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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시 남구 지곡동. 작은 마을이지만 첫 인상이 미국의 어느 대학도시를 연상케 한다. 세계적 공과대학으로 우뚝 선 포항공대와 국내 최대 민간 연구기관인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등이 이곳에 자리하고 있다. 180만여 평 부지에 50여 연구기관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이곳에는 대전의 대덕연구단지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석·박사급 인재가 모여 있다. 이 마을 끝자락에 2002년 거대한 건물 한 채가 새롭게 들어섰다. 바로 포항테크노파크다.
“테크노파크는 쉽게 말해 현대식 건물에 벤처기업들이 집적해 있는 3차산업단지라고 보시면 됩니다. 굴뚝 없는 공장단지죠.”
정승화 포항테크노파크 기획과장은 “전국 14개 테크노파크 중 정부 주도가 아니라 기초자치단체와 민간기업이 주축이 돼 조성된 곳은 포항테크노파크가 유일하다”고 자랑한다.
[B]180만여 평 부지에 50여 연구기관 밀집[/B]
포항테크노파크의 태동은 5년 전인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포항시는 ‘포스코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도시 기반을 철강산업에 둔 산업 근대화의 대표적 도시입니다. 그러나 지식정보화시대인 미래에도 도시가 계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역 주민들로부터 제기됐죠.”
정 과장은 “인구 51만 명의 소도시임에도 포항공대를 비롯한 방사광가속기 및 포항산업과학연구원 등 세계적 공과대학과 연구소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며 “이를 활용해 포항을 첨단 과학도시로 탈바꿈시키자는 데 의견이 모였다”고 말한다. 그는 “그 산파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 조성된 것이 포항테크노파크”라고 설명했다.
주민들의 의견이 모아지자 이후 사업 추진은 말 그대로 일사천리였다. 곧바로 포항시와 포스코·포항공대 등이 주축이 된 ‘테크노파크사업추진본부’가 출범했다. 포항시와 포스코가 각각 출자한 200억 원과 18개 중소기업이 출자한 41억 원을 비롯한 500억 원의 종잣돈도 금세 마련됐다.
특히 포스코는 시가 100억 원 상당의 포항시 남구 지곡동 부지를 현물출자 형식으로 제공했다.
[SET_IMAGE]3,original,left[/SET_IMAGE][B]올해 매출 1,500억 원 초과 예상[/B]
2002년 본부동과 제1벤처동이 완공되자 입주 문의가 쏟아져 들어왔다. 현재 포항테크노파크에 입주한 기업은 대부분이 정보기술(IT)·생명기술(BT)·환경기술(ET)·나노기술(NT) 관련 업체다. 이는 포항테크노파크가 입주 대상 기업을 연구개발형 기업 및 연구소 또는 컨설팅·회계·특허 등 벤처기업 지원 기관으로 엄격히 제한했기 때문이다.
입주 첫 해인 2002년, 포항테크노파크에 입주한 36개 기업에서 총 208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일부 기업이 들고 나면서 현재 남아 있는 기업은 총 37개. 지난해 이들 기업이 총 982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포항테크노파크는 올해 매출이 총 1,500억 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민간기업연구소·대학 등이 공동으로 설립한 테크노파크가 지역 유망 기업의 산실 역할을 톡톡히 하는 셈이다.
제노마인(주)은 포항테크노파크 입주 기업 중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이 회사는 신기능성 유전자 발굴 및 단백질 분석 서비스를 주로 하고 있다. 1999년 포항공대 생명과학 교수와 박사급 연구원들이 공동 설립한 회사로 포항테크노파크에는 2003년 2월 입주했다.
특히 이 회사는 지난해 아토피 피부염을 앓는 어린이를 위한 피부 개선용 화장품인 ‘아토웰빙’을 개발해 스타 벤처기업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유동훈 경영지원팀장은 테크노파크에 입주한 배경을 이렇게 말했다.
“창업 초기에는 포항공대 연구실을 회사로 활용했는데 회사가 점차 틀을 갖춰 가면서 독립된 공간의 필요성을 절감하던 차에 테크노파크가 설립됐습니다. 데이터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수시로 연구실에 들러야 하는데 마침 학교와 가까워 망설임 없이 입주를 결정했습니다.”
유 팀장은 임대료가 저렴한 것은 물론 테크노파크 본부에서 연구장비와 마케팅을 지원해 주기 때문에 입주 기업이 연구개발이라는 본연의 업무에만 몰두할 수 있다며 테크노파크 입주의 이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연구형 벤처기업은 직원 대부분이 연구원이기 때문에 회사가 돌아가기 위해 필요한 사무실 운영 능력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재무나 회계는 물론 마케팅이나 홍보 쪽은 거의 손을 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런데 지난해 ‘아토웰빙’을 개발했을 때 포항테크노파크 본부에서 홍보도 해주고 유통망까지 알아봐 줘서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만약 테크노파크에 입주하지 않았다면 똑같은 제품을 개발했어도 지금만큼 성공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실제로 포항테크노파크는 10억 원 상당의 단백질량 분석기 및 올리고 합성기 등 연구기관이나 벤처기업이 필요로 하는 고가의 장비 12종을 구입해 입주 업체에 관리비만 받고 임대한다. 뿐만 아니라 입주 업체가 각종 벤처 박람회에 참가할 경우 홍보물 제작을 대행해 주는 것은 물론 참가비도 일정액 보조해 준다.
