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제27호>감세 논란 허와 실
- 작성일
- 2005.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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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감세 주장이 과연 정부재정 규모나 지출 내용, 현 경제상황 등을 면밀히 분석한 연후에 나온 것인지 의문이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정부재정과 관련해 감세정책 주장의 허와 실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한 번 재정이 파탄하면 다시 복구하는 데는 엄청난 시간과 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감세정책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있지만 반대하는 쪽 의견이 우세하다. 재정적자로 인해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박기백 한국조세연구원 연구1팀장의 말도 그런 맥락이다. 박 팀장은 “감세가 장기적인 경제성장에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감세로 인해 정부 부채가 늘어나고 재정적자가 유발되면 경제에 오히려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유일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도 “세금 감면에 따른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의 재정 부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근본적 대안 없이 감세를 주장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도 감세정책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한덕수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10월7일 정례 브리핑에서 “감세정책이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서민·중산층 위해 공공서비스 확대 필요
정부의
재정은 누구나 알고 있듯 국민 세금을 주요 재원으로 한다. 그 밖에 정부 보유 재산
매각, 국공채 발행, 각종 수수료 수입 등이 이를 보충한다. 이를 가지고 정부는 국방·외교·치안
등 국가 유지를 위한 기본적인 역할을 한다. 또 경제개발·사회복지·교육
등 국가 발전을 위한 분야에 자원을 재분배한다. 이러한 정부의 재원 조달 및 지출
활동을 포괄적으로 재정이라고 부른다.
[SET_IMAGE]4,original,left[/SET_IMAGE]재정은 시장경제가 발전하면서 역할이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민간 부문이 하기 힘들거나 공공의 이익을 위한 영역이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의 경우 저출산·보육·노인문제·교육·기초과학기술 투자 등 써야 할 곳이 산적해 있다. 압축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소홀했던 공공서비스를 정부가 확대·강화해야 할 때를 맞은 것이다. 이러한 일들이 단기적으로 비효율적이라고 해서 감세해 재정을 축소한다면 종국에는 3류 국가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선진국들은 복지·교육·의료 등 공공서비스에 대한 정부 비중이 큰 편이다. 이에 대한 부담은 국민이 진다. 우리의 경우 이제야 재정에서 복지 지출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시기다. 우리의 복지 지출 비율은 재정의 2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인 52%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앞으로도 이 분야에 대한 재정 지출의 지속적 증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부는 내년 예산의 주안점을 양극화 해소와 성장동력 확대에 두었다. 예컨대 사회적 일자리 지원에 올해는 1,691억 원을 지원했으나 내년에는 2,909억 원으로 72.0% 늘렸다. 육아 지원도 6,147억 원에서 9,361억 원으로 52.3% 증액했다. 교육이나 중소기업 분야 등도 지원액이 대폭 늘었다.
감세하면 이러한 지원을 줄일 수밖에 없다. 서민·중산층에 지원되는 공공서비스 혜택이 축소되는 것이다. 민간이 하기 힘든 분야의 투자가 줄면 당장은 별 표시가 나지 않지만 결국 성장까지 발목이 잡혀 국가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감세정책을 펴자는 측에서는 8조9,000억 원을 감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을 받아들여 감세하면 국가재정 운용상 지출 소요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다. 국채는 국가가 갚아야 할 빚이다. 하지만 우리는 감세를 하면서까지 국채를 발행할 처지가 못된다.
향후 5년간 우리는 43조 원의 적자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잠재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복지 수준과 성장동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데는 미흡한 수준이다. 최근 세수 부족 등으로 대규모 국채 발행이 예정돼 있는데 국채 발행을 확대하는 것은 재정 건전화에 역행하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공공서비스 외에 정부가 부담할 사회적 비용은 수없이 많다. 선진국의 경우 방과후 활동·임대주택·의료비 등을 사회가 함께 부담한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이런 비용의 대부분을 개인이 부담한다. 이러한 경비는 어려운 계층을 더욱 어렵게 해 양극화를 심화하기 때문에 정부에서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가 ‘선진국가’ ‘성숙한 사회’를 자부하기 위해서는 이런 사회적 비용을 감당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 재정의 역할을 강화해야 정부가 이런 일들을 할 수 있다.
감세 조치는 세입기반 붕괴 초래
국가재정을
알뜰하게 해야 한다는 점은 누구나 공감한다. 불필요한 세출을 줄이고, 구조조정해
국민 세금을 아끼는 일은 정부의 당연한 의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정부의
지출 구조나 세입 여건 등을 감안해야 한다. 지금의 세입 구조를 봤을 때 우리가
처한 현재 상황은 감세정책을 채택하기에는 곤란하다.
