한 오죽헌과는 다른 고요한 느낌이었다. 이 지방 명문으로 알려진 이내번(李乃蕃)이 처음으로 살기 시작해 후손들이 대대로 살았던 집으로 연꽃을 띄운 정원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선교장 이곳저곳을 거닐다 보니 어쩐지 양반집 규수가 된 듯한 느낌이 들어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경포해변은 강릉이 올림픽 도시가 되기 전에도 꽤 인기 있는 관광지였지만 평창동계올림픽 분위기가 무르익은 지금 외국인 관광객들이 찾을 정도로 인기 있는 명소가 되었다. 곳곳에 보이는 오륜기, 수호랑, 반다비가 평창올림픽을 기대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마지막 여정지로 평창동계올림픽 홍보체험관을 찾았다. 그곳에서 컬링과 아이스하키 같은 동계 스포츠도 체험해보고 평창동계올림픽 역사를 직접 느끼며 대한민국에서 열릴 전 세계인의 축제를 그려보았다. 강릉에서 만난 친구들과 어시장에서 신선한 회를 맛보다 보니 어느덧 하루가 저물었다. 다음 날은 동계올림픽의 중심도시, 평창에서 시간을 보냈다. 강릉시외버스터미널에서 횡계시외버스터미널로 향하는 시외버스를 타고 30분 정도 달리면 평창에 도착한다. 먼저 찾은 곳은 평창동계올림픽 주요 경기가 열릴 알펜시아리조트다. 봅슬레이와 스켈레톤 경기가 열릴 평창슬라이딩센터도 돌아보고 북유럽풍의 눈 덮인 알펜시아리조트를 둘러보다 보면 마치 겨울의 도시 스위스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몸도 녹이고 배도 채울 겸 횡계버스터미널 인근의 음식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감자옹심이를 먹으며 강원도의 맛도 느끼고 몸도 녹이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 마지막으로 평창동계올림픽을 후원하는 KT에서 만든 ‘5G 꽃밭양지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를 마셨다. 강릉시외버스터미널에서 부산으로 가는 표를 끊고 함께 여행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즐거웠던 겨울 여행을 마무리 지었다. 평창동계올림픽이 2월 9일 그 화려한 막을 올린다. 춥다고 집에만 있지 말고 이불을 벅차고 나와 겨울 바다도 만나보고 하얀 설원에 누워보기도 하며 완연한 겨울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동계스포츠를 관람하며 기쁨과 환호 그리고 인류애가 함께하는 그 순간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남가희│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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