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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2차대전 전승 6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스크바를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은 5월8일과 9일 잇달아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푸틴 러시아 대통령,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노 대통령은 모스크바를 방문하는 동안 한반도의 가장 큰 현안인 북핵 문제의 교착국면
타결책을 모색했다. 노 대통령은 5월10일부터는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해 ‘자원외교’를
펼쳤다.
현재 북핵 문제는 6자회담 참가국들의 집중적인 외교 노력에도 재개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실무협의 차원을 넘어 관련국 정상
수준의 협력이 긴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정상외교를 계기로 관련국 간 후속 실무협의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노
대통령의 북핵 관련 정상외교는 6~7월께 열릴 한·미 정상회담과 한·일
정상회담으로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SET_IMAGE]4,original,left[/SET_IMAGE]북핵 관련 정상외교는 5월8일 한·중
정상회담에 이어 5월9일에도 계속됐다. 노 대통령은 5월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러시아 전승 60주년 기념행사 공식 오찬에 앞서 별도 회동을 갖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9일의 한·러 정상 회동은 이례적이었다. 전승 기념 행사에 53개국 정상이
참석하는 관계로 러시아가 양자회담을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이번 양국
정상 회동은 북핵 교착국면의 타개가 긴요하다는 한·러 정상의 인식을 반영하는
것이었다. 또 실제로 북핵 문제가 양국 정상회담의 주된 의제였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인 5월8일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에
대해 협의한 결과를 설명하고 6자회담 재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관련국과
계속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노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양국이
계속 긴밀히 협의할 것을 희망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에도 북핵 문제는 대단히 중요한 사안이라며 6자회담을 조속히
다시 열기 위해 한·러 양국이 적극 협력해 나가자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오는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재회를 기다린다고 화답했다. 회담은 오전 11시40분(한국시각 오후 4시40분)께부터
통역만 배석한 채 단독으로 이루어졌다.
[SET_IMAGE]5,original,left[/SET_IMAGE]노무현 대통령은 9일 저녁(한국시각)
숙소인 모스크바 시내 메트로폴 호텔에서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 40여 분
동안 북핵 사태와 유엔 안보리 개혁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노 대통령은 회담에서
북핵 사태는 6자회담 틀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아난 사무총장도 6자회담을 지지한다고 답한 뒤 북핵 문제에 항상 관심을
갖고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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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은 이 대목에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려면 도덕적 정당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난 총장은 이에 평화유지군 활동, 재정적 기여 등을 새 상임이사국의
자격 기준으로 제시했다. 그러자 노 대통령은 경제적 기여도 중요하지만 이것이 전부일
수는 없다고 답했다.
덧붙여 노 대통령은 “변화한 세계에 맞는 유엔의 새로운 지도 체제가 필요하다는
아난 총장의 의견에 동감한다”면서 “새 지도 체제의 맥락에서 보더라도 거기에
맞는 새로운 정통성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난 총장은 이어 오는 9월
열리는 유엔 특별정상회의에 노 대통령을 초청했고, 노 대통령은 참석하겠다고 답했다.
[SET_IMAGE]6,original,right[/SET_IMAGE]노무현 대통령은 5월10일부터 12일까지
우즈베키스탄을 국빈방문했다. 노 대통령은 우즈베키스탄 방문 중 정상외교의 초점을
‘자원 및 경협 외교’에 맞췄다.
우즈베키스탄 방문 첫날인 5월10일 열린 이슬람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주로 논의한 내용이 석유·가스를 포함한 자원·에너지
분야 협력 강화와 관련된 것이었다.
양국 정상은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에 있는 대통령 영빈관에서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을 잇달아 가졌다. 두 차례의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앞으로 자원·에너지,
자동차, 섬유산업 협력과 교역·투자 확대 등 양국 간 실질협력을 구체적으로
실천해 나가기로 했다. 이어 체결한 협정 및 양해각서 또한 ▷자원 개발 협력약정
▷섬유기술 협력약정 ▷사회보장 협정 ▷국가 지리정보 체계 구축사업 지원약정 등
자원·기술·산업협력의 틀에 관한 것이었다.
이 같은 외교활동은 석유·가스 및 기타 광물개발 협력 확대를 위한 제도적
틀을 구축하고 아랄해 지역의 원유 개발 공동 조사사업에 참여하는 등 중앙아시아
지역 신규 유전 개발에 진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한
것이다.
