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은평구 연서시장 변세근·김영례·최진숙 씨
정부가 소비 활성화와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매출 확대를 위해 모든 국민에게 지급한 ‘민생회복 소비쿠폰(이하 소비쿠폰)’의 효과로 모처럼 소상공인 얼굴에 웃음이 살아났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전국상인연합회와 공동으로 8월 5~7일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소상공인 20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민생회복 소비쿠폰 효과성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5.8%가 소비쿠폰 사용 이후 사업장에서 매출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매출이 늘어난 사업장의 51%는 매출 증가율이 10~3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문 고객 수 변화 역시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51.8%는 방문 고객 수가 증가했다고 답했다. 소비쿠폰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도 높게 나타났다. 응답자의 75.5%는 ‘소비쿠폰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이용을 유도하는 데 효과적이었다’고 답했고 63%는 ‘소비쿠폰 사용이 소비 진작에 도움이 됐다’고 했다. 유사 정책의 추가 시행 필요성에 대해서도 70.1%가 동의했다.
8월 말 서울 은평구 연서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소비쿠폰 덕에 시장에 활기가 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연서시장은 1968년 개설된 은평구 대표 전통시장으로 서울 지하철 3·6호선과 GTX-A가 다니는 연신내역 바로 앞에 위치해 인근 주민들은 물론 북한산을 오고 가는 사람으로 늘 붐비던 곳이었다. 그러나 계속되는 경기침체에 연서시장도 갈수록 활기를 잃었다. 한숨이 깊어가던 시장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소비쿠폰이 지급된 이후다. 소비쿠폰을 쓰기 위해 시장을 찾는 손님이 늘면서 최근 상인들의 얼굴도 밝아졌다.
8월 17일 연서시장이 갑자기 시끌벅적해졌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소식도 없이 연서시장을 깜짝 방문했다. 생활용품·찬거리 등을 온누리상품권으로 구입한 이 대통령은 김 여사, 대통령실 참모들과 함께 순대, 떡볶이, 떡 등을 사서 나눠 먹었다. 이날 이 대통령의 손을 잡은 상인들은 “소비쿠폰 덕분에 매출이 크게 늘었다”, “소비쿠폰 효과가 괜찮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고 이 대통령은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살아야 나라 경제가 산다”고 화답했다.
9월 22일 2차 소비쿠폰 발급을 앞두고 연서시장을 찾았다. 소비쿠폰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민속떡집을 운영하고 있는 변세근 연서시장상인회장, 연서시장 대표 노포인 연서순대국 김영례 대표, 2대에 걸쳐 잡화점을 운영 중인 신흥상회 최진숙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연서시장의 터줏대감들이라고요.
변세근 회장(이하 변): 연서시장에서 올해로 43년째 민속떡집을 운영하고 있고 연서시장상인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매일 새벽 5시에 나와서 직접 떡을 뽑고 있어요. 떡 종류가 다양한데 그중에서 가래떡과 절편, 두텁떡이 인기가 많은 편이에요. 대통령 부부가 시장 방문했을 때 떡 시식도 하고 떡도 사갔답니다.
김영례 대표(이하 김): 저는 이곳에서 순대 장사한 지 58년째예요. 지금은 아들 내외가 대를 이어서 2대째 가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2021년에는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선정하는 ‘백년가게’에 이름을 올렸고요. 오랜 단골손님도 많고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도 많아요. 매일 순대를 직접 만들어 쓰다보니 맛있다고 좋아들 하세요. 대통령 부부가 시장에 방문했을 때 우리 순대도 드시고 갔는데 덕분에 손님이 좀 늘었어요(웃음).
최진숙 대표(이하 최): 시부모님이 신흥상회라는 이름으로 1984년부터 고추가게를 하셨어요. 제가 시집오고 나서 가게 한쪽에 식품이랑 의류, 잡화를 가져다놓고 팔기 시작했죠. 시아버님이 돌아가시고 제가 가게를 맡아서 견과류며 그릇, 식품, 잡화 등을 팔고 있어요.
연서시장을 지킨 분들이네요.
김: 20대에 장사를 시작해서 80대가 됐으니 순댓국에 인생을 바친 거죠.
최: 우리 시장에는 장사를 오래한 분들이 많아요. 대를 이어서 하는 집도 많고요. 그래서 상인들끼리도 서로 잘 알고 가깝게 지내요. 단합도 잘되고요.
변: 요즘에는 젊은 상인들도 많아졌어요. 부모님이 하던 가게를 대를 이어서 하다보니 단골손님들도 대를 이어서 찾아와요.
오래된 시장인데도 시설이 깨끗합니다.
변: 전통시장에 대한 편견들이 있잖아요. 오고 싶은 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시설 현대화나 위생 개선에 애를 많이 썼어요. 2019년과 2020년에는 중기부 지원사업인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에 선정돼 국·시·구비를 지원받아 노후화된 시설을 정비했고 해충방제, 시장 입구와 간판 리뉴얼, 먹거리존 등의 특화존 조성, 시장 캐릭터 및 디자인 개선 등을 진행했습니다. 쾌적한 쇼핑을 위해 시장 내부에 에어컨을 설치해서 더운 날에도 쇼핑과 먹거리를 즐길 수 있습니다.
