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체코 ‘EU 역대 최대 규모 비즈니스 포럼’ 개최
체코 신규 원전 건설 수주 확정을 위한 윤석열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 마지막 날인 9월 20일(현지시간), 한·체코 양국 기업인들도 협력을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대한상공회의소, 체코상공회의소 및 체코산업연맹이 공동주최한 ‘한·체코 비즈니스 포럼’에서다.
포럼에는 한국과 체코 기업인, 정부 인사 등 470여 명이 참석했다. 이는 역대 유럽연합(EU) 국가와 개최한 경제인 행사 중 최대 규모다. 윤 대통령과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이 참석해 양국 기업인들을 격려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SK그룹 회장) 외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국내 4대 그룹 총수가 총출동했다. 4대 그룹 총수 전원이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함께한 것은 올들어 처음이다. 이 밖에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 등도 함께했다.
정부에서는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장영진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윤희성 한국수출입은행장 등이 자리를 메웠다. 특히 원전 수주 ‘팀 코리아’의 주역인 기업·기관들이 함께해 의미를 더했다.
윤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원전 건설과 운영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팀 코리아는 체코 원전 사업에 있어 최적의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자부한다”면서 “이제 ‘팀 코리아(Team Korea)’가 ‘팀 체코리아(Team Czech-Korea)’가 되어 원전 르네상스를 함께 이뤄나가자”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두코바니 원전 건설은 한국과 체코의 기업이 함께 만드는 양국 협력의 상징이 될 것”이라면서 “두코바니 사업의 성공을 위해 팀 코리아는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며 우리 정부도 필요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국은 가장 중요한 비유럽 무역 파트너
윤 대통령은 또 친환경 전기차와 첨단로봇, 우주항공, 바이오, 첨단화학·화학소재, 디지털 에너지 분야 등을 양국 협력 유망 분야로 거론하며 “앞으로 양국 간 공동연구뿐 아니라 원활한 인적 교류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체코 측에서는 즈데넥 자이첵 체코상의 회장, 얀 라파이 체코산업연맹 회장, 요제프 시켈라 산업통상부 장관, 페트르 노보트니 스코다그룹 최고경영자(CEO), 토마스 카즈다 체코 배터리 클러스터(CBC) 회장, 바츨라프 스나셰 오스트라바 공대 총장 등 180여 명이 나왔다.
체코는 V4(슬로바키아, 체코, 폴란드, 헝가리) 국가 중 배터리, 자동차 등 산업 제조 기반이 가장 잘 조성된 국가로 꼽힌다. 동유럽과 서유럽을 연결하는 중앙부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으로 ‘유럽의 심장’으로도 불린다. 한국 기업들의 투자 역시 활발하게 이뤄져왔다. 양국 간 교역은 2018년 30억 달러, 2021년 40억 달러를 돌파한 후 지난해 역대 최대인 44억 7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최근 수주 성과가 있었던 원전 분야에서 나아가 미래 모빌리티·첨단산업 분야 등에서 협력을 이어가기 위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최태원 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전 지구촌이 기후 변화의 위기를 겪고 있다”며 “탄소중립을 위한 최우선 과제는 원전, 수소와 같은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무탄소(Carbon Free) 에너지 공급”이라고 말했다. 이어 “체코 또한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국가로서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원자력 등 무탄소에너지의 활용 확대를 적극 모색 중에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원전 협력과 함께 다양한 에너지 분야에서 협력을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또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빠르게 성장 중인 한국의 수소 기술은 수소경제 발전을 도모하고 있는 체코와 협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며 “원전을 이용한 수소 생산 역시 최우선 협력 과제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이와 함께 인공지능(AI), 반도체, 배터리 등을 긴밀히 협력할 분야로 꼽았다.
얀 라파이 체코산업연맹 회장은 개회사에서 “한국은 체코의 가장 중요한 비유럽 무역 파트너 중 하나가 됐으며 체코는 많은 한국 기업이 유럽으로 진출할 수 있는 관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국 기업은 자동차, 전자, 첨단제조와 같은 산업에서 체코에 상당한 투자를 했는데 앞으로 녹색에너지, 디지털 전환, 첨단기술과 같은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개회사 이후에는 ‘한·체코 인프라 협력’ 세션이 이어졌다. 양국의 인프라 협력 관계를 한층 더 강화하기 위해 마련된 세션이다. 양국 관계기관은 고속철도 및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추진 현황과 양국 협력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한국과 체코의 첨단산업 협력방안을 발제한 전윤종 산업기술기획평가원장은 “한국과 체코 양국의 긴밀한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산업기술 협력과 공급망을 연계하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 강화가 필요하다”면서 “글로벌 환경 변화에 대응해 양국의 산업 발전은 물론 공급망, 탄소중립, 첨단기술의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구축해 시너지를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속철도 수출 담당을 맡고 있는 한국철도공사 조현아 차장은 “한국의 산악지형 등 복잡한 철도 운행 환경과 20년간의 고속철도 건설 및 운영 노하우는 향후 체코의 고속철도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철도 분야가 양국 간 유망한 협력 분야가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체코 측 연설자로 참여한 체코 철도시설공사 담당자는 한국의 기술력 및 경험에 많은 관심을 표하며 한국이 체코 철도사업의 중요한 파트너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재건 관련 협력방안을 발표한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이무혁 우크라이나재건지원팀장은 “한국과 체코는 폴란드, 루마니아, 헝가리 등 인접 국가와 우크라이나 재건의 큰 협력 지대를 형성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춰나가고 있다”면서 “특히 고속철, 공항 현대화, 병원 및 헬스케어 분야 등 잠재적인 협력 분야를 모색 중이며 향후 우리 기업의 우크라이나 재건시장 참여 기회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체코 측 연설자로 참여한 우크라이나 재건 특사실 실장은 한국의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지원제도와 참여의지에 공감을 표하며 향후 양국 간 협력 확대를 희망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이번 체코 교통부 장관 면담 및 양해각서(MOU) 체결을 계기로 한국과 체코 간 고속철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신속과 안전(Fast & Safe)’이라는 명성을 쌓아온 한국의 철도 기업들이 체코 및 유럽의 철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로 삼겠다”면서 “체코는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참여를 추진 중인 우리 기업들의 훌륭한 파트너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체코 교통부와 실무회의를 통해 협력방안을 계속 구체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상의는 체코상의, 체코산업연맹과 경제협력 활성화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이성우 대한상의 국제통상본부장은 “한국은 14억 달러 규모의 현대차 체코 노쇼비체 생산공장 투자처럼 좋은 협력 경험이 많은 국가”라며 “이번에 양국 기업인들이 모여 논의한 사항들이 시너지 확대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윤 대통령, 체코 상·하원 의장 만나 원전 지원 당부
‘한·체코 비즈니스 포럼’ 기조연설 이후인 9월 20일 오후 윤 대통령은 체코 상·하원 의장을 각각 만나 원전 사업 최종계약 지원을 부탁했다.