우리의 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 세율은 주변 경쟁국이나 OECD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다<9쪽 상자기사 참조>. 소득세의 경우 2002년부터 1~4%포인트를 내렸고, 2005년에 추가로 1%포인트 인하했다. 그 결과 현재 소득세율은 35%로 일본(37%)·중국(45%) 등에 비해 낮은 편이다. 법인세나 부가가치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내수 부진 등에 따라 세수도 점차 줄어드는 형편이다. 이런 마당에 감세하면 국가재정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써야 할 곳은 많은데 수입이 줄어든다면 빚을 지는 것이 불가피하고, 그 다음에는 국가 파산선고밖에 달리 길이 없는 것이다.
세수는 2004년 예산 대비 4조3,000억 원이 부족한 데 이어 2005년에도 4조6,000억 원의 세수 부족이 예상된다. 민간소비 등이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경우 내년 예산의 안정적 조달도 불투명하다. 그런데도 국세 수입의 70% 이상 차지하는 소득세·법인세·부가세 등을 1%포인트 인하할 경우 6조6,000억 원(2005년 예산 기준)의 세수 감소가 예상된다.
[SET_IMAGE]5,original,right[/SET_IMAGE]감세 조치로 인한 재정적자는 향후 재정 운영에 지속적이고 누적적인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 세금의 특성상 한번 내리면 다시 올리기 힘들다.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세율을 높이면 민간소비나 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국민의 조세저항을 불러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또 누구나 공감하듯 사회복지·환경·농어촌 등에 대한 재정 지출을 확대해야 할 상황에서 감세정책을 펼 경우 세입기반 자체가 붕괴돼 원활한 재정 운용을 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감세 조치 여부를 떠나 지속적으로 씀씀이를 줄이고 구조조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절약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으나 그 규모로 볼 때 경상경비 절약만으로 대규모 재원을 충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또 경상경비로 분류하는 관서 운영비, 여비, 업무추진비 등은 일상적 조직운영뿐 아니라 특정 사업을 추진하는 데 소요되기 때문에 경상경비를 지나치게 줄일 경우 투자사업의 정상적 추진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다.
정부는 세출 구조조정도 강도 높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절감 재원 마련 및 활용에 한계가 있다. 2005~200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상 총 지출 증가율은 연평균 6.3%로 경상경제성장률(연 7.3~7.5%)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규모 비율이 하락한다는 점을 의미하는 것으로 재정 건전성을 훼손할 염려가 있다.
“감세하려면 지출삭감방안 제시해야”
또
일반회계 예산(2005년 134조 원)에서는 지방교부금·교육재정교부금·인건비
등 사실상 구조조정 대상이 아닌 경직성 경비가 52%를 차지한다. 세출 구조조정으로
예산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감세정책에 대한 변양균 기획예산처
장관의 설명이다.
“세입 세출 구조의 특성을 무시하고 감세를 통해 국민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은 책임있는 정책이라고 할 수 없다. 재정의 한 축인 세입을 묶어 놓고 역할을 다하라고 하면 수긍할 수 없다. 재정의 양대 축은 세입과 세출이다. 지출을 그대로 놔두고 감세하려면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감세정책을 주장하려면 합리적 지출 삭감 방안도 함께 제시해야 설득력을 갖게 될 것이다.”
감세정책 또는 재정지출 확대 정책의 선택 여부는 나라마다 다른 경제·사회적 여건과 경제 운용의 기본 철학에 달려 있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국민 부담을 낮추는 대신 대규모 국채를 발행하거나 재정 안정을 도모하면서 국민의 복지 수준을 일정부분 유지하는 것 중 선택하는 것이다.
