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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18일 노무현 대통령이 8박9일간의 독일과 터키 순방을 마치고 귀국했다.
이로써 지난해 12월 영국 국빈방문으로 시작된 유럽연합(EU) 주요국과의 정상외교
일정이 마무리됐다.
지난해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순방의
연장선에서 보면 참여정부가 내건 경제·평화외교의 지평이 확대된 것은 물론
내용적으로도 한층 충실해졌다는 평가다. 특히 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
이어 두번째로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와의 만남을 통해 개인적 신뢰를 돈독히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독일과의 실질외교 성과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B]교역 확대와 IT 협력체제 구축[/B]
우선 양국 간 투자·교역 기반을 확대하고 정보기술(IT)과 산업기술, 중소기업
분야에서 협력 체제의 기틀을 마련했다. 한국이 세계시장 제패의 야심을 갖고 추진하는
DMB(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 사업과 관련해 정보통신부가 내년 독일월드컵 채택을
목표로 바이에른주와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은 대표적 성과로 꼽힌다.
이런 가시적 성과와 함께 북핵 문제 해결을 포함한 향후 한반도 평화와 통일 문제에
대한 구상을 밝힌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아직 구체적 단계는 아니지만, 노 대통령이
동·서독 통일에 관여한 인사들을 집중적으로 접촉하는 과정에서 평소 품어온
통일에 관한 구상을 가다듬고 이를 이른바 ‘4단계 통일 로드맵’으로 명확하게 제시한
것은 6자회담이 교착 상태에 빠진 현 시점의 중대성에 비춰 상당한 시사점을 준다는
분석이다.
이른바 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은 북핵 문제 해결을 전제로 통일에 앞서
교류 협력과 국가연합 단계를 거치자는 것이다. 북한의 체제 전환 또는 갑작스러운
붕괴가 아닌 예측 가능한 프로세스를 통해 진행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아울러 노 대통령은 묵시적이고 간접적인 방법을 통해 과거사 왜곡으로 동북아
지역 내 갈등을 조장하는 일본에 대해서도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와 함께 이번 순방은
행정도시 건설에 대한 노 대통령의 신념이 더욱 확고해지는 계기로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노 대통령은 프랑크푸르트를 돌아본 뒤 “50년을 내다보는 마음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 데 이어 터키의 행정수도 격인 앙카라를 둘러보고는 “터키는
막 이륙해 힘차게 날아오르는 큰 비행기와 같다”고 말해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에
전력할 것임을 시사했다.
1957년 수교 이후 48년 만에 실현된 노 대통령의 첫 터키 방문 또한 6·25
참전으로 맺어진 혈맹 관계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당장
터키 정부는 터키 접경인 이라크 아르빌에 파병된 국군 자이툰부대 활동에 대한 지지를
확인하고 유사시 협조를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유럽-아시아-중동을 잇는 전략적
요충인 이곳에서 한국 기업들이 역내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구축할 수 있도록
각종 지원을 해주기로 했다.
특히 유럽과 아시아·아랍권을 잇는 전략적 요충인 터키에 대해 무역 역조
시정을 위해 올 하반기 대규모 구매 사절단 파견을 약속하는 대신 철도차량 제조업체인
(주)로템 등 한국 기업의 역내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는 성과도 올렸다.
노 대통령은 독일과 터키 방문에서 얻은 경험과 성과를 토대로 참여정부가 일관되게
추진해 온 평화번영의 동북아시대 구현 노력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RIGHT]고성표
기자[/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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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역규모 200억 달러로 확대
· 독일 기업의 적극적 투자 유치 당부
· 중소기업 간 기술협력 및 합작투자 촉진 위한 MOU 체결
· 독일월드컵 DMB 기술 채택에 적극 협력
· 6자회담 및 한반도 평화정책 적극 지지
북핵 등 남북 문제= 노 대통령은 ‘통일 프로세스’의 큰 그림을 공개했다. 지난
4월11일 동포간담회에서 “독일은 비용이 많이 들었고 후유증이 적지 않아 우리의
통일 과정은 독일과 달랐으면 좋겠다”면서 나온 말이다. 평소 머릿속에 정리해 놓은
통일관이 분단과 통일의 상징인 독일에서 윤곽을 드러낸 셈이다.
