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와~ 티라노사우루스가 이렇게 커?”
거대한 공룡 모형 앞에서 고개를 젖힌 아이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 티라노사우루스에 대해 줄줄 꿰던 유치원생 아이는 같이 온 엄마에게 “발톱이 엄청 크지?”라면서 신나게 말을 이어갔다. 세계 최대 티라노사우루스 ‘스코티(Scotty)’가 우리나라에 왔다. 경기 과천시 국립과천과학관(이하 과천과학관) 2층 중앙홀에서 4월 24일부터 8월 25일까지 ‘세계 최대 티라노사우루스’ 전시가 열리고 있다. 생각보다 거대한 스코티 모습에 부모 손을 잡고 온 아이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껏 티라노사우루스만큼 잘 알려진 공룡도 없다. 지구상에 살았던 육식동물 중 가장 큰 동물에 속하는 티라노사우루스는 성체가 되면 길이가 11~12m에 몸무게는 6~7톤에 이른다. 가장 잘 알려진 개체인 ‘수(Sue)’는 길이 12m에 몸무게가 8.4톤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이보다 더 크고 육중한, 세계 최대 티라노사우루스가 있다. ‘스코티’라는 이름의 티라노사우루스는 13m의 길이에 8.8톤의 몸무게를 자랑한다. 발굴에만 무려 30년이 걸렸다.
2024년은 과학자들이 처음으로 ‘공룡’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연구를 시작한 지 꼭 200년이 되는 해다. 스코티 전시는 공룡 연구 200주년을 기념해 과천과학관에서 진행하는 특별전의 일부다.
세계 네 번째 복제본 ‘스코티’ 공개
이번에 공개된 스코티의 화석 복제본은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만들어진 것이다. 스코티는 발굴지인 캐나다와 일본에서만 복제본 형태로 전시됐다. 복제본으로 공개하는 이유는 지금까지 발견된 스코티 화석이 전체 골격의 65%에 이르기는 하지만 대부분 작은 조각인 탓에 전시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캐나다에서는 대형 골격을 복제하는 기업 ‘리서치 캐스팅 인터내셔널(RCI)’에 의뢰해 전신 골격을 제작해 공개하고 있다.
과천과학관에 전시된 스코티 역시 RCI가 만든 것이다. 지난 3월 말 항공기를 통해 한국에 들어왔는데 워낙 큰 탓에 운송비만 2억 원이 들었다고 한다. 이번 전시를 담당하는 과천과학관 김선자 연구관은 “완전하게 복원된 가장 큰 개체로서 스코티 전시는 공룡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눈여겨볼 만하다”며 “스코티 골격뿐 아니라 여섯 가지 연구 내용이 함께 전시되기 때문에 꼼꼼히 살펴보면 좋다”고 말했다.
스코티 전시 이후 첫 주말인 4월 27일 과천과학관은 연간회원을 대상으로 김 연구관이 직접 전시를 해설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공룡에 관심 있는 어린이를 중심으로 진행된 전시 해설 시간에 김 연구관은 스코티의 발굴과정, 스코티와 티라노사우루스에 대한 연구결과를 상세히 설명했다.
스코티는 1991년 캐나다 서스캐처원주에서 처음 발견됐다. 로버트 겝하트라는 고등학교 교장이 스코티의 꼬리뼈를 발견한 것이 시작이다. 스코티를 둘러싸고 있는 두껍고 단단한 사암 때문에 화석화된 뼈를 암석에서 완전히 제거하는 데만 20년이 걸렸다. 복원이 완료된 것은 2019년으로 30여 년의 세월이 걸려 스코티가 현재의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지금까지 발견한 스코티의 골격은 전체의 65%를 차지한다. 김 연구관은 “지금까지 발견된 티라노사우루스 개체는 40여 개인데 개체의 5~10%만 화석으로 발견된 경우도 있다”며 “스코티의 경우는 상당히 많은 부분이 발견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코티란 이름은 발굴팀이 스코티를 발견하고 나서 마신 축하주 ‘스카치 위스키’에서 따온 것이다. 스코티의 높이, 즉 땅에서 골반뼈까지의 길이는 4m에 달한다. 무게는 대퇴골 방정식으로 계산해 8.8톤으로 추산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무거운 개체인 ‘수’보다 400㎏ 무겁다.