또 제노마인의 예와 같이 입주 업체가 각종 개발에 성공했을 경우 자체 홍보망을 통해 홍보를 대행해 준다. 세세하게는 외국 학회나 박람회에 출품하기 위한 통·번역 서비스까지 도움을 준다.
[B]연구장비 임대, 제품 홍보·박람회 출품 지원[/B]
포항테크노파크는 지난 2월 국내 테크노파크로는 처음으로 입주 기업 임직원을 위한 15층 규모의 주상복합형 임대아파트를 준공했다. 수도권의 우수한 연구인력을 포항으로 유인하기 위해서는 주거 시설을 제공하는 것이 필수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포항테크노파크의 이 같은 성공이 알려지자 입주를 희망하는 기업도 덩달아 늘고 있다.
[SET_IMAGE]4,original,left[/SET_IMAGE]정승화 테크노파크 기획과장은 “오는 11월 입주 예정인 제2벤처동의 분양도 50% 이상 이뤄졌다”며 제2벤처동부터는 특성화 전략을 도입해 제1벤처동과는 다른 성격의 기업을 입주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1벤처동의 경우 연구개발형 기업이면 분야에 상관없이 입주 신청을 받았다. 그러나 2~3년 운영해 보니 포항테크노파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른 테크노파크와 뚜렷이 구별될 수 있도록 특성화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파트형 공장인 제2벤처동을 분양할 때는 소재·부품 관련 업체를 중심으로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항테크노파크는 앞으로 광섬유 등 신소재 중심의 첨단 과학단지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것이 포부다.
신소재 중심의 첨단 과학단지로 육성한다는 포항테크노파크의 꿈은 지난해 7월 ‘나노기술집적센터’가 포항에 건립되는 것이 확정됨으로써 한 발 더 다가섰다. 나노 소재와 나노 공정 등을 연구해 이를 산업화하는 것을 지원하게 될 나노기술집적센터는 2008년까지 1,200억 원이 투입되는 대형 국책사업이다.
전문가들은 나노센터가 완공될 경우 500여 개 이상의 신생 첨단 벤처기업이 포항테크노파크에 입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나노센터가 들어서면 이를 발판으로 포항이 세계적 신소재·바이오·나노 기술의 중핵 산업 클러스터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포항시는 이 같은 꿈을 실현하기 위해 포항공대 및 포항산업과학연구원·포항테크노파크 등 첨단 디지털 산업 인프라가 들어선 포항시 남구 지곡단지 일대 87만 평을 포항소재밸리로 개발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조성 중인 1단계 부지 5만6,000평 외에 인근 연일읍 학전리 일원 80여 만 평을 추가로 개발해 궁극적으로 이곳을 한국 첨단산업의 메카, 환동해권(環東海圈)의 최고 테크노밸리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포항테크노파크는 향후 포항지역의 강점 산업을 중심으로 지역혁신사업과 연계해 업종의 특성화 및 전문화를 꾀한다는 방침도 세워놓고 있다. 구체적인 주력 업종으로는 신소재·나노·바이오·부품/소재 등이 고려되고 있다.
포항테크노파크는 이들 신소재 기술 연구기업을 유치해 포항의 전략산업인 철강산업과 접목해 부가가치를 획기적으로 높이겠다는 계산이다. 포항테크노파크는 또 포항공대·포항산업과학연구원·나노기술집적센터·지능로봇연구소 등과 적극 협조해 연구개발(R&D) 성과를 사업화하고, 첨단 기업 유치를 통해 신생 기업의 포항지역 토착화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정 과장은 “포항테크노파크가 환동해권 최고의 테크노밸리로 성장하기 위해 시급한 것은 하루빨리 ‘첨단소재 R&D특구’로 지정받는 일”이라고 말한다. 특구로 지정될 경우 각종 국세 및 지방세 감면 혜택이 주어져 국내 우량기업 및 해외 우수기업 유치에 탄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B]‘나노기술집적센터’ 유치로 한국형 실리콘밸리 건설[/B]
포항시는 특구로 지정될 경우 테크노파크를 첨단 생태산업단지로 개발하는 것은 물론 지곡동과 효자동 일대 180만 평을 R&D 핵심지역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또 180만 평 규모의 영일만 신항 배후단지를 첨단 소재산업집적단지로 개발한다는 청사진까지 세워두고 있다.
“전국에 14개 테크노파크가 있지만 기초자치단체가 설립한 것은 포항테크노파크가 유일합니다. 특히 포항테크노파크의 경우 국비 지원을 받은 것은 본부동과 제1벤처동이 완공된 이후인 2003년부터이고 그 이전까지는 지자체 예산과 민간기업의 출자로 이뤄졌습니다. 첨단 과학도시로 거듭나겠다는 지역주민의 의지와 지지로 탄생했다는 말이죠. 때문에 다른 테크노파크에 비해 3년여 늦게 출범했음에도 지난해 전국 최우수 테크노파크로 선정되는 등 가장 앞서 나갈 수 있었습니다.”
정 과장은 “포스코가 지난 30여 년간 포항시를 먹여살렸듯, 앞으로 30년은 포항테크노파크가 포항시를 먹여 살리게 될 것”이라며 “제2의 포스코가 되는 것이 포항테크노파크의 꿈”이라고 말했다.
[RIGHT]오효림 기자 [/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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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