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 ‘원전 세일즈’ 체코 공식 방문
한국과 체코 사이 원자력 동맹을 기반으로 한 ‘백년대계’가 세워진다. ‘팀 코리아’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체코 두코바니 일대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을 계기로 한·체코 양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미래지향적이고 호혜적인 관계로 심화시켜 100년을 함께 내다보는 원전 동맹으로 거듭나게 하겠다는 것이다.
9월 19일(현지시간)부터 2박 4일간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의 초청으로 체코를 공식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은 파벨 대통령과 정상회담, 페트르 피알라 총리와 회담 등 굵직한 일정을 소화하며 원전 세일즈 외교를 원전 동맹을 구축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윤 대통령의 이번 체코 방문은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 사업에서 팀 코리아가 최종 계약에 이를 수 있도록 확고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파벨 대통령은 9월 19일 정상회담에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두코바니 신규 원전 사업 최종 수주에 낙관적”이라며 “이 사업이 양국 관계 발전의 새로운 기반이 되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피알라 총리도 윤 대통령과 함께 9월 20일 체코 플젠 산업단지 내 두산스코다파워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수원과 체코 정부가 무사히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두코바니 원전과 그 이후 테믈린 원전 건설 이후에도 체코와 한국의 관계는 더욱더 돈독해지며 그 이후에도 협력할 기회는 충분히 많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원전 동맹으로 강화되는 한·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이 양국 관계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윤 대통령은 9월 19일 파벨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이후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양국 관계가 꾸준히 발전해오고 있었다는 사실을 먼저 언급했다. 2025년이 양국 수교 35주년이라는 사실을 언급한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체코에 누적 30억 유로를 투자한 체코의 4대 투자국”이라면서 “양국 간 연간 교역 규모는 4년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관광·문화교류도 활발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짚은 윤 대통령은 “양국은 2025년 수교 35주년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 10주년을 맞아 정치·경제·문화·과학기술과 외교안보·국방·방산과 같은 제반 분야에서의 협력을 전면적으로 강화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윤 대통령은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을 계기로 첨단산업 육성, 에너지 안보 확보, 그리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전략적 공조를 함께해나가기로 했다”며 “양국 기업이 함께 건설할 두코바니 신규 원전이 한·체코 경제의 동반 발전과 에너지 협력의 이정표로서 양국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 간 ‘원전 동맹’의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9월 20일 피알라 총리와의 회담 후 가진 공동언론발표에서 더 구체적인 전망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최종 계약 체결까지 남은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돼 두코바니 원전 사업이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의 모범사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긴밀한 소통을 이어가기로 했다”며 “두코바니 사업이 체코의 국가경쟁력 강화와 인재 육성, 지역경제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기업의 두코바니 원전 사업 참여를 계기로 원전 건설을 넘어 공동 연구개발과 인력 양성으로 이어지는 포괄적인 원자력 협력을 제도화해나가겠다”며 “이를 바탕으로 전략적 동반자 관계인 한국과 체코가 앞으로 100년을 함께 내다보는 원전 동맹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피알라 총리와 회담에 앞서 체코의 최대 공업도시 플젠에 있는 한·체코 협력 기업인 두산스코다파워 공장에서 열린 ‘원전 전주기 협력 협약식’과 ‘터빈 블레이드 서명식’에 참석하고 본격적인 원전 협력을 시작했다. 원전 전주기 협력 협약식에서는 원전 건설부터 설계, 운영, 핵연료, 방폐물 관리 등 원전 생태계 전주기에 걸친 13건의 업무협약(MOU)이 체결됐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양국 원전 협력의 제도적 기반이 확고하게 구축됐다”며 “한·체코 원전 동맹은 원전의 기술, 운영, 연구개발, 인력 양성 등 원전 생태계 전 주기에 걸쳐서 양국이 협력을 추진하고 장기간에 걸친 포괄적인 원전 협력을 통해 다른 전략산업 분야로 협력의 지평이 더 넓어진다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MOU 56건 체결로 전면적인 경제협력 추진
