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10월 18일 3회차 수업을 모두 마친 참가자들이 각자 완성한 포토콜라주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당신의 시간’
10월 18일 저녁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의 ‘예온’ 스튜디오에서 특별한 사진 수업이 열렸다. 이날은 3회로 이루어진 수업의 마지막 날. 참가자들이 각자 완성한 포토콜라주 작업을 들고 앞으로 나와서 작품을 소개하고 소회를 밝혔다.
“50대 중반이 되어 문득 돌아보니 (내 인생에) 내가 별로 없었다. ‘누군가를 위해 열심히 살아왔는데… 5년만, 10년만 되돌아갈 수 있다면 뭔가 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었을 텐데…’라고 아쉬워했다. 그러다 어! 하고 생각을 바꿔보니 남아 있는 날들이 돌아갈 수 있는 날보다 많을 수도 있겠다 싶더라. 20대, 30대, 40대의 일이 있었겠지만 ‘50대의 나도 어떤 일을 할 수 있겠다’ 그런 생각을 한 시간이었다.”
“이번 기회에 나를 더 알아보고 싶었고 되돌아보게 되었다. 미래만 신경 썼는데 돌아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작품을 집에 가져가면 피아노 위에 올려놓고 지칠 때마다 쳐다보면서 힘을 얻을 생각이다. 파이팅!”
“생각하면 깊은 바닷속에 빠져드는 것 같다. 시계는 계획이다. 그 계획이 때론 짐이 되는 것 같아서 어깨에 자명종을 얹었다. 뺨에 있는 토마토는 쑥스러움이 많은 나를 보여주는 것이고 우체통은 다른 사람들이 편지를 넣을 수 있도록.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걸 좋아해서….”
참가자들이 한 명씩 발표를 마칠 때마다 공감의 탄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김광복 씨가 자신의 콤플렉스를 작품으로 승화시킨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 명씩 발표할 때마다 공감과 탄성
도대체 어떤 사진 수업이기에 이런 발표의 장이 마련될 수 있었을까?
수업을 진행한 신유안 작가는 “‘당신의 시간’이란 제목의 수업으로 1회에 두 시간씩, 모두 3회차 6시간 과정이다. 자기만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이며 큰 주제는 ‘자화상’이다. 첫 수업 때 본인을 나타내는 키워드 정하는 시간을 가졌고, 그것을 시각적 언어로 치환하는 단계를 거쳤다. 본인을 드러내게 하려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꺼내도록 이끌었다. 강사인 내가 먼저 나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원래 법학을 전공했고 군대는 장교로 가서 행정 쪽 업무를 했다. 30대에 들어서 내 모든 것을 바꿔 사진을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보다 늦은 편이라 늘 콤플렉스였다.’ 이런 이야기를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그랬더니 참가자 중 한 사람이 자신도 남보다 늦게 시작한 것이 콤플렉스였다고 하더라. 물꼬가 터지니 하나둘씩 모두 마음을 쏟아냈다. 아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어려울 수도 있는데 여긴 서로 모르는 사이라서 오히려 편했던 모양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두 번째 날에는 자신을 표현하는 이미지를 가져오게 해서 출력했고, 이날 마지막 수업에선 풀로 붙이고 필요하다면 밑그림도 그려 콜라주를 완성하고 발표하게 된 것이다.
아홉 번째인 마지막 참가자의 발표가 끝나자, 신 작가는 이날 작품 발표의 총평을 겸해서 3회 수업을 마무리하는 인사말을 했다.
▶오선영 씨가 작품에 사진을 오려 붙이고 있다.
“9개의 자화상을 보고 느꼈다. 첫 시간에 이야기한 것처럼 자화상을 찍기가 사실 쉽지 않다. 회사든 조직이든 그 어느 곳에서나 자존감을 올려주는 일이 별로 없다. 오히려 떨어뜨리는 일이 더 많다.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것들이 우리를 내리누른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보자. 자세히 보면 모두 본인의 콤플렉스를 담은 자화상을 만들었다. ‘나 잘났어’가 아니다. 내가 부족했거나 내 인생은 없었던 것이다. 우리는 상처가 있고 지금까지 콤플렉스를 기반으로 자화상이 만들어졌다. 우리 삶에서 변화를 이루는 힘이 콤플렉스라고 생각한다. 내가 못하는 게 있어야 바꾸려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자신의 단점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장기적으론 나를 발전시키는 힘이 되는 것. 모두 6시간의 수업이 진행됐다. 이만큼 긴 시간 동안 자신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우리 주변의) 사회가 나 스스로 생각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이번 수업을 계기로 나를 생각하고 표현하고 누군가에게 이야기했다. 용기 있게 자신의 콤플렉스를 말했는데 앞으로 못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 변화의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 모두 고생하셨다. 크게 잘되어 다시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날 자신의 입 부분에 찢어진 청바지를 붙인 콜라주를 발표한 김광복(35) 씨의 얘기를 들었다. “어릴 때부터 눈에 흉터가 있어서 그동안 콤플렉스였다. 이 작품의 제목은 ‘Be Freed from Me’다. 항상 두꺼운 안경을 써 감추고 다녔는데 이제 숨길 것이 아니라 트레이드마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한 참가자가 가위로 자신의 자화상을 재단하고 있다.
“온전히 나를 위한 프로그램이어서 좋아”
이 수업 2회차의 소제목이 ‘당신의 사진은 몇 시?’였다. 그리고 내년에 프로그램이 다시 열린다면 또 참가할 것인지 물었다. 김 씨는 “나의 사진은 아침 7시다. 이제 시작하는 것이니까. 이번 수업 정말 좋았다. 내년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배우기도 하겠지만 내가 강의를 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프리한 광복’이란 유튜브를 지금 하고 있다. 엑셀을 활용한 자기표현이다. 엑셀을 일반적인 방식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목표, 원하는 것을 데이터화해 눈에 쉽게 보일 수 있도록 관리하는 걸 유튜브를 통해 강의하고 있다. 이번 직장인 문화예술교육 지원 사업 프로그램에 직장인들이 오는 것은 표현에 대한 욕구가 크기 때문이다. 오늘 콜라주는 사진으로 표현했는데 나의 강의는 텍스트 양식이다. 현재 준비 중인데 제목은 김광복의 ‘나로부터 자유로워지다’가 될 것이다”라고 답했다.
“50대의 나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라고 했던 오선영 씨는 무용 분야의 예술 강사 일을 하고 있다. 오 씨는 “아이를 키우면서 주부와 엄마로 살았다. 예술 강사를 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을 표현해보라’고 강조해왔는데 이번 기회는 온전히 나를 위한 프로그램이어서 너무 좋았다. 여기선 이길 것도 없고 창피한 것도 없었다. 시간이 아주 짧아서 아쉬웠다”라고 말했다. 내년에 프로그램이 다시 생기면 누구에게 추천할 것인지 물었더니 “엄마가 올해 일흔넷이다. 엄마도 이 프로그램에 오면 좋겠다”라며 주변에 적극적으로 알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어떤 이들에게 적합한지 신 작가에게 물었다. “자신의 삶에 불만이 있거나 삶의 전환을 꿈꾸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파악해나가는 시간이 될 수 있다. 퇴근 후라도 자신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직장인들은 정체성을 잊고 살아간다. 사진 수준? 여기선 사진 실력이 아무 도움이 되질 않는다. 기술이 아니라 주관적인 느낌의 표출과 표현에 대해 배운다. 사진은 표현 방법의 일부일 뿐이다.”
글·사진 곽윤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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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