IMF를 겪은 우리 국민은 빚을 꺼리는 정서가 강하다. 따라서 감세하면서까지 국채를 발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김용민 재정경제부 세제실장은 “지금 우리는 감세정책을 선택할 여건과 시기에 있지 않다. 그보다 성장잠재력 확충과 양극화 해소에 중점을 둔 재정지출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면서 세제 측면에서 원활한 재원 조달을 위한 세입기반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DI·WEF 보고서 |
경기 회복세 완연…국가경쟁력도 상승 우리 경제가 기지개를 펴고 있다. 내수가 회복되고 수출 전망도 밝다. 주가지수는 1,000포인트를 돌파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 하반기 성장률이 상반기(3%)보다 높은 4%대 후반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KDI는 지난 10월12일 ‘3분기 경제동향과 전망’ 보고서를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소비 회복세가 빨라지고 수출 증가세도 호전돼 경기회복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KDI는 보고서에서 설비투자 회복세가 점차 가시화돼 올해 4%대 중반의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내년에는 8%대 중반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경상수지는 하반기 수출 호조에 힘입어 140억 달러 내외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KDI는 3분기부터 내구재 소비 회복세가 비내구재 서비스 소비로 확산하면서 전체 민간소비의 증가세가 확대되고 있고, 상반기 큰 폭으로 둔화됐던 수출 증가율도 안정을 찾고 있다고 평가하고, 소비 회복과 수출 회복에 따라 산업 생산과 서비스 생산 증가세가 동시에 확대되는 등 본격적인 경기회복 국면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세계경제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이 지난 9월28일 발표한 ‘2005년 국가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 대상 117개국 중 17위로 나타났다. WEF는 1971년에 창설됐으며 ‘다보스 포럼’으로도 불린다. WEF는 안정적인 경기회복 국면 진입, 과학기술 개발 노력, 부패 척결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 노력 등을 높이 평가해 경쟁력지수를 2004년 29위에서 올해는 17위로 상향조정했다고 밝혔다. 부문별로는 거시경제환경지수가 2004년 35위에서 올해는 25위로 상승했다. 특히 향후 경기 전망이 78위에서 46위로 뛰어올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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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T_IMAGE]7,original,left[/SET_IMAGE]지난 10월4일 한나라당은 서민생활 안정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다면서 총 8조9,167억 원의 감세안을 발표했다. 이후 감세정책과 관련해 정치권과 언론은 물론 일반 국민 사이에서까지 열띤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감세안을 내놓은 한나라당은 “소비 진작을 꾀하려면 국민의 세금 부담을 줄여 가처분소득을 늘리는 것 외에 대안이 없다”며 “서민 부담을 늘리는 정부의 증세정책에 분명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서민들이야 언뜻 들으면 세금도 줄여주고, 소득도 늘려준다니 귀가 솔깃한 제안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언뜻 국민에게 도움이 될 것 같은 이 같은 감세안에 대해 정부나 당국자들은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덕수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0월7일 정례 브리핑에서 “감세정책은 주요 부유층에 (혜택이)집중돼 소득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며 “재정지출 확대정책의 경우 직접적으로 수요를 증가시켜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중산층과 서민층에 대한 지원으로 소득 재분배에도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세금을 깎아준다는 데 대해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문제는 감세 효과가 얼마나 있느냐 하는 점이다. 감세정책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서민의 세금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소비와 투자를 활성화해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물론 감세정책은 근로와 투자 의욕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그야말로 일반론일 뿐이다. 현재 우리 경제 상황에 대입했을 때는 맞는다고 볼 수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김용민 재정경제부 세제실장은 이렇게 말한다.
“정부가 적은 세금으로 필요한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감세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정부가 세제 개편의 기본 방향을 ‘넓은 세원, 낮은 세율’에 두고 매년 세법 개정에 힘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최근의 감세 주장을 찬찬히 따져보면 여러 측면에서 현실성이 결여돼 있을 뿐 아니라 논리적 모순도 발견된다.”
감세효과에 대한 진단·검증이 필요
그렇다면
감세 효과는 정말 있는 것일까? 반대로 역효과는 없는 것일까? 논란이 되고 있는
세부 문제들을 냉정하게 짚어보도록 하자. 국가경제와 국민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감세와 같은 중요한 정책이 정치공방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효과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검증은 정책 수립에서 매우 중요하며, 무조건 국민 여론을
좇아서 될 일이 아니다.
01. 감세정책 쓰면 세금 부담 줄어들까? |
한나라당은 자신들의 세제 개편안대로 하면 가구당 62만 원의 세금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우리나라 소득자들의 특징이나 조세 체계를 감안하지 않은 것이다. 우리나라는 소득 양극화가 심한 편이다. 때문에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과 적게 내는 사람, 아예 안 내는 사람의 차이가 크다.
통상 선진국의 경우 근로소득자의 80% 이상이 세금을 낸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근로소득자의 49%가 근로소득세를 전혀 내지 않는다. 근로소득세를 내는 근로자 중 63%(과표 1,000만 원 이하)도 1인당 평균 세 부담이 17만5,000원에 불과하다. 때문에 전체 근로자의 80%는 월평균 1만5,000원 수준의 근로소득세를 부담한다. 현재 전체 근로자 중 상위 20%의 고소득 근로자가 전체 근로소득 세수의 90% 이상을 부담하는 실정이다.
