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노후세대, 자녀와 15분 이내 근접 거주 증가 5명 중 4명은 은퇴 후 이주 희망
이주는 단순히 거처를 옮기는 게 아니다. 가족 간의 거리, 익숙한 환경, 편의시설, 이웃 주민 등 많은 것이 변한다. 삶의 전환기에 놓인 베이비붐 세대, 이주를 고민하고 있다면 노후생활에서 본인이 우선시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판단하고 주거지 선정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 5명 중 4명이 은퇴 후 이주를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가 발표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후 주거 특성 분석 및 시사점’ 자료에 의하면 1955~1963년 출생자 680명 중 82.9%인 560명이 은퇴 후 이주를 고려했다. 이유로는 안락한 노후생활(49.8%), 경제적 부담(20.2%), 현 주택 관리 문제(4.5%)를 꼽았으며 이주 시 주변 환경(53.2%), 주택 가격(13.6%), 주택 유형(3.7%) 등을 고려한다고 답했다. 은퇴 후 살고 싶은 주택 유형은 전원주택(42.9%), 아파트(30.7%), 단독·다가구주택(13.0%), 빌라·연립주택(2.7%) 순이었다.

▶ 위례 공공실버주택 단지 내에 마련된 테이블에서 박창래 씨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15분 이내 ‘근접 거주’ 10년 사이 대폭 증가
베이비붐 세대는 은퇴 후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위해 이주를 고민한다. 자녀의 독립으로 주거 공간이 남아 부부 중심에 맞는 생활 여건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게 된 것이다. 최근에는 독립한 자녀와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주거 형태가 증가하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에 거주하는 최경원(가명·61) 씨는 1년 전 어느 빌라 201호로 이사했다. 위층 301호에는 딸 정은미(가명·34) 씨 내외가 살고 있다. 그는 이곳으로 이사하기 위해 시세보다 1000만 원가량 웃돈을 얹어주고 집을 구매했다. 그 전집은 딸집에서 불과 10분 거리였지만 같은 건물에 살면 이로움이 더 많다고 판단했다. 그는 “아랫집을 택한 데는 손녀들을 위하는 생각이 컸다. 7세, 4세 손녀들이 집에서 뛰어다녀 딸이 층간 소음으로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내가 아랫집으로 이사 오니 그런 문제가 사라졌다”고 했다.
맞벌이를 하는 정은미 씨도 걱정을 덜었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다녀와 위아래층을 오가며 지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야근으로 일이 늦어지면 남편도 아랫집 처가에서 저녁 식사를 해결한다. 또한 친정엄마의 집에 도움이 필요하면 정 씨와 남편이 언제든 찾아가 돕는다. 정 씨는 “지금은 엄마에게 받는 도움이 더 크지만 나중에는 가까이서 엄마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씨와 정 씨의 사례처럼 부모와 성인 자녀가 15분 이내에 가까이 사는 ‘근접 거주’ 형태가 10년 사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특히 35~49세 자녀는 5명 중 1명꼴로 근접 거주를 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06년과 2016년 성인 가족 행태를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15분 이내에 사는 근접 거주가 지난 10년간 8.4%에서 12.5%로 4.1% 증가했다. 특히 육아와 교육 문제가 집중되는 35~49세는 10.0%에서 19.8%로, 연로한 부모를 모셔야 하는 50~64세는 4.7%에서 10.6%로 늘어났다.
이는 부모가 장년기나 초기 노년기일 때는 자녀의 도움이 크게 필요하지 않지만 성인 자녀의 입장에서 양육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대가족이 보편적이던 전통사회에서 부모와 자녀양육 부담을 나눴던 문화가 핵가족화가 보편적인 현대사회에서는 근접 거주에 반영된 것이다. 이들은 부모와 자녀가 서로 가정의 독립성은 유지하되, 도움은 쉽게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장년기의 자녀가 고령의 부모를 가까이서 보살피기 위해서도 서로 근접 거주가 늘어나고 있다. 전통적으로 부모 부양 책임이 장남에게 강하게 있던 과거와 달리, 건강과 경제력이 있는 형제·자매에게 부양의 책임이 나눠지는 인식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근접 거주는 동거하지는 않지만 비슷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전통적 관습과 새로운 필요성이 타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의 조사에서는 42.9%의 베이비붐 세대가 귀농·귀촌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의 은퇴자가 안락한 노후생활을 위해 귀농·귀촌을 선택한다. 하지만 시골생활은 안락함만을 기대할 수 없으며 현실적인 대비를 해야 성공적으로 살 수 있다. 귀농은 농업을 생업으로 하기 위해 도시에서 농촌으로 이주하는 것(전업농)을, 귀촌은 도시에서 농촌으로 이주하는 것(전원생활)을 의미한다. 자신이 귀농을 원하는지, 귀촌을 원하는지 판단하고 이에 맞는 현실적인 대비를 해야 한다.

▶ 허진영 씨
허진영(59) 씨는 4년 차 귀농인이다. 대기업 퇴직 후 가족들은 편안하게 여생을 즐기기를 바라며 귀농을 만류했지만 그는 고향 김천에서 새로운 인생을 살기로 결심했다. 허 씨는 ‘산중햇살농장’을 운영하며 산딸기, 오미자, 복분자, 초석잠, 호두 등을 생산하고 있다.