복원도에서 복원 뒷이야기까지
티라노사우루스는 세월이 흐르면서 모습이 많이 변한 공룡 중 하나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영화 ‘쥬라기 공원’의 티라노사우루스는 지금 과학자들이 복원하는 모습과 다르다. 맨 처음 티라노사우루스는 꼬리를 끌며 다니는 도마뱀과 같은 형태로 복원됐다. 그러다 머리와 꼬리가 수평을 이루는 현재의 모습으로 고쳐졌다. 체격도 달라졌다. 날씬하고 빠르게 달리는 공룡으로 그려진 티라노사우루스도 있었지만 요즘에는 둔중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과천과학관 전시에서는 이 같은 티라노사우루스 복원도의 변천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전시에서는 티라노사우루스의 턱뼈, 즉 하악골과 뇌를 복원한 연구 내용도 확인할 수 있다. 김 연구관은 “티라노사우루스의 하악골에는 혈관과 신경관이 복잡하게 발달돼 있다”며 “촉각에 민감한 주둥이를 가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티라노사우루스의 민감한 주둥이는 단지 먹이를 먹는 것에만 이용되지 않았다. 짧은 앞발 대신 둥지를 짓거나 새끼를 돌보는 일에도 활용됐을 것이라는 게 김 연구관의 설명이다.
전시를 통해 티라노사우루스의 뒷발 구조도 알 수 있다. 보통 육식공룡의 뒷발은 좌우 폭이 같은 2·3·4번 중족골로 이뤄져 있다. 반면 티라노사우루스의 3번 중족골은 2번과 4번 사이에 쐐기형으로 끼어 있다. 어느 육식공룡보다 더 무거운 몸을 지탱하기 위해 이런 구조를 가졌다는 것이다.
전시의 마지막 부분은 티라노사우루스의 생애에 대한 것이다. 공룡의 뼈에는 나무의 나이테처럼 성장선이 기록돼 있는데 이를 통해 수명을 파악하고 성장과정을 추론할 수 있다. 김 연구관은 “이번 스코티 전시는 티라노사우루스에 대한 최신 연구내용이 망라돼 있어 공룡 연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물론 티라노사우루스만 아는 일반인들도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공룡을 좋아하는 아이들의 반응이 뜨겁다”고 말했다.
김효정 기자
박스기사
국립과천과학관의 기획전
과학자와 소통하고 우주 탐험해볼까
국립과천과학관에서는 2024년 기관 브랜드 기획전으로 ‘보이지 않는 우주’ 전시가 열리고 있다. 4월 19일 개막해 8월 18일까지 이어지는 이 전시는 인류가 어떻게 우주를 탐구해왔는지를 보여준다. 전시는 총 세 부분으로 구성되는데 1부 ‘보이는 빛, 보이지 않는 빛’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빛을 소개하고 빛을 관측하는 주요 망원경에 대해 설명한다. 2부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는 암흑물질, 블랙홀, 중성미자, 암흑에너지 등 6개의 보이지 않는 것들을 과학자들이 어떻게 연구했는지 알아볼 수 있다. 3부 ‘미지의 세계를 향한 도전’에서는 인류가 우주를 탐구해가는 과정과 더불어 미디어아트 작품이 전시된다.
매달 4주차 토요일에는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분야의 과학기술에 대해 알아보고 과학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된다. 4월부터 11월까지 8회 내외로 열리는 ‘선을 넘는 과학자들’이다. 4월에는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뉴럴링크’라는 미래기술을 임창환 한양대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의 강연을 통해 알아봤다.
5월 25일 토요일에 진행하는 두 번째 강연은 브랜드 기획전 ‘보이지 않는 우주’와 연계해 진행된다. 이영욱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교수가 암흑에너지 관련 내용을 소개할 예정이다. 12세 이상 누구나 네이버 유료 사전 예매를 통한 현장 참여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