또 자영사업자의 49%도 소득세를 내지 않고 있다. 기업의 34%는 결손으로 법인세를 내지 못하는 형편이다. 감세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서민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서민들은 세금을 내지 않는 계층이어서 감세 대상조차 되지 않는다. 따라서 세금을 줄일 경우 기존에 세금을 내지 않던 서민에게는 아무런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 오히려 감세에 따른 공공서비스 재원 감소로 서민의 고통이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반면 부자와 고소득자는 감세 조치를 취하면 서민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경감 혜택을 받게 된다. 감세 혜택이 부유층에 집중됨으로써 조세의 형평성이 훼손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예컨대 소득세율을 2%포인트 인하할 경우 연간 1,000만 원 이하 근로소득자는 4만3,000원의 감세 혜택을 보게 된다. 그러나 8,000만 원을 초과하는 고소득자는 302만 원의 세금이 줄어든다. 4인 가족 기준으로 볼 때도 근로자의 면세점은 1,600만 원 수준이기 때문에 감세하더라도 저소득자의 혜택은 거의 없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정치권과 일부 언론에서 ‘국민 세금이 줄어든다’는 등의 논리로 감세정책을 주장하는 것은 다수 국민을 현혹하는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국민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세금 문제를 정치쟁점화함으로써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것은 아닌가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감세하면 평균적으로 가구당 얼마의 세금이 줄어든다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어떤 소득자가 얼마나 줄어드는지 논거를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02. 경기부양 효과는 있나? |
감세론자들은 감세할 경우 경기부양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근로와 투자 의욕을 높여 전체적으로 경기부양 효과가 나타나리라는 것이 이들의 시각이다. 그러나 정부는 소득세 등을 감세할 경우 한계소비성향이 낮은 부유층의 감세 혜택이 많아 단기적인 경기부양 효과는 크지 않고 재정적자와 물가상승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국조세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1조 원을 감세할 경우 국내총생산(GDP)이 2,300억 원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출을 1조 원 확대하면 GDP가 4,000억 원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독일·스페인·프랑스 등 대부분의 선진 유럽 국가에서도 감세보다 지출을 늘렸을 때 GDP 증가율이 높았다. 이는 감세보다 재정지출 확대가 오히려 경기부양에 효과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사회간접자본시설(SOC) 투자 등을 늘려 직접적인 수요가 증가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부시 정부는 경제 성장 둔화에 대응해 감세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 결과 가처분소득 증가와 소비 증대로 일정부분 경기 회복에 기여하는 긍정적 효과가 나타났다. 그러나 세율 인하와 상속세 폐지가 고소득층에 유리하고, 세수를 감소시킴으로써 재정수지를 악화하는 부정적 효과가 더 컸다는 것이 경제학계의 다수설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감세가 경기부양 효과보다 부자들만 더 배부르게 만드는 ‘세테크’ 수단이 될 가능성이 크다.
03. 소비와 투자 살아날 것인가? |
일부에서는 감세 조치가 소비와 투자를 늘려 부족한 세수를 메울 수 있다고 말한다. 이론적으로는 그럴듯하게 들린다. 미국은 레이건 행정부 때 경기를 살리기 위해 과감한 감세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통합재정수지 적자가 GDP 대비 2%에서 6%로 대폭 확대되는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만 낳았다. 부시 행정부도 상속세 등을 폐지했으나 경기부양에는 실패한 채 부자들만 혜택을 봤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SET_IMAGE]8,original,right[/SET_IMAGE]일본도 구조적 경기불황 타개를 위해 1994년에 이어 1998년, 1999년에 감세정책을 시행했으나 애초 의도했던 소비 확대 등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경기 불황으로 인한 실업 증가, 자산 디플레이션, 높은 저축 성향 등으로 감세에 의한 가처분소득 증가가 소비로 연결되지 않고 저축으로 흡수돼 재정적자만 오히려 심화됐다. 그 결과 누적 국채가 증가해 2000년 총 국가부채와 재정적자가 각각 GDP의 133%, 6.9%에 달했다. 우리도 대부분의 근로자나 자영업자는 감세 조치를 하더라도 소비 증대 효과는 미미한 데 비해 세 부담의 형평성만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반면 고소득자의 경우 감세 조치를 하면 세금이 줄어드는 혜택을 받아 가처분소득이 증가하겠지만 한계소비성향이 낮아 그만큼 소비 증대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더구나 고소득자는 외국에 나가 돈을 쓰는 추세가 강해지고 있다. 설령 세금이 줄어 여윳돈이 생기더라도 나라 안에서 소비를 늘릴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이다.