그의 시골생활은 도시생활보다 바쁘다. 은퇴 전부터 블로그, SNS 등을 배워 유통경로를 확보하는 등 귀농준비에 적극적이었던 그는 새벽같이 일어나 작물을 재배하고 온라인으로 들어온 주문량을 포장·배송하다 보면 하루가 짧다. 착실히 준비한 탓에 귀농한 지 4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단골손님도 제법 확보하는 등 활기찬 노후를 보내고 있다.
비상벨, 안전손잡이 등 고령자 위한 시설 집안 곳곳에
은퇴 후 적절한 주거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저소득층 노인을 위해 정부에서는 임대주택을 확대하고 있다. 노인을 위해 맞춤 설계된 ‘공공실버주택’이다. 주거와 복지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려는 목적으로 2016년 6월 경기 성남 위례·목련 지역 2곳의 입주를 시작했으며, 수원 광교 등 9곳이 착공 준비를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월 11곳의 2차 사업지 1070호를 선정해 2019년 순차적으로 입주가 이뤄질 전망이다.
경기도 성남시 위례 공공실버주택에 거주하는 황순서(87) 씨는 집 자랑을 늘어놓았다. 지난해 7월 입주하기 전 그가 살던 곳은 3000만 원짜리 지하 전셋집이었다. 대문 앞에는 정화조가 있어 문을 열고 살 수 없을 지경이었으며, 이동할 때 의지하는 핸드카트는 좁은 공간 탓에 집 앞에 두면 부서지기 일쑤였다. 황 씨는 “입주 결정 통지가 왔을 때 정말 행복했다. 처음 집을 방문했을 때 이렇게 좋은 집이 얼마나 비쌀까 걱정도 됐다”고 말했다. 현재 그가 내고 있는 월세는 약 4만 원. 저렴한 집세도 장점이지만 이제 여름에 현관문을 열어놓고 생활할 수 있으며 햇볕이 잘 들어 곰팡이도 없다. 집 안 곳곳에 구비된 시설도 편리하다. 복도와 화장실에 안전손잡이가 있어 움직임에 도움이 된다. 화장실, 거실에는 비상콜 버튼이 있어 위급한 상황시 벨을 누르면 관리사무소, 경비실, 복지관으로 연결된다. 아파트 주변에는 병원, 은행 등의 편의시설도 있다.
황 씨와 같은 층에 사는 박창래(80) 씨는 이곳이 마지막 집이라고 했다. 그가 살던 집은 전세 2000만 원의 주택이었다. 사글세 20만 원으로 전환해달라는 집주인의 요구로 고민하던 차에 공공실버주택 입주자로 선정됐다. “내 생전 아파트에 못 살아볼 줄 알았다. 50년 동안 살 수 있다는데 130세까지 살 수 있을까?”라며 웃음 짓는 박 씨가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은 복지관이다. 그는 아파트 단지 내에 위치한 성남위례종합사회복지관에서 만든 꽃 장식을 자랑했다. 복지관 친구들과 함께 산책하고 서로 말동무 돼주니 외롭지 않단다.
은퇴 후 주거지 결정 포인트 5가지
1. 자녀와의 동거여부 : 노후를 함께 보낼 부부 중심으로 고려해야 한다. 노인 부부만 살 경우 자녀들 주거지와 가까운 곳을 선택하는 것도 좋다.
2. 노후 주거비용 : 자녀가 독립한 후에는 작은 집으로 옮겨 남은 차액을 은퇴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3. 현재 살고 있는 주택의 활용 : 현재 살고 있는 주택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익숙한 곳에서 노후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인이 살고 있는 집으로 주택연금을 활용하고, 고령자 친화적인 리모델링도 필요할 수 있다.
4. 귀농·귀촌시 고려사항 : 귀농과 귀촌은 다르다. 귀농을 원한다면 사업적 마인드로 접근해야 한다. 또 도시와 달리 불편할 수 있다는 점은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
5. 노후 간병기 거주전략 :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병치레 기간이 늘어나는 만큼 요양원과 요양병원 거주도 고려할 만하다.자료 :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어르신 맞춤형 ‘공공실버주택’
공공실버주택은 고령자를 위한 맞춤형 공공임대주택이다. 공동주택 저층부에는 복지관을 설치하고 상층부에는 고령자 맞춤형 주택을 건설해 주거와 복지 서비스를 함께 제공한다.
입주 대상 : 만 65세 이상 무주택 저소득자(수급자 등) 중 국가유공자, 생계·의료급여 수급자,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50% 이하, 독거노인에게 우선 공급
임대료 : 수급자 월 4만 8030원, 보증금 241만 1000원 / 비수급자 월 10만 4140원, 보증금 1836만 원(2016년 성남 위례 입주 기준)
특징 : 주택 내부 문턱 제거, 복도·욕실 등 안전손잡이, 욕실·침실 비상콜, 높낮이 조절 세면대 등과 건물 복도 안전손잡이 구비로 고령자를 위한 편의 설계, 아파트 단지 내 복지관에 물리치료·건강 진단 등 건강관리, 탁구·댄스·치매 예방용 보드게임 등 여가활동, 텃밭 가꾸기·직업 상담 등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문의 : 마이홈 콜센터 1600-1004
선수현│위클리 공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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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