이처럼 한·체코 간 원전 협력은 전면적인 경제협력으로 확장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피알라 총리와의 회담을 마치고 ‘한·체코 공동계획’을 채택했다. 여기에는 양국이 무역·투자를 포함한 경제협력을 담당하는 부처를 설치하고 공공·민간단체 간의 정례적 소통과 협력을 증진하며 경제공동위원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무역투자촉진프레임워크(TIPF)도 체결돼 교역 분야에서 협력 기반이 만들어졌다. 윤 대통령은 9월 20일 공동기자회견에서 “양국 간 체결된 TIPF는 4년 연속 최대치를 매해 경신 중인 양국 간 교역을 한층 더 확대하고 상호 투자를 증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국 관계는 제조업 중심의 경제협력을 넘어 첨단기술, 교통, 인프라, 미래 모빌리티와 같은 고부가가치 분야의 호혜적 협력으로 확대된다. 이번 방문을 계기로 양국 기관과 기업 간에 체결된 MOU는 원전 분야 19건, 경제 분야 6건, 첨단산업·기술 분야 19건, 수소 분야 3건, 인프라 분야 7건, 기타 2건 등으로 총 56건이다. 윤 대통령은 “체코의 제조업 기반과 한국의 기술력을 결합해 양국 산업 경제의 재도약을 함께 도모하고 산업기술 연구개발과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노력을 함께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고속철도 분야 협력을 강조했다. 체코 정부는 철도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 인접국인 독일, 폴란드, 슬로바키아를 연결하는 970㎞의 고속철도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와 관련해 국토교통부는 체코 교통부와 ‘고속철도 협력 MOU’를 체결했다. 윤 대통령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춘 한국 기업들이 체코의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나아가 유럽 철도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교류가 늘어난다. 윤 대통령은 “체코 방문을 계기로 바이오, 우주항공, 화학과 첨단소재, 디지털, 원자력을 비롯한 다양한 부문에서 양국의 연구기관과 대학들이 서로 연계해 과학기술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핵연료 기술, 합성신약, 인공지능과 같은 분야에서 양국의 공동 연구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향후 10년간 3700만 달러 규모의 재원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히고 “이를 통해 첨단 과학기술 협력이 한국과 체코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새로운 도약을 뒷받침하는 동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등 양국 협력 추진”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양국은 지속적인 협력을 약속했다. 대통령실은 현지 언론 브리핑에서 “양국은 자유·인권·법치의 가치를 공유하는 전략적 파트너로서 주요 지역 정세에 대해 앞으로도 긴밀하게 공조해나갈 것을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파벨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와 유럽의 안보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며 “핵심 가치를 공유하는 대한민국과 체코는 국제무대에서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북한과 관련해서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무모하고 비상식적인 도발을 통해서는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으며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러·북 불법 군사협력이 국제 평화와 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임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의사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강력한 연대와 지지를 바탕으로 우크라이나 국민이 평화와 일상을 되찾을 수 있도록 실효적인 지원 방안을 함께 강구하겠다”며 “우크라이나의 분야별 재건 사업 참여를 희망하는 양국 기업들이 사업정보 공유, 프로젝트 공동 개발, 공동 투자 유치 등의 구체적인 협력을 추진할 수 있도록 양국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러한 협력 방안들이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9월 19일 공동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체코의 든든한 우방국으로서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사항들이 앞으로 착실하게 이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정 기자

예외적으로 성문 개방하고 윤 대통령 환대
‘프라하성’의 공식 환영식
윤석열 대통령은 9월 19일(현지시간)부터 2박 4일 일정으로 체코를 공식 방문했다. 우리 정상으로는 9년 만에 공식 방문하는 윤 대통령을 맞아 체코 측에서는 이례적인 환대를 베풀었다.
윤 대통령 부부는 9월 19일 체코에 도착해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 부부와 함께 프라하성 제1광장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 참석했다. 당초 체코 측은 프라하성에서 9월까지 진행되는 성 바츨라프 왕관 전시회 때문에 외빈 접견 행사를 진행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을 환영하기 위해 이번 방문에 한해서 예외를 뒀다.
프라하성은 9세기 말 보헤미아 왕국 수도 시절부터 14세기 신성로마제국 수도를 거쳐 1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고대 성채다. 고딕과 르네상스, 바로크 등 다양한 건축양식이 혼재해 있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 부부는 이 곳에서 파벨 대통령 부부를 만나 꽃다발을 주고받았다. 환영식이 시작되자 애국가와 체코 국가가 각각 연주됐고 윤 대통령은 파벨 대통령과 함께 의장대를 사열했다.
공식 환영식을 마친 윤 대통령은 파벨 대통령과 단독회담, 확대회담을 이어 가졌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최근 태풍 ‘보리스’로 인해 많은 피해를 입은 체코 국민에게 위로를 전했고 파벨 대통령은 각별한 감사의 뜻을 밝혔다. 정상회담에 이어진 만찬은 프라하성에서 열렸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은 공식 환영식부터 공식 만찬까지 4시간 이상 파벨 대통령과 함께했다”며 “두 정상은 2023년 9월 유엔(UN)총회, 2024년 7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그리고 이번 정상회담 등을 계기로 우의를 돈독히 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