노 대통령의 이번 우즈베키스탄 정상외교는 또 우리나라 기업의 현지 진출에도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다. 정상회담 후 체결한 사회보장협정으로
그동안 본국의 연금에 가입한 상대방 국민에게 이중으로 부과하던 연금보험료가 상호
면제돼 우즈베키스탄에 주재하는 우리 기업의 부담이 경감되고, 양국 간 상호 투자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두 나라 관계는 이번 방문에서 쌓은 양국 정상의 신뢰를 바탕으로 경제통상
관계를 넘어 전략적 협력 관계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리모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경제통상 관계를 넘어서는 전략적 협력 관계로 발전시키자”고 제안했고,
노 대통령은 “좋은 생각”이라며 “향후 외교당국자 간에 협의하도록 하자”고 답했다.
최영재 기자
노무현
대통령-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 대화록
코피 아난 사무총장: 오는 9월 개최되는 유엔 특별정상회의에 와 주셨으면
좋겠다.
노무현 대통령: 참석할 예정이다.
아난 사무총장: 현재 유엔 개혁 방안을 논의 중이다. 특히 안보리 개혁이
중요하다. 상임이사국을 6개국 늘리는 방안과 4년 연임할 수 있는 준상임이사국을
늘리는 방안 등 두 가지 안을 놓고 논의하고 있다.
노 대통령: 새롭게 상임이사국에 진출하려는 국가들이 세계 평화를 위해
어떤 희생을 치렀고 어떤 도덕성·정당성을 가졌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지역을 대표하는 정당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 예컨대 아시아를 대표해 상임이사국이
된다면 그 나라는 아시아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아난 사무총장: 2차대전 이후 세상이 많이 변했다. 따라서 유엔 운영 과정에서
나오는 다양한 의견은 존중돼야 한다.
노 대통령: 2차 세계대전 전승국이 정통성이 있다는 것은 당시에 그렇다는
말이다. 지금도 그런 체제가 유효하다는 뜻은 아니다.
아난 사무총장: 새로운 이사국이 되는 자격 기준은 평화유지군이나 재정
지원 등 유엔에 얼마나 기여하느냐가 중요하다.
노 대통령: 변화된 세계에 맞는 새로운 지도 체제가 필요하다는 데는 동감이다.
상임이사국을 지도 체제의 맥락에서 본다면 거기에 맞는 새로운 정통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유엔에 대해 기여금을 내느냐는 말을 하는데, 그 부분이 중요하겠지만
기여금을 많이 내는 게 전부일 수는 없지 않겠나.
[SET_IMAGE]8,original,left[/SET_IMAGE]아난 사무총장: 북핵 문제가 교착돼
있는데 6자회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노 대통령: 계속 6자회담 참여국들이 희망을 갖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난 사무총장: 6자회담이 중요한 틀이고 계속돼야 한다는 데 본인도 동의한다.
6자회담 틀 안에서 양자회담을 하는 것도 어렵지 않겠다. 중요한 것은 양측 모두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사가 있고 양쪽 모두 융통성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 대통령: 북한이 앞으로 극단적 행위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 문제는
6자회담 틀 내에서 꼭 해결돼야 한다. 유엔 사무총장이 6자회담과 관련한 지지 성명을
내준 데 대해 감사한다.
아난 사무총장: 앞으로도 관심을 갖고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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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를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은 5월8일 오후(한국시각)
모스크바 메트로폴 호텔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한·중 정상회담을
열고 양국 협력·북핵 문제·동북아 정세 등을 논의했다.
양국 정상이 모스크바 도착 직후 가장 먼저 가진 한·중 정상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는 북핵 문제로 사실상 단일 의제 회담이었다. 애초 5월9일로 예정됐던
정상회담이 하루 앞당겨진 것도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두 정상은 6자회담 재개가 늦어지는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양국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6자회담의 목표를 재확인하고, 북한은
지체 없이 6자회담에 복귀해 북핵 문제가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은 양국 정상이 북핵 사태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지체
없이’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할 것을 촉구한 점이다. 정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는 대목을 유념해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현재 북한은 6자회담에 11개월 가까이 나오지 않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설도 끊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북·미 간 상호 비방전도 가열되고 있다. 양국 정상은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보인다.
북핵 해법으로 ‘협상’을 중시해 온 두 정상은 최근 상황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는 위기의식도 공유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깊은 우려’라는 발표문 표현 속에
배어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노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간의 한·중
정상회담은 정상 차원의 북핵 교착국면 타개책 모색의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다.
정상회담 직후 언론 브리핑에서 밝힌 것처럼 두 정상은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목표를 재확인하고, 북핵 문제가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이 하루빨리 6자회담에 복귀하는 것이 선결과제라고
못박았다. 이는 북한의 핵 보유 주장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동시에 일부 언론에서 거론하는 무력 불사의 강경론에 대해서도 분명한 선을 그은
것으로 해석된다.
북핵, 평화적 해결 원칙 다시 확인
이는 “회담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6자회담을 장기간 공전시키는 북한에 대해 한·중 양국이
사실상 무조건 회담에 복귀하라고 촉구한 셈이다. 특히 ‘지체없는’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북한에 경고했다고 볼 수 있다.