노 대통령의 구상은 북핵 해결→교류 협력→국가연합→통일로 이어지는 4단계로
요약된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북한 붕괴론을 일축하고 중국·베트남과 같은
개혁 개방에 무게를 실은 방식이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통일은 천천히 잘 준비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먼저 평화 구조를 정착시키고 그 토대
위에 교류 협력을 통해 관계를 발전시키고, 북한도 통일을 감당할 만한 역량이 성숙되면
국가연합 단계를 거쳐 그때 통일하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참여정부 출범 때 국정 비전으로 천명한 ‘북핵 해결·평화 증진→협력
심화→남북평화협정 체결’이라는 3단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안을 현실에 맞춰 더욱
실용화한 것이다. 한반도 통일은 북한의 갑작스러운 붕괴나 체제 전환을 통해서가
아닌, 예측 가능한 프로세스를 거쳐 안정된 절차로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 요체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선후 순서론을 펼쳤다.
노 대통령은 “북한은 안전보장, 관계 정상화, 개혁 개방을 지원해 준다면 핵을 포기할
의향이 있다고 하고, 미국은 북핵만 포기하면 다 해줄 용의가 있다고 한다”면서
“본질적으로 의견이 일치하는데 단지 순서만 가지고 다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호 신뢰만 회복되면 다 풀릴 수 있는 문제”라고 낙관했다.
정상회담에서도 한반도 및 북핵 문제는 주요 의제로 논의됐다. 노 대통령과 슈뢰더
총리는 한반도의 안정이 지역 및 세계평화 안정에 긴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슈뢰더 총리는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과 우리의 평화번영정책에 대한 지속적
지지와 독일의 건설적 역할을 확인했다. 아울러 지역 및 국제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주요 국제 사안에 대해 상호 긴밀히 합의해 나가기로 했다.
경제 통상 세일즈 외교 활발= 양국 정상은 지난해 양국 간 교역이 168억 달러로
많이 증가한 데 대해 평가하고, 가까운 시일 내에 교역규모 200억 달러 달성 등 교역·투자
규모가 더욱 확대되도록 정부 간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양국
정상은 과학기술 선진국인 독일과 IT강국인 한국이 첨단 산업·과학기술 분야에서뿐만
아니라 양국 중소기업 간 협력에서도 상호 호혜적 파트너가 될 것이라는 데 공감했다.
노 대통령은 투자 확대를 위한 세일즈 외교에도 적극 나섰다. 4월12일 한·독
경제인 오찬 간담회에 참석한 노 대통령은 한국이 ‘매력적 투자처’임을 강조하면서
독일 기업인들의 적극 투자를 주문했다. 노 대통령은 먼저 “한국은 동북아 경제의
허브로 도약할 가능성과 비전이 있다”며 그 근거로 우수한 인력, IT 인프라,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두터운 소비자층, 잘 갖춰진 물류 인프라와 풍부한 자산 운용 수요를
제시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한국의 능동적 개방 정책, 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
과감한 규제 철폐, 외국인 생활 환경 개선 및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노력 등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B]부품·소재기업 연구개발센터 유치[/B]
이어 노무현 대통령은 4월14일 유럽의 금융·교통 중심지인 프랑크푸르트의
증권거래소를 방문하고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독 CEO 초청 라운드테이블회의에
참석해 양국 간 실질 협력 강화를 위한 세일즈 외교를 벌였다. 코메르츠방크 등 한국
투자에 관심이 있는 16개 독일 기업 대표가 참석한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동북아
경제 허브와 선진 통상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경제정책을 설명하고 독일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를 당부했다.
