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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임실에는 전국에서 보기 드문 이름의 농협이 하나 있다. 임실치즈농협이 그것이다. 그 앞마당에는 23톤짜리 거대한 원유 저장 탱크가 3대 있다. 매일 아침 6시면 그 탱크들은 지리산 자락인 전북 임실 지역에서 새벽 내내 채집해 온 신선한 원유로 가득 찬다. 이 원유를 원료로 임실치즈농협에서는 곧바로 치즈를 생산한다. 원료가 신선해 임실치즈의 맛은 고소하고 담백하며 쫄깃쫄깃함이 일품이다.
임실치즈는 전국 자연 치즈 시장의 30%를 차지한다. 임실치즈의 생산량은 하루 평균 5톤, 연간 1,500여 톤에 달한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치즈의 95% 정도는 피자를 만드는 용도로 판매된다. 나머지는 슬라이스 치즈나 요구르트 등으로 가공돼 전국 각지의 호텔과 레스토랑에 공급된다.
이렇게 전국 각지로 팔려 나간 임실치즈의 매출액은 지난해 104억 원. 임실 같은 시골에서 이만한 매출이면 ‘효자산업’이 되고도 남는다. 올해 매출 목표는 130억여 원. 프랜차이즈 등 다양한 사업 방식을 통해 견실하게 시장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임실군은 치즈 하나로 사양길로 접어들던 축산업까지 부활시키며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 됐다. 치즈는 주원료가 다 아는 대로 우유다. 따라서 임실치즈는 우유를 생산하는 축산업도 덩달아 번창시키는 기반이 되었다. 현재 임실군에서는 120여 축산농가에서 6,000여 마리의 젖소를 기르며 전성기를 맞고 있다.
[B]축산업 번창으로 두 마리 토끼 잡은 ‘임실치즈’[/B]
임실치츠농협 배찬수 사업단장은 “2~3년 전부터 축산 농가들의 얼굴에 웃음 꽃이 피고 있다”며 “오염되지 않은 청정환경의 풀과 물·공기를 마시고 자란 우량 젖소에서 매일 신선한 원유를 채취해 만드는 임실치즈가 축산 농가들에 큰 소득을 안겨주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젖소 50여 마리를 키우는 농가의 경우 1년에 3억 원가량의 소득을 올린다. 이 가운데 생산비 등을 제외하고 40~50%가 순수입이다. 이들 젖소가 생산하는 원유는 임실치즈농협뿐 아니라 임실군 주변의 우유 공장 등 다양한 판로를 통해 공급된다. 이는 축산 농가는 물론 임실군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큰 몫을 한다.
임실치즈의 역사는 4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벨기에 출신의 지정환 신부가 1964년 산간벽지 임실성당의 주임신부로 부임하면서부터다. 1960년대 당시 농민들이 키우는 산양이 늘고, 여기서 짜낸 우유 재고가 넘치자 이를 소득원으로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끝에 치즈 생산에 착안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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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든 마찬가지지만 임실치즈가 탄생하기까지는 숱한 어려움과 시행착오를 겪었다. 지 신부가 치즈가 무엇인지도 몰랐던 농민들에게 치즈의 사업성을 알리는 것부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 신부는 결국 치즈를 ‘우유로 만든 두부’라는 개념으로 설득했고, 오랜 실험과 연구 끝에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임실치즈가 세상에 나온 것이다.
최근에는 임실치즈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2000년 새로운 명칭의 임실치즈농협을 출범시키면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때 임실의 축산 농가들이 조합원으로 대거 가입해 임실치즈농협의 자본금은 25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임실치즈의 전국화를 위한 기틀이 마련된 것이다.
[B]“100억여 원 투자, 치즈 클러스터 이룰 터”[/B]
임실치즈의 성공 비결은 서양 음식인 치즈를 우리 입맛에 맞게 만든 데 있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치즈를 생산하기 위해 수많은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외국 기술이나 제조 방법을 모방하지 않았다. 계속된 연구 끝에 서양 치즈 특유의 짜고 구린 맛을 없애고 고소한 맛을 강화해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이다.