최근 외견상으로는 소비가 늘어나는 추세지만 해외 소비 증가폭이 훨씬 크다. 올해 2분기 중 민간소비가 지난해보다 2.7% 늘었지만, 이 중 국내 소비는 1.8% 증가한 데 그친 반면 해외 소비는 무려 29.8%나 늘었다. 고소득자들이 해외골프·관광 등으로 해외에서 돈을 많이 썼기 때문이다.
기업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조세연구원이 2004년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법인세율 인하가 단기간에 기업투자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기업들의 평균여신금리는 6.20%로 낮은 편이다. 또 상장사들의 현금 보유액은 해마다 늘어 2005년 3월 현재 26조4,000억 원에 달한다. 제조업체들의 매출액 대비 경상이익률도 늘어 2003년 4.7%이던 것이 2004년에는 7.8%로 높아졌다.
이처럼 금리가 낮고 유동성이 풍부해져 자금 면에서 투자환경은 좋다. 이런 상황에서 법인세율을 인하한다고 해서 기업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논리는 그야말로 추측에 불과하다. 기업 입장에서야 세금을 줄여 주면 좋겠지만 그것이 곧바로 투자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04. 소득 재분배 효과는 있나? |
[SET_IMAGE]9,original,left[/SET_IMAGE]우리나라는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1998년 41%였던 것이 2003년에는 49%로 늘었다. 또 1,000만 원 이하 저소득 근로자의 인원 비중은 줄고, 세금 부담도 낮아졌다. 대신 고소득 근로자는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계산으로는 상위 20%의 고소득자가 근로소득세의 90% 이상을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근로소득세 경감은 1,000만 원 이하 소득계층에는 별다른 혜택이 없고, 주로 고소득 계층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소득 재분배를 감안해 차별적으로 저소득 계층의 경감률을 높게 해도 가처분소득의 증가는 고소득층에 편중되는 구조다.
정부는 저소득층의 경우 세 부담이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점에 비춰 감세 필요성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소득세를 줄일 경우 고소득자들에 대한 혜택이 커짐으로써 오히려 소득 재분배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감세하면 고소득자들이 소비를 늘리고, 이로 인해 경제가 활성화하면 저소득층에도 혜택이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앞서 살펴봤듯 감세한다고 해도 소비·투자 증가나 경기부양에 별 효과가 없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감세에 따른 소득 재분배 논리는 결과적으로 ‘부자들만을 위한 잔치’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
세율 낮은 나라는 감세 효과 없다 감세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공급경제학’을 이론적 근거로 든다. 감세를 통해 총 공급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이론이다. 세율이 높을 때는 세금을 낮춰야 성장률이 높아지고 세수도 늘어난다는 논리다. 미국 레이건 행정부도 이런 논리에 근거해 1980년대 과감한 감세정책을 실시했으나 통합재정수지 적자만 확대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우리는 어떤가? 결론부터 말하면 이 이론은 현재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 중론이다. 우리는 법인세·소득세 등의 세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고 조세부담률 역시 주변국이나 OECD 평균보다 낮다. 200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조세 부담률은 20.4%다. 국민부담률은 25.3%다. 이는 OECD 국가 평균인 28.2%, 37.6%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우리의 조세부담률은 OECD 30개 회원국 중 26위, 국민부담률은 28위 수준이다. 내년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은 19.7%로 예상된다. 또 재정규모는 GDP 대비 27%로 OECD 국가 평균 41%에 비해 크게 낮은 편이다. 따라서 공급경제학 이론을 따른다고 해도 현재 우리의 조세부담률을 볼 때 감세는 경제성장률을 높이기보다 세수만 줄일 가능성이 크다. 일부에서는 미국(18.6%)과 일본(15.3%)의 조세부담률을 예로 들면서 우리도 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들 나라는 우리와 사정이 전혀 다르다. 미국과 일본의 조세부담률이 낮은 것은 적자국채 발행에 크게 의존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수행을 위해 국채 발행을 늘린 까닭에 대규모 적자재정을 운용하고 있다. 일본도 금융부실과 장기간 경기침체로 인해 국채 발행에 의존해 적자재정을 꾸리는 형편이다. 이들 국가의 국채 발행은 고스란히 빚으로 남아 미래 세대에게 그 부담을 전가할 수밖에 없다. 우리도 IMF 극복 과정에서 국채를 발행한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 있다. 때문에 정부는 가급적 국채 발행을 자제해 재정 건전성을 높이고, 국민의 조세 부담도 최대한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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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T_IMAGE]11,original,left[/SET_IMAGE]정치권에서는 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유류세 등의 세율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소득세율을 인하하면 서민의 가처분소득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또 법인세 인하를 통해 중소기업의 투자 의욕을 높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부가세도 내려 가격 인하 효과를 통해 소비를 진작시켜야 한다는 것이 감세론자들의 주장이다. 이와 함께 고유가 시대를 맞아 유류세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서민이나 중소기업인이 들으면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이는 우리의 재정 현실을 무시한 ‘그림 속의 사과’에 불과해 보인다. 감세한 만큼 어디서 재원을 조달할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국가 고유 업무를 수행하고 공공서비스를 할 것인가? 때문에 일부 야당까지 감세안에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 김효석 정책위의장은 지난 10월10일 “매년 재정적자가 확대되고 있는데다 복지 지출, 공적자금 상환, 통일비용 등 세출 증가 요인을 감안하면 감세안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효석 의장은 “지난해 소득세 1% 인하도 잘못된 결정으로 이를 다시 환원하는 법안을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도 한나라당의 세제개편안은 ‘부자 세금 깎아주기’라며 “오히려 직접세를 강화해 부유층으로부터 세금을 더 걷어 서민복지를 위한 재정확대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득세 감세 혜택, 고소득층에 집중 |
한나라당의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소득세율을 2%포인트 인하하는 것으로 돼 있다. 현행 8~35%를 6~33%로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서민의 세 부담을 덜어주고 가처분소득을 늘려줘야 한다는 것이 소득세 인하의 근거다.