두 정상은 정상회담 이후에도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교당국 간 고위 실무협의를
한층 더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는 북핵 상황에 대한 인식 공유를 바탕으로 향후
한·중이 북핵 교착국면 타개를 위해 더욱 적극적 역할을 모색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주목된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은 잇달아 열릴 6자회담 관련국들의 교차 정상회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중 정상회담으로 시작된 숨가쁜 북핵외교는
내달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노 대통령은 오는 6월 한·미, 한·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당사국 정상과의 회담이 이어지는 것이다.
한편 노 대통령과 후진타오 주석은 동북아의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해서는 올바른
역사인식이 중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정우성 청와대 외교보좌관은 “양국 정상은
최근 동북아에서 역사 문제를 둘러싼 갈등에 대해 논의했고, 동북아의 평화와 공동
번영을 위해서는 올바른 역사인식이 무엇보다 긴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두 정상이 일본을 명시적으로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일본이 과거사를 올바로
인식해야 한다고 공동으로 촉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양국 정상은 또 동북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양국이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오는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후진타오
주석이 한국을 국빈방문할 때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기로 했다.
오후 4시부터 시작된 이번 정상회담은 원래 30분 예정이었으나, 대화가 심도 있게
진행돼 예정시간보다 20분 길어져 오후 4시50분에 끝났다.
현재 북핵 문제는 6자회담 참가국들의 일련의 집중적 외교 노력에도 회담 재개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히 북·미 간의 입장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최근에는 상대국 지도부에 대한 상호 비난으로 감정적 대립마저 격화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교착국면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실무협의 차원을 넘어 관련국
정상 수준의 타개책 모색이 긴요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최영재 기자
참여정부
‘한·중 정상외교’ 주요 일지
■ 2003년 7월7일: 노무현 대통령 방중,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다자간 대화의 모멘텀 유지 및 발전 합의.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 양국 간 10대 협력과제 합의.
■ 2003년 10월7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ASEAN+3 정상회의 중 한·중·일
정상회담, 한·중·일 3국 간 협력 증진에 관한 14개 항 공동선언 발표.
북핵 문제의 평화적·포괄적 해결 추구를 위한 협력.
■ 2003년 10월19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에
노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정상회담, 한반도 비핵화 및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양국 정상 계속 노력.
■ 2004년 10월7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ASEM 정상회의 중 노 대통령·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 회동. 6자회담 조기 개최. 고구려사 문제 원만한 해결 논의.
■ 2004년 11월20일: 칠레 산티아고에서 APEC 정상회의 중 노 대통령·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정상회담. 6자회담 조기 개최 및 실질적 진전 위한 ‘새로운 각오’
협력. 동북아 지역 공동 번영 위한 한·중·일 3국 협력 중요성 인식.
■ 2004년 11월29일: 라오스 비엔티엔에서 ASEAN+3 정상회의 중 한·중·일
정상회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가장 중요한 안보 과제’ 재확인, 6자회담
조속 재개와 진전 위한 협력 강화 논의.
■ 2005년 5월8일: 러시아 전승 60주년 기념행사 중 노 대통령·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정상회담. 6자회담 재개 지연에 대한 우려 표명, 북한의 6자회담 조속
복귀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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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진수 주러시아 대사관 홍보관
노무현 대통령이 러시아 전승 60주년 기념행사에
부시 미국 대통령 등 각국 정상 53명 및 유엔 사무총장 등 국제기구 대표 3명과 함께
참석했다.
노 대통령의 이번 행사 참석은 지난해 9월 한·러 정상회담 이후 각별해진
양국 정상의 친분 관계와 양국 간 포괄적 동반자 관계의 진전을 반영하고 있다. 또한
2차대전 당시 자유 수호를 위한 인류의 단합과 희생을 기리고 국제 테러리즘 등 21세기
인류의 공동 과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단결을 추구하는 데 한국이 러시아의 실질적
파트너 국가라는 점을 러시아가 인정했기 때문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러시아 외무성 관계자에 따르면 처음 실무자들이 준비한 초청국가 명단에 한국이
빠져 있는 것을 발견한 푸틴 대통령이 “왜 노 대통령을 포함하지 않았느냐”는 질책을
했다고 한다. 푸틴 대통령은 전승 60주년 기념 행사에 당시 연합국뿐만 아니라 독일·일본
등 추축국 정상도 함께 초청했다.
이는 2차대전 이후 이룩한 독일·일본과의 관계 발전을 반영함과 동시에
화해와 협력의 추구라는 전승 행사의 기본 취지를 살리려는 의도로 이해된다.