한편 노 대통령의 이번 독일 방문 중 경제 관련 부처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산업자원부는
민·관 차원의 다양한 기술협력 채널을 구축하고, 독일 부품·소재기업
연구개발센터를 유치하는 등 성과를 거두었다. 산자부는 양국 중소기업 간 기술협력과
합작투자, M&A 등을 촉진하기 위해 독일 중소기업 연구개발 및 사업화 지원 단체인
독일산업기술개발협회(AIF)와 중소기업진흥공단 간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상시적 협력 채널을 구축했다. 또 브라운 호퍼 연구재단의 디스플레이 박막 기술
R&D센터와 독일 신소재연구소(INM)를 우리나라에 유치, 설립하기로 합의하고
지멘스 트레이닝센터를 국내 대학에 설치해 자동화 및 구동장치 분야 인력을 양성하기로
했다. 이 밖에 전자부품연구원은 독일 아트멜(ATMEL)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공동으로
기술 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SET_IMAGE]5,original,left[/SET_IMAGE]특히 산업기술협력 활성화를 위해 4월12일
베를린에서 열린 ‘테크노 캐러번(Techno Caravan)’ 행사에는 국내 60여 중소기업과
독일의 150여 업체가 참여해 250여 건에 이르는 기업 간 상담을 통해 기술 이전 및
전략적 제휴, 기술수출계약 등 가시적 성과를 거뒀다. 또 산자부는 베르나 바이오텍(의약품)·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반도체)·보쉬(자동차
부품) 등 다양한 분야의 세계적 업체들과 투자유치 MOU를 체결했다.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도 베를린에서 한국의 지상파 DMB 시연회를 열고 정부
차원에서 중소기업 등의 교류협력을 지원하기로 했다. 한·독 정보통신 장관회담에서
양국은 협력약정 체결을 통해 IT정책 및 규제, 전자정부, 초고속 인프라 및 IT 인력
교류 등에서 협력하는 한편 DMB와 같은 신기술 분야에서도 상호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정통부는 우리나라 지상파 DMB의 조기 상용화 가능성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투자비용을
부각시켜 2006년 월드컵 개막식 개최지인 바이에른주 뮌헨 지방에서의 표준 채택
가능성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RIGHT]고성표 기자[/RIGHT]
[SET_IMAGE]6,original,center[/SET_IMAGE]
· IT 등 과학기술 분야 긴밀 협력
· 한국기업 투자 및 교역장벽 해소에 적극 협조
· 하반기 대규모 구매사절단 파견
· 수출보험공사 간 수출 MOU 체결
· 철도차량·전동차 부문 한국기업 참여 확대
· 어업협력 확대 및 해운협정 조속 체결 협의
IT분야 협력 등 실질협력 강화= 노 대통령과 세제르 터키 대통령은 1957년 양국
수교 이래 긴밀한 우호협력 관계를 유지·발전시켜온 데 대해 만족을 표명하고,
이번 방문을 계기로 교역 및 투자, IT 등의 과학기술과 문화교류 등 제반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세제르 대통령은 최근 양국 간 경제·통상 협력이 크게 확대되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하면서 양국 간 교역 불균형 해소와 한국의 대 터키 투자 확대를 희망했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양국 간 교역의 확대 균형을 위해 매년 개최하는 구매상담회
활동을 활성화하고 하반기에 대규모 구매사절단을 파견할 것이며, 우리 기업의 대
터키 투자진출을 더욱 확대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한편 양국 정상은 민간기업 간 협력 강화를 지원하기 위한 정부 간 경제공동위를
활성화해 나가기로 했다. 양국은 우선 수출보험공사 간 협력 MOU 및 터키 수입업자에
대한 수출보험공사의 단기신용 공여 협력협정을 체결했다. 또한 터키가 현재 추진중인
대규모 철도차량·전동차사업에 우리 기업의 참여 및 수주 가능성을 제고함으로써
대 터키 플랜트 수출 확대가 기대된다. 그 일환으로 4월15일 이희범 산자부 장관은
이을드름(Binali Yildirim) 교통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우리 기업의 터키 전동차 프로젝트
수주 지원을 요청했고, 이에 대해 터키 측은 적극적인 협조 의사를 표명했다. 이
장관은 또 터키 산업통상부 차관과의 회담에서 터키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 겪는 교역
및 투자장벽 등 여러 가지 애로사항 해결을 요청했고, 이에 대해 터키 측은 적극적인
검토 의사를 밝혔다.
특히 이번 방문 중 IT분야 기술 협력을 위해 ‘한·터키 IT협력센터’를
이스탄불에 설립하기로 관계장관 간 합의했다. 아울러 터키의 지리적 인접성 및 사업
정보 수집 능력, 우리의 풍부한 자본과 해외 건설 경험을 결합해 제3국 특히 중앙아시아·이라크
재건사업 등에 공동 진출 방안을 적극 모색하기로 했다. 향후 대규모 에너지·자원
개발이 예상되는 중앙아시아 및 이라크 재건사업 공동 진출 시 양국이 유대감을 바탕으로
협력할 경우 큰 성과가 예상된다.