정부는 올해부터 소득세율을 1%포인트 내렸다. 현행 소득세율은 영국·독일 등 주요국이나 OECD 평균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2005년 기준 우리의 소득세율은 35%다. OECD 30개국 중 우리보다 소득세율이 낮은 나라는 체코(32%)·멕시코(34%)·스웨덴(25%) 등 5개국에 불과하다.
소득세 감세는 단기적으로 가처분소득을 증가시켜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 효과는 간접적이고 제한적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소득세 감세 혜택이 주로 고소득층에 집중돼 정치권에서 주장하는 소득 재분배 효과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소득 양극화를 심화할 소지가 높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자영업자와 근로소득자의 절반 가량이 세금을 내지 않는 현실에서 세율을 인하해도 실질소득 증가 효과는 없기 때문이다.
반면 한나라당의 안대로 소득세율을 2%포인트(이자·배당세율 포함) 인하할 경우 연간 3조 원가량의 세수가 줄어들 전망이다. 소득세를 내지 않는 근로자 등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보장 지출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점을 감안할 때 소득세율 인하는 불가하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지난해 과세 구간별로 일률적으로 소득세율을 1%포인트 인하함에 따라 저소득층의 세 부담 경감률이 커졌다. 하지만 경감률만 높았지 액수로 따졌을 때는 고소득자에 비할 바가 아니다. 예컨대 4인 가족 근로자를 기준으로 소득세율을 1%포인트 내렸을 때 3,000만 원 소득자의 경감률은 11.3%이지만 액수는 8만2,000원에 불과하다. 그런데 7,000만 원 소득자는 경감률은 6.0%로 낮지만 줄어드는 세금은 48만5,000원에 이른다. 더구나 전체 납세자의 49%는 원천적으로 감세 혜택을 보지 못한다.
법인세 인하, 단기 대책으로 부적합 |
법인세율 인하는 중장기적으로 기업의 투자 증대 효과가 있다는 것이 감세론자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정책효과의 시차 때문에 단기 대책으로는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많다. 대부분의 국가는 효율성 및 세제 단순화를 위해 법인세율을 단일세율로 과세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2단계로 운영한다. 과세표준상 현재 소득이 1억 원 초과 기업은 25%의 법인세율을 적용받으며, 1억 원 이하 기업은 13%다. 이것도 지난해의 27%, 15%를 각각 2%포인트 인하한 것이다. 이를 다시 23%, 11%로 각각 내리자는 것이 정치권 일각의 주장이다.
현재 우리나라 법인세율(25%, 13%)은 중국(30%)·일본(30%) 등 주요 경쟁국 및 OECD 평균(28.2%)보다 낮은 수준이다. 또 우리처럼 복수체계를 가진 미국(15~35%)에 비해서도 낮은 편이다. 현행 세율에서 2%포인트를 다시 내릴 경우 2조4,000억 원의 재정 부족이 예상된다. 또 정치권 주장대로 과표 구간을 1억 원에서 2억 원으로 상향조정해 세율 13%를 10%로 낮출 경우 1조 원 가량의 세수 감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체 법인의 34%는 이익을 내지 못해 법인세를 내지 않고 있다. 또 51%는 과세표준 1억 원 이하로, 이미 낮은 법인세율(13%)을 적용받고 있다. 그런데 과표 적용구간을 2억 원으로 상향조정해 과세율을 낮추면 상위 15% 법인만 혜택을 받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 재정경제부의 설명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최저한세율 10%를 8%로 낮춰야 한다는 대목도 있다. 중소기업이 각종 조세 감면을 받더라도 과세 소득이 있는 경우 일정액의 세금을 내도록 함으로써 과세의 공평성을 확보하자는 것이 최저한세 제도다. 하지만 정부는 중소기업 지원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2004년부터 중소 법인의 최저한세율을 12%에서 10%로 2%포인트 인하했기 때문에 추가로 내리는 것은 곤란하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중소기업의 14%가량이 최저한세 적용을 받고 있는데, 2%포인트 추가 인하했을 경우 1,000억 원의 세수 감소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은 소득이 발생할 수 있도록 경영 애로를 해소해 주는 방향으로 운용하되 소득이 발생한 후에는 동일하게 과세해야 형평성에 맞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다.
