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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후반, 강원도 영월군은 큰 고민에 빠져 있었다. 정선·태백 등 주변 지자체들이 새로운 사업으로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던 차에 딱히 내놓을 만한 관광상품이 없어 이웃 지자체의 성공사례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21세기를 앞두고 각 지자체가 지역경쟁력을 제고하고 새로운 수익원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뛰던 때 영월군은 지역을 특화할 만한 사업거리로 고민하고 있었던 것. 이 과정에서 한 직원이 다소 '황당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높고 푸른 청정 하늘을 팔면 어떨까요?"
영월이 가진 것은 맑은 공기와 맑은 물, 맑은 공기뿐인데, 하늘과 가장 가까운 산악지역에 밤하늘을 관찰할 수 있는 천문대를 건설하자는 아이디어였다. 현재의 별마로천문대(033-374-7460)를 있게 한 최초 기획자인 영월군청 경제정책과 이형수 계장은 이에 대해 '역발상의 성공'이라고 설명한다.
"쉽지 않은 일이었어요. 하늘을 판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그러나 영월이 가진 자연조건을 잘 활용해 보면 승산이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천문대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에 몇 차례 다녀오고, 과학기술부와도 협의한 끝에 2001년 10월 천문대를 개관하게 됐습니다."
매년 흑자폭 상승, 세계적 천문대로 만들 것
강원도 영월의 봉래산 정상에 소담하게 위치한 별마로천문대. 둥근 은색의 천문대 건물은 마치 미확인비행물체(UFO)가 착륙해 있는 듯하다. 별마로천문대는 별과 정상을 뜻하는 '마로'의 합성어로, 산 정상과 최고의 천문대라는 두 가지 뜻을 담았다고 한다.
별마로천문대는 2001년 10월 영월군과 과학기술부가 총 사업비 45억 원을 들여 건립한 국내 최대 규모의 시민천문대다. 또한 국내 시민천문대 중 최고의 높이인 봉래산 정상(해발 799.8m)에 위치할뿐더러 가장 큰 반사망원경이 설치돼 있다. 별마로천문대의 유관종 계장은 "영월은 하늘의 별을 관측할 수 있는 최적지"라고 자랑삼아 말한다.
"별마로천문대는 다른 시민천문대에 비해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천혜의 자연을 그대로 간직했다는 것이 최고 장점입니다. 영월은 오염원이 별로 없어 날씨가 좋으면 연중 어느 때나 별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관측 가능한 일수가 192일이나 돼 최적지로 꼽힐 정도입니다. 그렇다 보니 천문 동호인들은 물론 아이들을 대동한 수도권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어요."
지난 한 해 동안 이곳을 다녀간 관람객은 3만5,800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하지만 별마로천문대가 이처럼 유명세를 타기까지 모든 일이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좁은 진입로와 불편한 교통문제로 애초 별마로천문대를 찾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특히 겨울철에는 도로가 얼어붙어 천문대 방문을 포기하는 관광객도 많았다.
하지만 영월군은 진입로를 넓히고 겨울철 제설작업을 효율적으로 하면서 천문대 방문객을 점차 늘려왔다. 유 계장은 "중앙고속도로가 뚫리고 38번 국도가 개통되면서 교통편이 많이 좋아졌다"며 "매년 인건비를 제외한 흑자폭이 상승하고 있어 계속적인 설비투자를 통해 세계적 천문대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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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사철 별여행 떠나는 국내 최대 시민천문대
별마로천문대 1층에 들어서면 우선 우주에 관한 각종 자료들을 관람할 수 있는 전시실이 마련돼 있다. 이곳에는 세계 여러 나라의 우주관 및 태양의 내부 구조와 행성의 모형, 천문상식, 입체영상코너가 설치돼 우주의 이모저모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지하로 한 층을 내려가면 관람객들은 마치 우주 공간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만하다. 8m의 돔 스크린에 밤하늘을 그대로 담아 각종 별자리를 관찰할 수 있다. 환한 대낮이나 비가 오는 날에도 별이 총총한 밤하늘로의 우주여행이 가능한 것이다. 천체투영기를 통해 비치는 스크린에서는 실제 밤하늘의 별자리와 행성 위치를 정확히 관찰할 수 있다.
별마로천문대는 특히 관람객들이 방문한 날, 실제로 관측할 수 있는 별자리 이야기와 우주에 얽힌 갖가지 비밀을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입심 좋은 교육관들의 설명을 곁들여 밤하늘을 옮겨놓은 듯한 천체 스크린을 감상하다 보면 성인들도 어린 시절 별을 헤아리던 추억 속으로 빠져든다.
내년까지 25억 투자, 교육관 건립 예정
천문대 안연태 교육관은 "별에 대한 공부를 충분히 하고 별을 보면 별이 더 가깝게 느껴진다"며 "국자 모양을 한 북두칠성을 찾는 것에서부터 우주여행은 시작된다"고 설명한다.
천체투영실에서 교육관의 설명을 듣고 4층으로 올라가면 천문대의 핵심 공간인 주관측실과 보조관측실을 둘러볼 수 있다. 주관측실에는 전문가들도 쉽게 접할 수 없는 800mm 반사망원경이 설치돼 있다. 이 망원경은 성능이 국내에서 두번째로 정밀한 망원경으로 알려져 있고, 일반 시민에게 공개되는 망원경으로는 최대 규모와 최고 성능을 자랑한다.
또 보조관측실은 보통 주간에는 덮개로 가려져 있지만 밤이 되면 덮개를 열고 새로운 체험공간을 마련해 준다. 마치 우주선의 슬라이딩 덮개가 열리듯 보조관측실의 슬라이딩 돔이 좌우로 열리면 청명한 밤하늘의 별자리와 함께 교육관의 설명을 들을 수 있다.
가족과 함께 온 김모(35) 씨는 "별자리를 어렵게만 생각했는데 별자리에 얽힌 전설을 교육관을 통해 들으니 쉽게 알 수 있었다"며 "요즘 쉽게 볼 수 없는 별을 통해 아이들에게 신비함을 느끼게 하고, 꿈을 심어주기 위해 천문대를 찾았다"고 말했다. 이곳에는 행성·성운·성단 등 관측 대상에 따라 각기 다른 망원경을 사용해 관찰할 수 있다. 각각의 별들을 최대한 자세히 볼 수 있도록 망원경 12개가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천문대 3층에는 영월군의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휴게실이 준비되어 있다. 또 2층에는 우주와 별에 대한 개론을 들려주는 강의실이 있다. '관람객에게 무조건 친절히 하라'라는 슬로건을 내건 별마로천문대는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유 계장은 "별마로천문대를 청소년들에게는 우주에 대한 지식과 꿈을 심어 주고, 일반인들에게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돌려주는 문화·레저공간으로 각광받게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내년 11월까지 25억 원을 투자해 교육관을 신축해 간접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 별마로천문대를 영월군 대표 관광상품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백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