[B]‘한·터키 IT협력센터’이스탄불 설립 합의[/B]
원전 등 과학기술, 항공 및 해양수산 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경제 협력을
통해 실질적인 산업기술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도 또 하나의 성과다. 먼저 터키의
연구용 원자로 건설사업과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한 우리 기업의 참여 확대 방안을
타진했으며, 급증하는 양국 간 항공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항공기 운항 증편 등을
논의(오는 6월 항공회담 개최 예정)하고 지중해 참다랑어 공조 조업 등 양국 간 어업
협력 확대 및 해운협정 조속 체결 등을 협의했다.
또 민간 차원의 경제협력 증진과 교역·투자 활성화 기반 구축을 위해 전경련과
터키 경제인연합회(TUSIAD) 간 협력 MOU도 체결됐다.
국제문제 협조= 세제르 대통령은 우리의 자이툰부대 활동과 관련해 파병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인근국으로서 변함없는 지원을 약속했고 긴급상황 발생 때 협조하기로
했다.
한편 양국 정상은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에 대해 논의하고 한반도의 안정이 동북아는
물론 세계평화에도 긴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세제르 대통령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과 우리의 평화번영정책에 대한 터키 정부의 지지를 재확인했다.
양국 정상은 수교 50주년이 되는 2007년을 ‘한·터키 우정의 해’로 선포하고,
양국 국민 간 이해를 제고하기 위한 각종 기념행사를 개최하기로 했다. 노 대통령은
세제르 대통령이 편리한 시기에 한국을 방문해 줄 것을 초청했고, 세제르 대통령도
이를 수락했다. [RIGHT]고성표 기자[/RIGHT]
[SET_IMAGE]7,original,center[/SET_IMAGE]
“멀리 내다보면서 바람직한 질서, 상태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때로는 남북
관계에서도 쓴소리를 하고 얼굴 붉힐 때는 붉혀야 하고, 이웃과도 쓴소리 하고 붉힐
때는 붉혀야 한다.” -베를린 동포간담회에서(2005. 4. 11)
“독일은 어느 한 도시에 경제가 집중되지 않고도 세계에서 경쟁해 나가며 최고
수준이 된 것을 우리도 많이 배워야 할 것이다.”-베를린 시청을 방문해 클라우스
보베라이트 시장과 환담하며(2005. 4. 11)
“이제 한국은 세계 어느 곳보다 효율적이고 역동적인 시장으로 변모했으며, 경쟁력
있는 기업이라면 누구나 큰 이익을 낼 수 있는 매력적인 투자처다. 적극적으로 참여해
성공의 결실을 함께 나누자.”-한·독 경제인 오찬간담회에서(2005. 4. 12)
“독일은 부끄러운 과거를 솔직히 인정하고 진정으로 반성할 줄 아는 양심과 용기,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실천을 통해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했다. 독일의 이런 노력이
주변국가와의 화해를 이뤄내고 오늘의 유럽연합(EU) 통합을 가능하게 했을 것이다.
독일의 과거사 청산 방식을 존경한다.”-코쉬크 독·한 의원친선협회장 등
독일 연방하원 인사들을 초청해 만찬을 함께하는 자리에서(2005. 4. 13)
“독일과 한국은 함께 꾸는 꿈이 있다. 이는 세계 평화와 번영이다.”-코흐 헤센주
주지사 내외 주최 만찬에서(2005. 4. 14)
“독일에 와서 제일 인상적인 게 도시의 규모와 생김새였다. 인간이 행복하게
사는 데 얼마만한 크기의 도시가 적당한가 많이 생각해 봤다. 한국의 도시들은 너무
크다.”-프랑크푸르트 인터컨티넨털호텔에서 가진 동포간담회에서(2005. 4. 14)
“갑자기 통일되는 그런 일이 오는 것은 한쪽의 붕괴가 온다는 것인데, 그건 우리의
통일 정책과 맞지 않다. 여당도 야당도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았다.”- 프랑크푸르트
인터컨티넨털호텔에서 가진 동포간담회에서(2005. 4. 14)
“지금 나와 함께 30여 명의 경제인이 동행하고 있는데 활력 있고 역동적인 터키의
모습을 발견했을 것이다. 비상하고 있는 터키에서 한국이 더 좋은 기회를 발견하고
노력하자고 말하고 싶다.”-터키 국회를 방문, 아른치 국회의장과 면담하면서(2005.