한국조세연구원 김진수 박사는 “법인세율이 인하되더라도 기업들이 투자증대보다 내부 유보에 치중할 경우 경기부양에 미치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가세 내려도 가격인하 효과 기대 어려워 |
[SET_IMAGE]12,original,right[/SET_IMAGE]부가가치세율은 올해를 기준으로 10%다. 여기서 1%포인트를 내리자는 것이 한나라당의 세법안이다. 우리나라 부가세율은 유럽연합(EU) 국가와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독일은 15%, 영국 17.5%, 프랑스19.6%, 이탈리아 20%, 덴마크 25% 등이 그렇다. 중국도 부가세가 17%에 달한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부가세 명목세율은 2004년 기준으로 10%이나 각종 공제 등을 제외한 실효세율은 3%에 불과하다. 실효세율은 일반법인의 경우 3.52%, 개인은 3.07%다.
전문가들은 부가세율 인하시 가격인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오히려 막대한 세수 감소와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물가의 하방경직성(내려가지 않으려는 특성)과 복잡한 유통 과정에서 세율 인하분이 흡수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세율 변동에 따른 납세자의 전산 시스템 수정이나 재고조사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부가세를 1%포인트 내릴 경우 2005년 기준으로 대략 3조9,000억 원의 재정이 부족할 것으로 재정경제부는 전망했다. 하지만 세수만 감소할 뿐 기대한 만큼의 가격인하 효과는 없으리라는 것이 재경부의 설명이다. 예를 들면 부가세를 1%포인트 내렸을 때(10→9%) 1만 원 하던 상품 가격은 최대 9,910원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실제 거래시에는 편의상 곧바로 1만 원으로 올라 소비자에게 아무런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수만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유류세, 외국에 비해 높지 않은 수준 |
휘발유·경유 등에 부과하는 유류세율을 10% 인하할 경우 세수 감소는 2조3,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현재 많은 국민은 우리나라의 유류세가 지나치게 높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때문에 오래전부터 유류세를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실상을 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우리나라 유류 가격 및 유류세율은 외국과 비교해도 그리 높지 않은 수준이다. 휘발유 가격의 경우 OECD 30개 국가 중 15위고, 세금 비중은 13위다.
국민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까지 치솟자 우리가 쓰는 기름값도 많이 올랐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오르기는 했어도 체감하는 것만큼 상승률이 높지 않다. 올해 2분기 두바이유는 배럴당 평균 47.99달러로 2004년 같은 기간 33.24달러에 비해 44.4% 상승했다. 반면 올 2분기 소비자가 주유소에서 넣는 휘발유 값은 ℓ당 평균 1,405원으로 2004년 같은 기간 1,364원에 비해 3% 올랐다.
이는 국제 유가가 폭발적으로 상승했지만 환율 하락으로 오른 값을 일정부분 상쇄했기 때문이다. 또 석유제품에 부과되는 세금은 종량제이기 때문에 휘발유 등 국내 석유제품의 가격상승률은 높지 않은 수준이라고 재정경제부는 밝혔다.
국제적으로 원유가 인상을 가격에 반영하는 것이 일반적 추세다. 또 유가 상승은 구조적이고 지속적이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단편적인 유류세 인하보다 에너지 절약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세율을 내리더라도 기름값이 자율화돼 있어 소비자 가격이 떨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반면 세수는 크게 줄어 정부재정을 압박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재경부 조사 결과 유류세를 10% 내렸을 때 휘발유의 가격인하 효과는 ℓ당 70원 정도로 추산됐다.