연서시장에는 유동인구가 상당히 많은데요.
변: 연서시장 바로 앞이 연신내역이에요. 연신내역을 이용하는 하루 평균 이용객 수가 6만 5000명(2023년 기준) 정도랍니다. 이건 지하철 이용객 수만 따졌을 때고 GTX-A 개통 이후에는 하루 10만 명 정도가 연신내역을 오갑니다. 이곳을 지나는 버스 노선도 30개에 달하고요. 워낙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고 이 지역을 대표하는 전통시장이다보니 시장이 늘 붐비지요. 현재 150여 개 점포가 운영 중이고 야채·건어물·생활용품 매장뿐 아니라 먹거리타운이 형성돼 있어 인근 주민들뿐 아니라 북한산을 찾는 등산객이나 은평한옥마을을 다녀가는 관광객이 시장을 많이 찾아요. 최근에는 외국인 관광객도 많아졌어요.

그런데도 경기가 예전 같지 않다고요.
변: 한동안 분위기가 침체됐죠. 시장에 와서 지갑을 여는 손님이 많이 줄었어요. 경기는 나아지지 않고 물가는 오르다보니 시장을 찾는 사람이 점점 줄어든 거죠.
1차 소비쿠폰 지급 효과는 어땠나요?
변: 매출이 많이 늘었어요. 확실히 소비쿠폰 지급 이전과 차이가 납니다.
김: 가게 찾는 손님이 많아졌어요. 소비쿠폰 쓰러 왔다며 맛있게 드시고 가세요. 매출도 오르고 “연서시장 와보니 좋다”, “음식도 맛있다” 하는 손님이 많아지니까 장사할 맛이 나더라고요.
최: “소비쿠폰 받으면 물건 사러 갈게” 하던 손님이 많았거든요. 7월 21일 소비쿠폰 지급이 시작되니까 손님이 확 늘면서 매출이 늘었어요. 소비쿠폰 효과를 제대로 봤죠.
9월 22일부터 2차 소비쿠폰 지급이 시작됩니다.
변: 1차 소비쿠폰 효과가 좋았기 때문에 기대가 큽니다. 시장에 활기가 돌고 상인들 표정도 좋아졌어요. 2차 소비쿠폰 지급을 기다리고 있어요.
김: 저도 기대가 돼요. 맛있는 음식 드시러 시장에 많이들 왔으면 좋겠어요.
최: 전통시장을 찾는 분들이 많아지니까 좋죠. 2차 소비쿠폰에 이어서 추석 명절에도 손님들이 많이 찾아와 상인들이 웃는 날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소비쿠폰 외에 시장 상인들과 소상공인에게 필요한 정책이나 지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김: 8월 13일 은평구 일대에 1시간 동안 100㎜가 넘는 극한 호우가 쏟아져서 연신내역 사거리가 침수되는 일이 있었어요. 그날 시장 안에도 물이 들어오고 난리가 났어요. 물이 막 들이닥치는데 1~2시간 더 비가 왔다면 큰일이 났을 것 같아요. 이런 물난리는 올해가 처음이에요. 수해 복구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이런 침수가 일어나지 않도록 미리미리 점검하고 대비책을 만들면 좋겠습니다.
최: 정부에서 소상공인 대상으로 전기·수도·가스요금이랑 4대 보험료 납부를 위해 50만 원을 지원하는 소상공인 부담경감 크레딧 지원사업을 시작했잖아요. 정말 도움이 많이 됐어요. 가게 하는 분들은 공감하겠지만 전기료, 난방비가 정말 많이 들고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거든요. 이런 실질적인 지원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지원금액을 좀 더 늘렸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요.
변: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쾌적한 시설이 우선돼야 해요. 지금 우리 시장에 설치된 에어컨의 경우 시장 상인들이 비용을 함께 부담해서 설치하고 전기료도 부담하고 있는데 적지 않은 비용이에요. 이런 시설이나 환경에 좀 더 지원이 이뤄지면 좋겠습니다. 최근 ‘K-컬처’ 인기로 우리 시장을 찾는 외국인도 많아지고 있어요. 좀 더 쾌적하게 전통시장을 즐길 수 있도록 시설을 개선하고 싶어요.
시장 활성화를 위해 상인들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요.
변: 연서시장의 제로페이(소상공인의 결제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민·관이 합작해 만든 모바일 간편결제서비스) 가맹률은 90%가 넘습니다. 제로페이 및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활성화 우수시장으로 선정되기도 했고요. 은평구가 전통시장 및 소상공인의 매출 증대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은평사랑상품권 시범사업’도 시행했어요. 전통시장 내 간편결제 활성화에 힘써오고 있습니다.
김: 디지털 온누리상품권을 쓰러 오는 손님이 늘었어요. 우리 시장에선 다 쓸 수 있어요. 상인회장부터 상인들이 모두 힘을 합쳐서 손님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진짜 노력을 많이 하고 있어요.
최: 손님들과 소통을 잘하려고 노력을 많이 해요. 시장만큼 사람 냄새 나는 곳이 없잖아요. 연서시장을 찾는 손님이 많아지고 항상 활기가 돌 수 있게 열심히 소통하고 밝은 미소로 손님들을 맞고 있습니다. 연서시장으로 오세요!
강정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