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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지금 온 나라가 들끓고 있다. 로또복권으로 들끓고 있으며 대북송금으로 들끓고 있다. 로또복권 판돈으로 2,600억 원을 거는 광란의 축제를 서슴지 않는 우중들이 한편으로는 북쪽 동포에게 2,235억 원을 송금했다고 야단법석을 떨고 있다. 빈사상태에 이른 추장의 살을 이리 뜯고 저리 뜯는 황야의 하이에나들처럼 광분의 피를 여기저기 흩날리고 있다.’(91쪽)
‘도올의 국가비젼’(김용옥 지음, 통나무)을 보며 밑줄을 쳐 놓았던 대목이다. 흥미롭지 않은가. 이 책의 저자인 동양철학자 도올 김용옥 씨 특유의 모습까지 연상된다. 이 대목을 강연으로 했을 경우 목에는 힘줄이 불끈 돋았을 테고,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을 것이다. 사실 요즘 이런 직설적 문장을 신문이나 단행본 등에서 구사하는 이는 드물다. 모두 얌전하고 고만고만한 톤으로 일관한다.
그런 ‘통조림 글’들은 공식적인 어휘를 대강 나열해 놓고 자기 의견은 꼬리에 살짝 달아놓기 십상인데, 도올은 거꾸로 간다. 그런 개성만발의 글은 좋아하는 팬과, 질겁할 반대자들을 함께 만들어낼 것이 분명하다.
앞 인용 글은 김대중 정부 말기 대북송금을 둘러싼 소모적 사회논쟁을 질타한 신문기자 시절의 글인데, 이런 대목이 백미다.
‘2,235억 송금을 놓고 특검제라도 도입하여 내력을 공개하라고? 민주의 이름 아래? 투명성의 원칙 아래? 참으로 철없는 승냥이 새끼들의 싸움일 뿐이로다.’
나는 신문사란 무엇보다 생각과 사상의 핵심적 단위라고 본다. 또 독자적인 맞춤법과 글의 스타일까지 운용하는 ‘언어의 생산기지’여야 한다고 본다. 때문에 도올의 대 사회 발언을 담은 그 책을 통해 그런 ‘1인 저널리즘’의 가능성까지 읽었다. 어쨌거나 그가 <문화일보> 기자 시절 썼던 글을 모아놓은 ‘도올의 국가비젼’은 생동감이 돈다. 부제 ‘신행정수도와 남북화해’라는 현재진행형의 주제 때문에 여느 칼럼집과 달리 뜨끈하다. 적실성이 높다는 얘기다.
지금 시점을 도올은 ‘단군 이래의 신기원’이라고 규정한다. 새로운 종류의 지배권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그건 참여정부에 대한 명백한 지지발언이다. 시대가 바뀌어 ‘반정부=사회정의’라는 등식은 이미 낡았다는 설명에도 고개가 주억거려진다. 하긴 진보와 보수의 구분, 그게 뭐 대수로울까? 중국과 미국에 대한 국제정치학 인식을 바탕에 깐 한반도 현상황에 대한 분석은 독자들의 정치적 입장과 상관없이 매력적이다.
지난해 6월 개성공업지구 착공식에서 현대아산 정몽헌 회장과의 인터뷰, 그 글 바로 뒤의 정몽헌 회장 영결식 조사 등은 한 시대의 기록물로도 손색없어 보인다. 그가 김정일 위원장에게 보냈던 편지, 독자적인 미국 비판의 글인 ‘네오콘, 그들은 누구인가’ 등도 일관성이 있다. 현재의 복잡한 한반도 정세 속에서 주도권을 쥐고 민족자결 쪽으로 가자는 뜨거운 열정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하기에 따라 ‘한반도에 천우신조의 기회가 오고 있다’는 다소 과장 섞인 듯 보이는 진단도 설득력이 크다. ‘도올이 왜 이런 문제까지?’ 했던 사람이라도 마찬가지 느낌일 게다. 책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는 행정수도 이전 문제 역시 ‘한민족사의 필연’이라는 도올의 생각을 귀동냥해 가며 폭넓은 역사 인식 속에 균형 잡힌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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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