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치료실을 찾는 허리 통증 환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오해 중 하나는 ‘허리가 약하니 윗몸일으키기로 복근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빨래판처럼 선명한 식스팩을 가진 보디빌더 중에서도 만성 요통에 시달리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복직근은 몸을 구부리는 힘을 만들어낼 뿐 척추 마디마디를 붙잡아주는 안정성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허리를 보호하고 지탱하는 힘은 몸속 깊은 곳, 눈에 보이지 않는 ‘심부 코어(Deep Core)’에서 나오며 그 중심에 있는 근육이 바로 ‘복횡근(배가로근)’입니다.
복근은 바깥쪽부터 복직근, 외복사근, 내복사근, 그리고 가장 깊은 층에 위치한 복횡근까지 네 겹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복횡근은 이름 그대로 가로 방향으로 복부와 척추를 빙 둘러싸고 있어 마치 코르셋이나 역도선수의 가죽벨트처럼 복부 전체를 조여주는 역할을 하죠. 이 근육이 수축하면 복강 내 압력, 즉 복압이 상승하는데 이는 타이어에 공기가 가득 차면 무거운 차체를 지탱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복압이 높아질수록 척추 앞쪽에 공기 기둥과 같은 지지력이 생겨 척추뼈와 디스크에 가해지는 부하가 크게 줄어듭니다. 반대로 복횡근이 약하면 허리라는 기둥을 떠받치는 타이어가 터진 것과 다름없는 상태가 됩니다.
근육 건강? 힘보다 ‘수축 타이밍’
허리 건강에서 중요한 것은 근육의 크기나 힘보다 ‘언제 수축하느냐’입니다. 허리가 아픈 사람과 건강한 사람의 결정적 차이는 근육량이 아니라 ‘수축 반응 속도’에서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호주 퀸즐랜드대의 폴 호지스 교수 연구에 따르면 건강한 사람은 팔이나 다리를 움직이기 약 0.03초 전에 뇌가 복횡근을 수축시켜 척추를 미리 고정한다고 합니다. 이를 ‘피드포워드(Feed forward)’ 기전이라 부릅니다.
그러나 만성 요통 환자는 이 시스템이 망가져 팔다리가 움직이고 나서야 뒤늦게 허리 근육이 반응하거나 아예 반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로 인해 보호되지 않은 척추가 흔들리며 반복적으로 미세한 손상을 입고 그것이 누적되면서 통증으로 이어지는 것이죠. 그래서 무작정 강한 운동을 하는 것보다 잠들어 있는 복횡근을 깨워 이 타이밍을 되살리는 훈련이 먼저입니다.
우리 몸엔 ‘천연 복대’가 있다
허리가 아픈 상태에서 윗몸일으키기나 레그레이즈(Leg Raise)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것은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척추를 과도하게 굽히는 운동은 디스크 내부 압력을 높여 증상을 악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신 척추의 중립 정렬을 유지한 채 심부 코어를 활성화하는 운동이 필요하며 대표적인 예가 ‘데드버그(Dead bug)’와 같은 동작입니다.
값비싼 허리보호대나 교정의자는 일시적으로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거기에 의존할수록 우리 몸의 근육은 오히려 더 약해집니다. 우리 몸 안에는 이미 세상에서 가장 정교하고 튼튼한 ‘천연 복대’, 복횡근이 장착돼 있습니다. 하루 10분 데드버그와 호흡 훈련으로 이 안쪽 코르셋을 다시 조여주면 앉아 있을 때 허리가 자연스럽게 곧아지고 무거운 물건을 들 때도 배에 힘이 들어가는 감각을 되찾게 됩니다. 그 순간부터 지긋지긋한 요통과의 이별이 시작됩니다.
정용인
물리치료사로 유튜브 채널 ‘안아파연구소’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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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