4. 15)
“베풀어준 고마움에 비하면 너무 늦게 이곳을 찾아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유민주주의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우리와 함께 싸웠다. 터키 용사들의 용맹성은
지금도 우리 국민에게 전설처럼 살아 있으며, 우리는 터키 용사들의 헌신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다.”-앙카라 한국공원을 찾아 한국전 참전용사를 격려하며(2005.
4. 16)
“(한·일 관계에 대해) 아주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해결되든 안 되든 한국과 한국국민은 지켜갈 원칙적 자세가 있으며,
이 원칙적 자세를 갖고 뻗어나가면 궁극적으로 해소될 것이다.”-터키 이스탄불에서
가진 동포간담회에서(2005.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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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T_IMAGE]9,original,left[/SET_IMAGE]수교 이후 한국 대통령의 첫 터키 방문은
두 가지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첫째는 6·25전쟁 참전에 대한
55년 만의 감사의 방문이다. 우리가 어려울 때 1만5,000여명의 군대를 보내 3,000여
명의 사상자를 내며 조국을 지켜준 국가에 지금껏 우리 국가원수가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다는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전쟁의 당사자와는 적대적 관계에서 공존과 화해의 틀 속에서 평화적 통일을 논의하는
단계로 그 관계가 크게 달라졌다. 그럴수록 냉전시대 협조에 대해 터키에 공식적인
감사를 표하고, 새로운 평화통일시대를 함께 열자고 호소한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
이번 방문이야말로 성숙한 문화민족의 위상을 높이고, 글로벌 시대 지구촌의 찬사를
받을 당당한 모습이었다.
둘째, 정치·경제적으로 뚜렷한 현안이 없는 상태에서 한국을 사랑하는
국가를 방문해 진정한 협력과 우의를 다짐으로써 문화외교의 새 지평을 열었다. 터키와는
무역 역조가 다소 심하기는 해도 그것은 상품 가격과 품질 경쟁의 문제이지 선호도나
정책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대통령이 4강외교가 채 마무리되기도 전에 터키로 달려간 것은
통상적 외교 관례로 볼 때 보통 일이 아니다. 문화외교의 중요성을 국제사회에 선보인
외교적 결단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지구촌에서 가장 한국을 사랑하고 국제무대에서
지난 반세기 동안 열렬히 한국을 지원해 준 터키의 한국 짝사랑에 대한 적극적인
화답이었기 때문이다.
터키에서는 교과서를 통해 한국을 ‘형제의 나라’라고 가르친다고 한다. 두 민족은
같은 알타이 문화를 공유하면서 언어는 물론 가족관계와 사고방식 등에서 지구촌에서
가장 닮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리고 6·25전쟁 때는 수많은 터키 젊은이들이
자원해 용감하게 싸웠다. 지금도 터키 전역의 참전용사들은 스스로 ‘한국인’이라는
뜻을 가진 ‘코렐리’로 부르며 열렬히 한국을 성원하고 사랑한다.
자국 이익을 위해 날카롭게 경쟁하는 냉엄한 국제정치 질서의 현실 속에서 우리를
1등 국민으로 대접해 주고 아무 조건 없이 한국을 지지해 주는 민족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뿌듯한 자부심과 긍지를 느낄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방문은 변치 않는 친구를
묶어 두는 확실한 효과를 가져다주었다. 그래서 이라크 북부에 파견돼 있는 자이툰부대의
안전과 보급에 터키가 자신의 일처럼 협조한다는 선물도 얻어냈다.
우리는 1999년 터키 대지진 구호운동과 월드컵 경기 때 터키팀을 응원함으로써
약간의 빚을 갚을 수 있었다. 이제는 우리가 더 많이, 더 적극적으로 터키를 알아야
할 때다. 진정한 교류와 협력은 상대 문화에 대한 이해와 관심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무역역조를 해소하기 위해 상호 이익이 도출되는 분야를 찾아 과감한 투자를 하고,
항공기 운항을 늘려 더 많은 한국 관광객이 터키를 방문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런
기회에 터키연구센터 같은 것을 설립해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터키 연구를 시작하는
것도 지구촌의 유일한 형제를 끌어안는 좋은 방법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