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진행 중인 ‘쓰레기 다이어트’ 시민실천운동에 참여하는 백혜진 씨가 쓰레기 배출량을 기록하고 있다. 쓰레기를 종이, 비닐, 플라스틱, 스티로폼, 캔(무게·개수), 병(무게·개수), 1회용품(컵, 접시, 용기, 나무젓가락), 종량제봉투 등으로 분류해 기록한다.
생활 속 쓰레기 다이어트
오늘도 쌓이는 쓰레기를 보면서 반성을 한다. 종이, 플라스틱, 스티로폼, 비닐이 어느새 수북하다. 매일 배출하지 않는다면 우리 집에 쓰레기 산이 생기는 것은 시간문제다. 코로나19가 키운 택배와 배달 습관으로 쓰레기 고민은 더 깊어간다. 무엇이 문제일까?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평소 생활 속 쓰레기 줄이기를 실천하고 있는 백혜진 씨를 찾아갔다.
▶서울시가 진행 중인 ‘쓰레기 다이어트’ 시민실천운동에 참여하는 백혜진 씨가 쓰레기 배출량을 기록하고 있다. 쓰레기를 종이, 비닐, 플라스틱, 스티로폼, 캔(무게·개수), 병(무게·개수), 1회용품(컵, 접시, 용기, 나무젓가락), 종량제봉투 등으로 분류해 기록한다.
쓰레기 배출량 매일 기록
10월 20일 오후 6시 서울 중구의 한 빌라촌. 퇴근하고 집에 도착한 백혜진(43) 씨는 거실에 앉아 재활용품 분류 작업에 한창이었다. 플라스틱, 금속류, 종이류로 각각 구분해놓은 재활용 분리수거함을 가져와 저울에 무게를 측정하기 시작했다. 이날 가장 많은 무게를 차지한 것은 1.24kg의 종이 쓰레기였다. 백 씨는 측정한 쓰레기 배출량을 태블릿PC를 열고 기록한다.
“재활용 분리수거함에 쓰레기가 어느 정도 차면 버리기 전에 무게를 재요. 그리고 쓰레기별로 측정한 무게와 개수를 기록해요. 이때 분리수거함 자체 무게인 0.07kg은 빼고 적죠. 이렇게 틈틈이 기록한 배출량을 매달 쓰레기별로 합산해 온라인 설문조사 방식으로 서울시에 제출합니다.”
백 씨는 지난 9월 중순부터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쓰레기 다이어트 참여단’으로 활동하고 있다. 집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종류별로 무게를 재어 배출량 변화를 점검하고 줄이기를 실천하는 시민 프로그램이다. 쓰레기는 종이류, 비닐류, 플라스틱류, 스티로폼류, 캔류(무게·개수), 병류(무게·개수), 1회용품(컵, 접시, 용기, 나무젓가락), 종량제봉투 등 10항목으로 분류하고 있다.
서울 시민 164가구가 참여하고 있으며 11월 말까지 실천해야 한다. 받은 재활용 분리수거함 3종과 저울, 활동 노트를 활용해 두 달 반 동안 배출된 쓰레기를 기록하고 수행업체에 제출해야 한다. 매달 자원순환 환경 전문가의 자문도 받게 된다.
▶백혜진 씨가 재활용 쓰레기 무게를 재고 있다.
2인 가구 월 평균 15kg 쓰레기 배출
백 씨는 참여단 활동을 시작한 9월에는 평소와 같이 쓰레기를 배출해 기록했다. 참여단 가구별 배출량이 타 가구에 비해 어느 정도인지 비교해볼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었다. 우리 집 쓰레기양을 객관적으로 파악해보는 시간인 것이다.
9월 마지막 2주 동안 백 씨가 배출한 쓰레기양은 종이 2kg, 비닐 0.37kg, 플라스틱 0.72kg, 캔 0.28kg 4개, 종량제봉투 2.14kg였다. 스티로폼과 병, 1회용품은 하나도 배출되지 않았다. 백 씨와 동일한 2인 가구 참여자들과 비교해보면 전체적으로 적은 배출량을 보였다.
2인 가구 참여단의 9월 쓰레기 배출 평균량은 종이류 3.13kg, 병류 1.53kg, 플라스틱류 1.38kg, 비닐류 0.69kg, 캔류 0.30kg 5.06개, 종량제봉투 7.26kg을 배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자문위원은 백 씨에게 캔류 무게가 다른 가정에 비해 무거운 원인을 확인해보라는 의견을 보냈다. 전체적으로 적은 양의 쓰레기 배출을 보이고 있는 백 씨가 왜 캔류는 타 가구 수준으로 배출하는지를 살펴보라는 의미다.
쓰레기를 줄이는 데 무게를 기록하는 게 도움이 될까? 참여단은 수치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숫자로 기록해서 보니까 직접적으로 와닿아요. 내가 얼마나 쓰레기를 많이 버리고 있는지 한눈에 들어오게 됐어요. 그러면서 쓰레기를 줄여야겠다는 행동력이 강해졌죠.”
