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의 손흥민이 12월 7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아스널전에서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연합
“손흥민의 골은 미쳤어….”
‘월드 스타’ 손흥민(28·토트넘)을 바라보는 조제 모리뉴(57) 토트넘 감독의 발언에는 소속 선수에 대한 깊은 애정이 배어 있다. 그의 평가는 이어진다. “그는 정말 동물같이 뛴다. (동물이 사람 같지 않다는 뜻이 아니다) 나는 동물을 좋아한다. 오해하지 말라”며 손흥민의 태도를 칭찬했다. 손흥민의 인터뷰 때는 “S*** Goal(쉬 골)”이라며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면서 손흥민에게 장난을 걸었다.
12월 7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토트넘과 아스널 경기 뒤 벌어진 장면이다. 이날 토트넘은 손흥민의 선제골과 해리 케인의 쐐기골로 2-0으로 이겼다. 시즌 개막전 패배로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리그 11라운드가 지난 시점에서 팀이 선두로 올라서는 모습에 모리뉴 감독도 신이 났다. 세계적 명장인 모리뉴 감독은 순도 높은 결정력을 갖춘 손흥민 덕에 자주 승리하자 그를 두고 “월드 클래스”라고 명명했다.
초반 17경기 13골로 경기당 0.76골
손흥민의 폭발력 배경으로는 축구 선수 절정기라는 그의 연령대가 첫손에 꼽힌다. 보통 10대에도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는 많지만 성인 무대에서 특출난 선수로 꼽히기 시작할 때는 대개 21~23세 무렵이다. 이들의 잠재력이 급팽창(24~26세)하고, 완숙과 절정의 경지에 이르는 시점은 27~29세로 여겨진다.
2015년 분데스리가에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으로 이적한 손흥민의 골 행진도 이를 방증한다. 2017년(21골), 2018년(18골), 2019년(20골) 연속 20골 안팎에 도달했고, 올 시즌엔 리그 10골과 유로파리그 3골 등 초반 17경기 13골로 경기당 0.76골의 높은 생산성을 자랑하고 있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보통 한국 선수들이 받은 학교 축구부 시스템과 달리 손흥민은 어려서부터 아버지에게 집중적으로 탄탄한 기본기 교육을 받았고, 일찍부터 수준 높은 유럽 무대를 경험하면서 잔뼈가 굵었다. 여기에 축구 선수로는 절정기 나이라는 요소들이 겹치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1980년대 분데스리가에서 98골(총 121골)을 터트린 ‘폭격기’ 차범근과 손흥민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유럽 무대 득점 총량과 2019년 번리전 70m 드리블 골, 2020년 9월 사우샘프턴 4골 폭발 등으로 세계 축구팬의 머릿속에 슈퍼스타 이미지를 각인한 손흥민이 차범근의 선수 시절 영향력을 넘어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세계적 명장으로 우뚝한 모리뉴 감독이 손흥민을 가장 많이 신뢰하는 것도 욱일승천하는 그에게 날개를 달아준 격이다. 모리뉴 감독은 2004년 포르투갈의 포르투를 이끌고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차지해 다크호스를 강팀으로 만드는 전술가다운 면모를 뽐냈다. 이후 첼시, 인터밀란, 레알 마드리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의 사령탑을 거치면서 고도의 ‘인력 관리(매니지먼트)’ 능력도 선보였다. 세계 최고의 명문 팀에서 이름값 높은 선수들을 상대로 팀 에너지를 하나로 모으는 데는 어마어마한 ‘밀당’이 필요하다. 그것을 잡음 없이 해내기가 쉽지 않은데, 그는 대부분의 팀에서 선수단을 우승이라는 목표에 몰입하도록 만드는 역량을 과시했다.
명장 모리뉴와 교감 자신감 폭발
이런 바탕 위에 모리뉴 감독은 2019년 말 토트넘에 부임한 이후 높은 승률로 팀을 정비하며 리그 6위로 첫 시즌을 마무리했고, 공격과 수비진을 크게 보강한 이번 시즌에는 정상권을 달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선수단에 대한 장악력도 보여주고 있다. 팀 내 핵심 중 하나인 델레 알리가 벤치로 밀린 것은 대표적 사례다. 알리는 올 시즌 거의 출장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초특급 스타라도 사령탑의 기준에 맞지 않으면 언제든지 선발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뛰고 싶으면 더 열심히 노력하고, 그런 모습을 훈련장에서 증명해야 한다.
팀 정신자세를 항상 강조하는 것도 그의 특징이다. 모리뉴 감독은 똑같은 무승부라도 프리미어리그 첼시전(0-0) 뒤에는 “라커룸에서 보여준 선수들의 승부욕이 기분 좋다”라며 칭찬했지만, 유로파리그 조별리그 린츠전(3-3) 뒤에는 “환경에 따라 선수들의 동기부여가 달라진다. 자세에 문제가 있다”라며 화를 낸 바 있다.
카리스마 넘치는 감독이지만, 손흥민과 케인에 대해서는 늘 엄지를 치켜세운다. 모리뉴 감독은 “케인은 공격수지만 우리 골문 앞에서 클리어링을 하고, 손흥민은 상대 풀백과 중앙 공격수를 막는다”라고 칭찬했는데, 팀 수비 전술을 잘 수행하면서도 밸런스를 맞춰 알토란같이 득점하는 둘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명장과 이런 교감은 손흥민의 자신감을 더 북돋고 있다. 실제 손흥민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최강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맨체스터 시티, 아스널을 상대하면서 모두 득점포를 가동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영입한 개러스 베일이 아직 완전한 몸 상태가 아니어서 케인-베일-손흥민으로 이어지는 ‘KBS 공격라인’은 일시 유보된 상태다. 하지만 베일이 살아난다면 KBS 라인은 언제든 가동될 수 있는 휴화산이다.
모리뉴 감독은 몸을 낮추고 있지만 내심 올 시즌 리그 우승 등 트로피에 대한 욕심이 있다. 그 힘든 도정에서 주포인 손흥민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성실하고, 밝고, 열정이 넘치는 손흥민은 늘 준비가 돼 있다.
모리뉴 감독은 그런 손흥민을 향해 “변함없이 열심히 뛴다”며 격려하고 있는데, 둘이 빚어내는 특별한 인연은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의 상승세와 함께 올 시즌 팬들이 지켜볼 흥미로운 대목 중 하나다.
김창금_ <한겨레> 스포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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