택시 LPG 특소세 면제는 형평성 어긋나 |
[SET_IMAGE]13,original,left[/SET_IMAGE]일부 정치권과 택시업계에서는 LPG 특소세를 면제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택시의 LPG 특소세를 면제할 경우 많은 문제점이 발생한다는 것이 정부의 진단이다. 먼저 부정 유류 유통 및 사후관리에 어려움이 발생한다. 면세를 이용해 다량의 유류를 매입해 되파는 일종의 1물2가(1物2價) 형성이 우려된다. 현재 농어업용 기자재 등에 지급하는 면세 유류의 경우도 부정 유통 등 사후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또 유가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택시의 LPG 특소세를 면제할 경우 버스·화물차 등 다른 운송업체와의 형평성 논란이 일 것이 분명하다. 이 요구를 정부가 다 들어주면 택시 LPG 특소세 면제에서 2,000억 원, 버스·화물차에서 1조9,000억 원의 세수가 각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제2차 에너지 세제 개편으로 LPG 세율을 ℓ당 44원으로 인하해 택시업계의 LPG 유류세 실질부담률은 낮아졌다. 2005년 9월 현재 택시업계의 LPG 유류세 실질부담률은 12.4%로 최근 3년 평균 14.9%보다 2.5%포인트 낮아졌다. 따라서 LPG 특소세와 고유가가 택시업계의 경영에 심각한 부담을 주는 요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유가상승으로 인한 추가 원가 부담은 버스 및 화물업계가 택시업계보다 높다. 현재 택시업계가 겪는 어려움은 수요 감소로 인한 초과공급 등 구조적 문제에서 발생한다. 단기적 처방보다 택시업계의 구조조정 등 근본 대책이 절실하다.
장애인 차량에 대한 LPG 특소세 면제도 논란이 되고 있다. 택시와 마찬가지로 장애인용 차량 특소세 면세도 부정 유류 유통과 형평성 문제가 따른다.
외국과의 세율 비교 |
우리나라 세율 높은 편 아니다 정치권에서는 국가의 기간세라고 하는 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 등에 대한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국가경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세금을 인하하기 위해서는 타당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우리의 경제 상황을 살펴야 하고, 외국과의 세율도 비교해 봐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소득세·법인세·부가세 세율은 주변 경쟁국이나 OECD 평균보다 높지 않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물론 평면적 비교가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없겠지만 ‘감세 논쟁’에서 충분히 고려해 봐야 할 대목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소득세율은 35%다. OECD 평균은 37.26%로 우리보다 2.26% 높다. 경쟁국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은 37%, 중국은 45%이다. 법인세도 우리는 25%(이익 1억 원 초과 기업 기준)로 일본(30%)·중국(30%)보다 낮다. OECD 평균인 28.2%보다도 3.2% 낮은 수준이다. 또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는 10%다. 일본의 5%보다는 5%가 높다. 하지만 중국(17%)이나 OECD 평균(17.7%)보다는 현저히 낮다. 외국의 세율과 비교했을 때 우리가 굳이 세율을 내려야 할 이유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현재 우리의 재정 여건이나 외국의 세율과 비교했을 때 감세정책을 채택하기는 곤란하다”며 “감세 문제는 시간을 두고 장기적 관점에서 고려해야 할 사안이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오락가락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
OECD <2005 한국경제 보고서> |
“잠재성장률 유지 위해 재정 건전성 높여야” OECD는 한국이 향후 4.5~5% 수준의 잠재성장률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거시경제정책과 함께 재정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OECD 경제검토위원회는 지난 10월5일 <2005년 한국경제 보고서>에서 이같이 권고했다. OECD는 보고서에서 “한국은 외환위기 이후 진행된 구조개혁과 세계경제의 통합 증대로 크게 변모했으나 최근 내수 회복 지연 등으로 중장기 성장 전망에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OECD는 “한국이 잠재성장률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재정 분권화 등 재정의 효율성 제고, 혁신 시스템 향상, 노동·기업·금융 부문에 대한 구조개혁 등을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기구는 “한국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시작된 구조개혁의 진전, 견고한 해외 수요 등에 힘입어 지난 5년간 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수준인 연평균 5.5% 성장했으며, 1인당 국민소득은 OECD 평균의 3분의 2까지 향상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OECD는 내수 부진 등에 따른 향후 경제 전망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급속한 고령화 등에 대비한 거시경제정책의 안정성과 재정 건전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와 함께 지역균형발전 관점에서 재정의 지방분권화 조치를 효과적으로 추진하고, 연구개발(R&D) 체계 개선, 상품시장 경쟁 추진, 고등교육 개혁 등 혁신 시스템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OECD는 또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고 경제활동 참가를 촉진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OECD는 우리나라가 내년에는 내수가 본격적으로 회복되면서 5% 내외의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우리 정부의 예상치와 비슷한 수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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