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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토닥토닥’ 관계로 대출하는 청년은행

여윳돈이 생기면 대부분 저축을 하러 은행을 찾는다. 예전에는 한 푼 두 푼 모으는 재미에 즐거운 얼굴로 은행을 찾는 사람이 많았지만 요즘 은행을 찾는 사람들은 낯빛이 어둡다. 저축이 아닌 대출 때문에 은행을 찾는 사람이 늘어서다.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연령대별 가구당 부채 보유액이 전년 대비 52.1% 늘었다. 그중 30세 미만 청년가구의 부채 보유액은 154.3%가 증가해 다른 세대에 비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30~39세 미만은 72.6%로 30세 미만 가구의 뒤를 이었다. 청년들의 빚이 크게 늘어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생활하는 데 쓰는 비용이 많다는 것과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할 만큼 충분한 소득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청년연대은행 토닥’은 청년이 처한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 끝에 생긴 청년금융생활협동조합이다. 2013년 2월 창립된 토닥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사건이 있었다. 지난 2011년 병마와 생활고에 시달리던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 씨의 죽음이다.

당시 대중문화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열악한 처우가 수면 위로 오르면서 사회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최 씨의 죽음 이후 노동조합 ‘청년유니온’의 페이스북에 한 조합원이 쓴 글이 올라왔다. 생활고로 삶을 마감한 최 씨처럼 쌀이 떨어져 굶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 글이 올라오자마자 도움을 주고 싶다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청년유니온은 이 일을 계기로 청년들이 서로 도우며 공감과 위로를 주고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고민하다 사회적 금융에 초점을 맞췄다.

사회적 금융은 경제적 이득을 취하기 위한 금융의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 사회적 가치 실현을 우선으로 한다. 돈이 필요한 곳이나 사회적으로 가치가 있는 활동에 투자해 빈곤 같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식이다. 

노벨평화상을 받은 방글라데시의 ‘그라민 은행’이 대표적이다. 그라민 은행은 일정 규모 이하 재산을 가진 사람에게 150달러 미만의 돈을 저금리로 대출해준 뒤 장기간에 걸쳐 상환하는 대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라민 은행은 생활고에 시달리는 방글라데시 빈민들을 자립할 수 있게 도왔다.

조합원의 활동을 바탕으로 쌓은 '토닥씨앗'

▶ 조합원의 활동을 바탕으로 쌓은 ‘토닥씨앗’이 대출 가부를 결정하는 기준이다.ⓒ토닥

청년 스스로 돈 모아 청년 돕는 관계금융

토닥도 그라민 은행과 비슷하게 운영된다. 다른 점이 있다면 토닥은 법인이 아닌 임의단체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사회적 금융을 실현하기 위해 만든 협동조합은 신협이 유일하다. 그 외에는 법적으로 금융, 보험 분야 협동조합 설립이 금지돼 있다. 조합원 간에 소모임, 행사, 교육으로 관계를 형성하는 활동이 있다는 것도 차이점이다.

토닥에서는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 토닥에서 진행하는 활동을 함께하면서 관계를 쌓아야 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토닥 활동을 하면서 쌓은 관계가 기존 은행의 신용도와 같다. 기존 은행권이 신용과 담보를 바탕으로 정한 신용등급 대신 관계로 쌓은 ‘토닥씨앗’은 대출에 중요한 역할을 미친다. 토닥은 이를 ‘관계금융’이라 한다.

토닥에서 진행한 토크콘서트에서 사례 발표를 하는 참가자

▶ 토닥에서 진행한 토크콘서트에서 사례 발표를 하는 참가자 ⓒ토닥

토닥의 교육을 들은 수강생들이 적은 후기

▶ 토닥의 교육을 들은 수강생들이 적은 후기 ⓒ토닥

생활비와 주거비 때문에 대출을 받는 경우가 가장 많다. 그 외 대부업체에 진 빚을 갚으려는 청년, 취업준비를 위해 교육비가 필요한 청년, 결혼준비자금이 필요한 청년 등 대출 사유도 다양하다. 조합을 운영할수록 청년들에게 제대로 된 금융교육을 일러줄 곳이 필요했다. 2015년 청년을 위한 재무교육과 상담, 소모임, 캠페인, 연구 등을 맡은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청지트)’도 설립했다.

대출은 조합원이 우선이다. 만 15세에서 39세 사이의 청년만 토닥의 조합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매달 진행하는 기초교육을 듣고 활동에 참여하면서 토닥씨앗을 쌓아야 한다. 출자 개월 수와 토닥씨앗이 늘어날수록 대출 가능 금액도 함께 늘어난다. 개인조합원의 최대 대출 가능 금액은 150만 원이다. 이 조건을 모두 충족하면 재무상담을 기반으로 대출상담과 대출심사가 이뤄진다. 상담을 통해 대출 적합성 여부를 판단해 적합하다고 판단하면 대출승인이 난다. 그다음 대출 약정서를 작성하면 대출금이 입금된다.

대출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토닥의 공동체 기금으로도 채무 해소가 불가능할 때다. 150만 원을 넘어선 금액이 필요한 조합원에게는 개인 파산 절차를 안내하거나 서울시 금융복지센터에 연락해 전문적인 상담을 받을 수 있게 도와준다. 토닥 조합원의 이용 취지와 관계성이 확인되지 않은 경우에도 대출승인을 거부한다.

조합원이 낸 출자금 위주로 운영되다 보니 운영비, 사업비 등 재정적인 어려움이 있다.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 사업은 법인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대부분이라 임의단체로 활동하는 토닥은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때문에 외부 후원금을 유치하느라 직원들이 늘 바쁘게 움직인다. 토닥을 운영하는 이들이 원하는 것은 하나다. 금융이 본래 가진 공공성을 회복해 금융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주인이 되는 금융협동조합이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야 실질적인 금융 이용자인 서민이 금융수혜자로 혜택을 보 수 있기 때문이다.


장가현│위클리 공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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