임실치즈의 품질개선 노력은 요즘도 멈추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인삼·김치·양파·햄 등을 가미한 말 그대로 ‘한국형 치즈’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인삼을 가공해 진액을 첨가한 인삼치즈를 만들고, 우리의 전통식품인 김치를 치즈와 결합한 김치치즈 등 제품을 다양화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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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 치즈’의 전통을 이어가는 것도 임실치즈의 특징 중 하나다. 5년 이상 경력의 숙련된 기술자들이 작업 과정을 일일이 눈으로 확인하고 맛을 보면서 제품을 만들고, 이 기술은 후배들에게 도제식으로 전수되고 있다. 치즈 생산공정을 담당하는 문승철 과장은 “공장의 생산 라인을 통해 기계식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것 같아도 일일이 숙련된 기술자들의 손을 거쳐 치즈가 만들어진다”며 “음식에서 손맛이 중요하듯 우리 치즈도 정성과 청결로 치즈의 제 맛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자랑삼아 말했다.
임실치즈는 농림부와 임실군의 대대적 지원 아래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2008년까지 100억여 원을 투자해 임실치즈 클러스터를 추진한다는 계획이 그것이다. 그 청사진에 따르면 치즈의 기능성 강화를 목표로 하는 치즈연구실·이화학분석실·미생물실·냉장보관실·숙성실 등을 갖춘 치즈과학연구소가 이곳에 들어선다. 그리고 치즈를 직접 만들어 보는 체험관과 박물관·가공판매장 등이 함께 들어서는 ‘치즈피아’ 건립 등 임실치즈밸리 육성 사업을 여러모로 추진 중이다.
김진억 임실군수는 “임실치즈가 쌓아올린 명성과 브랜드를 바탕으로 연구소·테마파크 등이 결합한 치즈 클러스터를 조성해 임실을 명실상부한 국산 치즈의 메카로 만들겠다”며 “이를 통해 임실군의 낙농 발전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임실군은 40여 년 전통의 치즈 산업을 바탕으로 낙농·유가공·유제품 유통 산업을 잇는 인프라를 구축해 관광상품화는 물론 경쟁력 있는 임실치즈 클러스터를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B]‘토종 피자’로 외국계 피자업체 공략[/B]
임실치즈는 이를 원료로 한 ‘토종 피자’ 브랜드로도 유명하다. ‘임실치즈피자’를 중심으로 ‘지정환 임실치즈피자’ ‘왕관표 임실치즈피자’ 등은 토종 피자의 3총사로 불린다. 이들 토종 피자는 점차 유명세를 타면서 ‘피자헛’과 ‘도미노 피자’ 등 국내 시장을 주도하는 외국계 피자업체의 강력한 경쟁 상대로 급속하게 부상하고 있다. 임실은 지역명이기 때문에 피자에 임실이라는 이름을 붙여 상표로 사용하는 데 제한을 받지 않는다.
이들 3사의 대표 격인 임실치즈피자는 전국에 임실치즈 대리점 30개, 프랜차이즈 사업인 임실치즈피자 가맹점 48개를 운영하면서 전국의 치즈와 피자 시장 점유율을 높여 나가고 있다. 임실치즈피자는 임실치즈를 원료로 고구마·호박·마늘 등 순수 국산 농산물을 사용해 우리 입맛에 맞는 피자를 만들어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임실산 토종 피자 상품들은 최근 웰빙 시대에 맞는 신제품을 개발해 적극적으로 소비자들의 입맛 공략에 나서고 있다. 또한 대형 할인점과 백화점 등을 통해 주요 대도시는 물론 아시아를 중심으로 세계 진출의 꿈까지 꾸고 있다. 배찬수 사업단장은 “임실치즈가 전국화할 날이 머지 않았다”고 말한다.
“임실치즈피자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좋은 품질의 국산 치즈를 사용합니다. 따라서 로열티 부담이 없어 외국계 피자보다 값이 싸죠. 이게 바로 경쟁력의 원천 아니겠습니까? 아직 전국적으로 체인망을 갖추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좀 더 소비자 가까이 갈 수 있는 방법을 여러 가지로 모색하고 있습니다. 우편주문 판매나 브랜드 사업 등 다각적인 홍보와 사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RIGHT]백창훈 기자[/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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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