아프리카와 남미·동남아에서는 단 1개국도 초청받지 못했으며 아시아 지역에서는
한국·일본·중국·인도·몽골 등 5개국이 초청받았다.
이는 오는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주최국이자 아태 지역 주요
국가 위상을 확보한 한국과의 관계가 그만큼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반도는 2차대전 이후 잔존하는 유일한 분단지역이자 북핵 문제를 안고 있어
세계적 주목과 우려의 대상이기도 하다. 푸틴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러시아
시베리아·극동지역의 안전과 발전이라는 국익에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기
때문에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는 이러한 점을 고려해 화해와 협력의 기치가 한반도에서 정착되고, 인류
공동의 과제인 핵무기 비확산 문제도 해결되기를 희망한다는 취지에서 남북 정상을
함께 초청했다. 러시아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이번 행사 참석을 마지막까지
기대한 배경에는 이러한 희망이 자리잡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남북한 균형외교를 추구하고 있으나 경제·투자·인적교류
등 실질협력 관계에서는 한국과의 급속한 관계 확대 발전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최근 두 차례에 걸친 한·러 정상의 만남이 1990년 수교 이후 이룩한 교류와
협력을 바탕으로 양국 관계에 실질협력 관계 증진을 위한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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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완석 한국외대 교수·국제지역대학원 러시아동유럽학과
전체적으로
노 대통령의 러시아 및 우즈베키스탄 방문은 은유적으로 표현하면 남의 집 잔치에
초청받아 구경가서 그 옆집에 들르는 모양새지만 내용상으로는 중요한 의미와 성과를
담고 있다.
우선 북핵 위기의 가속화에 일정 수준 제동을 걸었다는 점이다. 최근 북한의 6자회담
장기 불참과 핵무기 보유 선언 이후 미국 부시 행정부 내에서 북한을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거나 경제제재를 가하자는 강경론이 제기되면서 한반도의 안보 시계가 급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 대통령은 방러 기간 중 한·중, 한·러 정상회담,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과의 단독회담을 통해 북·미 양자의 자제와 양보를
촉구하는 가운데 6자회담 틀 내에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이라는 외교적
공명(共鳴)을 이끌어 냈다.
이것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유는 그동안 외무장관 차원에서 진행되던 6자회담
관련국들의 북핵 위기 타개책 논의가 정상외교 차원으로 격상되는 출발점이라는 사실과
관련 있다.
두번째 성과로 한국의 국제적 위상 제고를 지적할 수 있다. 10년 전 동일한 방식으로
치러진 러시아 전승 50주년 기념 행사에 한국은 초대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전승
60주년 기념 행사에는 53개 초청 대상국 가운데 포함되었다. 더욱이 푸틴 대통령은
바쁜 일정을 쪼개 노 대통령과 단독정상회담을 갖는 성의를 보였다.
한국의 높아진 국제적 위상은 노 대통령의 우즈베키스탄 방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은 개별 정상회담 외에 노 대통령이 주재한 한·우즈베키스탄
경제인 초청 오찬 간담회에도 참석했고, 노 대통령이 실크로드의 중심지인 사마르칸트를
방문할 때도 카리모프 대통령 내외가 동행하는 환대를 보였다.
세번째 성과로는 순방외교를 통한 한·러 및 한·우즈베키스탄 간
동반자적 관계의 발전 심화다. 노무현·푸틴 대통령의 회동은 2003년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2004년 9월 모스크바 정상회담에 이어 세번째
만남이다. 한국 정상으로서 노 대통령의 우즈베키스탄 방문은 두번째이고, 카리모프
대통령은 이미 세 차례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대외정책의 최고 정책결정권자인
정상 간의 잦은 맞대면 회동이 친분 강화를 통해 상호 신뢰를 구축하고 일층 강화된
장기적 협력 토대를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외교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마지막 성과로 에너지 자원의 안정적 확보를 들 수 있다. 지난해 러시아·카자흐스탄
방문에 이어 이번 노 대통령의 우즈베키스탄 방문은 자원외교의 다변화라는 측면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은 한반도의 2배 면적에 세계적 규모의 원유와
천연가스, 그리고 우라늄·금 등을 풍부히 보유한 자원부국이다. 노 대통령은
카리모프 대통령과 16개 항의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4건의 정부 간 자원개발 협력
협정에 서명했다.
이로써 한국은 석유·가스 및 기타 광물 개발 협력 확대를 위한 제도적
틀을 구축했다. 또 아랄해 원유 개발 공동 조사사업에 참여하는 등 중앙아시아 지역
신규 유전 개발에 참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이 밖에 노 대통령의 우즈베키스탄 방문은 20만 명에 이르는 고려인의 안정적
삶의 보장에 기여했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의미와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