백 씨의 쓰레기 분리배출을 지켜보는 과정에서 놀라운 점을 발견했다. 우선은 재활용 분리수거함에 담긴 쓰레기 상태가 너무 깨끗한 것이다. 종이는 반듯하고 플라스틱 용기는 하얗다. 음식물 등 이물질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그냥 버리면 안 돼요. 비닐도 펴서 버려주세요.” 백 씨의 말에 재활용 수거 비율은 80%지만 실질 재활용율은 40%에 그치는 현실이 떠올랐다. 분리배출량보다 올바른 분리배출이 더욱 중요한 까닭이다.
주방 한쪽의 작은 상자에는 페트병 뚜껑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자주 다니는 상점에 페트병 뚜껑을 일정 무게 모아가면 소품 등으로 바꿔줘요. 이렇게 살림살이 모으는 재미는 덤이에요.”
페트병·캔도 돈 받고 버리기
백 씨는 1년 전에 참여했던 플라스틱 제조사 감시 경험이 이번 쓰레기 다이어트 참여단에 지원한 동기가 됐다고 한다. “2020년에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기업을 감시했다면, 2021년엔 소비하는 개인들을 모니터링하고 싶었어요.”
백 씨가 환경문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는 일이다. 이를 위해 백 씨는 소비 방식을 바꾸고 있다.
“생활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플라스틱이 용기예요. 화장품, 비누, 샴푸, 세제 등을 담은 용기요. 자주 배출되고 부피도 크죠. 그래서 다 쓴 용기를 모아놨다가 가게에 가져가 내용물만 사서 담아 와요. 점점 이런 소비 방식을 늘려나가고 있어요.”
소비 제품을 만들어내는 기업들이 플라스틱을 줄이지 않으면 소비자가 당장 할 수 있는 활동은 무얼까?
“덜 사고 덜 쓰고 덜 먹고. 이것이 소비자로서 최선의 방법 아닐까요? 근데 이것도 제약이 많아요. 소비자의 선택권이 많지 않거든요. 알맹상점(용기를 가져가면 세제 등 내용물을 채워주는 상점)만 봐도 동네에서 쉽게 찾을 수 없어요. 합정, 망원, 성수 등 힙한 지역으로 가야만 해요. 많은 알맹상점이 동네에 생기면 좋겠고 그런 환경을 정부에서 지원해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백 씨는 쓰레기가 돈이 되는 꿀팁을 공유했다.
“캔과 페트병을 수거하는 인공지능(AI) 재활용품 자동 회수기가 요새 꽤 생겨나고 있어요. 사용 후 세척, 건조한 캔과 페트병을 기계에 넣으면 개당 포인트를 지급해요. 얼마 이상 모으면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고요. 공병을 모아서 슈퍼마켓에 가져가면 돈을 주잖아요. 이제는 공병뿐만 아니라 페트병과 알루미늄 캔까지 돈을 받고 버릴 수 있어요.”
모두가 ‘환경’이라는 스위치를 켜보면 어떨까? 결국 사소한 생활 습관이 큰 변화를 가져온다.
글 심은하 기자, 사진 곽윤섭 기자
생활 쓰레기 줄이기
전문가가 알려줍니다
서울시 생활 쓰레기 줄이기 시민 실천 프로그램에는 자원순환 환경 전문가들이 자문을 맡고 있다. 조민정 서울환경운동연합 팀장도 그중 한 명이다. 조민정 팀장은 “9월 2주 동안 배출된 쓰레기를 살펴보면 종이, 플라스틱, 병, 비닐류 순으로 많이 배출됐다”며 “코로나19 영향으로 종이는 택배 쓰레기가 가장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쓰레기 다이어트 참여단의 9월 기록을 분석했다. 조 팀장이 다섯 가지 주요 생활 쓰레기 줄이기 해결책을 제시했다.
종이: 종이류는 전량 재활용이 가능하므로 잘 배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택배 상자는 송장과 테이프는 제거해 일반 쓰레기로 버리고 상자만 모아서 배출한다. 코팅지는 재활용이 안 된다. 일반 쓰레기로 버린다. 헷갈리면 살짝 찢어봤을 때 비닐이 얇게 보이면 코팅지다. 고지서는 전자우편이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받고 여백지는 바로 버리지 말고 이면지로 활용하고 책은 지역 중고 거래로 재사용을 권한다. 종이 팩은 휴지로 만들기 때문에 종이와 별도로 분리해 배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소량만 배출하면 선별장에서 일반 쓰레기로 버려질 수 있으니 두둑하게 모아서 배출하는 게 좋다.
플라스틱: 텀블러를 사용하는 습관을 기르자. 포장은 불편하더라도 직접 그릇을 챙겨 가서 담아 오거나 다회용 그릇을 쓰는 업체를 이용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병류: 빈병 보증금 대상이 섞여 있는지 확인해라. 빈병 보증금 대상은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 가져다주면 재사용이 가능하다. 재활용은 세척, 운송 등 에너지가 많이 든다. 그러나 재사용은 세척만 하면 있는 그대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좋다. 번거롭고 무겁겠지만 페트병에 든 주류보다 병에 든 주류 이용을 권한다.
비닐: 비닐은 전량 재활용되기 때문에 깨끗하게 씻어 배출한다. 또 장바구니 사용을 생활화하자.
일회용품: 일회용품은 재질의 불확실로 재활용이 안 된다. 사용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배달할 때 최대한 거절하고 부득이 사용할 경우엔 일반 쓰레기로 배출한다.
▶정보무늬를 스캔하면 ‘생활 속 쓰레기 다이어트’ 체험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