윤 대통령은 우선 마르케타 페카로바 아다모바 체코 하원의장을 만나 “우리 기업의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 사업 참여가 앞으로 한·체코 관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키는 전기가 될 것”이라며 “양국 정부가 희망하는 대로 최종 계약이 원활하게 체결될 수 있도록 아다모바 의장을 비롯한 체코 하원의 각별한 관심과 지원을 기대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이 원전 사업이 체코의 경제발전과 기술역량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우리 정부가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 배석한 체코 하원의원들은 “한국수력원자력의 두코바니 원전 사업 참여가 체코의 에너지 안보 강화와 원전산업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양국 경제협력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응답했다.
아다모바 의장은 또 “윤 대통령의 이번 체코 공식 방문이 양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강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양국이 경제, 문화, 외교·안보 등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체코 하원 차원에서도 여야가 힘을 합쳐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어 밀로쉬 비스트르칠 상원의장을 만나 체코 상원의 관심을 당부했다. 비스트르칠 상원의장은 “제조업 및 기술 강국인 대한민국과 체코의 경제적 협력 효과가 대단히 높다”면서 “향후 두코바니 원전 사업이 한·체코 협력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각별한 관심을 갖고 지원하겠다”고 화답했다.
박지현 기자

“체코 원전 성공적으로 완수 확신”
세계 각국 언론 보도 잇따라
해외 언론 반응윤석열 대통령의 체코 방문은 해외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외신들은 윤 대통령의 체코 일정을 보도하며 특히 윤 대통령의 성공적인 원전 완수 의지에 방점을 찍었다.
영국 ‘로이터통신’은 9월 19일(현지시간) 윤 대통령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윤 대통령은 체코 원자력 발전소가 성공적으로 완수될 것을 확신한다”고 보도했다. 또 윤 대통령이 “이번 체코 방문은 한국수력원자력의 체코 신규 원전 건설 수주 최종계약을 원활히 이뤄지도록 하기 위한 것이며 프로젝트의 성공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체코 신규 원전 입찰 경쟁에서 탈락한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특허권 주장과 관련해서는, “지식재산권 관련 견해차를 해소하고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한국과 미국 정부가 원자력 에너지 분야 기업 간의 우호적 분위기를 형성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는 윤 대통령 말을 전했다.
이탈리아 매체인 ‘아젠치아 노바(Agenzia Nova)’ 또한 같은 날 “한국 대통령은 이번 체코 순방이 협정의 최종 서명을 보장하기 위한 것임을 확인했다”면서 “윤 대통령은 원전 협상이 결국 성공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보도했다.
체코 현지 매체(expats.cz)는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 임석하에 체코 교통부와 한국이 고속철도 및 우크라이나 재건 협력을 위한 두 건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인도 매체(Daijiworld)는 프라하성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 내용을 전하며 “한국과 체코 기업이 공동으로 건설할 두코바니 원자력 발전소는 양국의 상호 경제발전과 에너지 협력에 이정표가 돼 전략적 파트너십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한 윤 대통령의 발언을 보도했다.

“양국 관계 새로운 도약 동포 사회도 더 큰 성장의 기회로”
윤 대통령, 체코 동포 간담회
윤석열 대통령은 9월 20일(현지시간) 체코 동포들을 초청해 만찬을 겸한 간담회를 끝으로 체코 공식 방문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도 한·체코 간의 ‘원전 동맹’ 구축 의지를 다졌다. 체코 동포 초청 만찬 간담회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먼저 “동포 사회의 모범적인 모습이 체코 국민들 사이에 한국에 대한 좋은 인식을 확산시켰다”며 “동포 여러분의 노력과 헌신에 힘입어 양국 관계가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팀 코리아’가 두코바니 원전 건설 사업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국내 원전 생태계를 복원하고 1000조 원이 넘는 글로벌 원전시장에 활발하게 진출할 교두보를 마련했다”며 “최종계약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또 “이번 체코 방문을 통해 원전·첨단산업·과학기술 등 분야로 협력의 지평을 넓히기로 했다”며 “양국 협력이 확대되면 우리 동포 사회도 더 큰 성장의 기회를 맞이하게 될 것이며 동포 여러분이 현지 사회에서 더 큰 역량을 발휘하며 불편 없이 활동할 수 있도록 더욱 체계적인 지원을 펼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