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전·현직 여성리더 강사진, 교육생 2만 명 배출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진 건 물론 유리천장을 뚫은 사례도 많이 보인다. 그런데 거기까지. 후속 여성 승진 러시가 주춤한다. 대부분의 여성은 ‘중간관리자’급에 머문다. 그래서 나온 게 ‘여성인재 아카데미’다. 여성 리더의 길에 견인차 역할을 해줄 교육장이다.
사회생활 좀 했다, 하는 여성들이 하나같이 하는 고민이 있다. 특히 육아 시기와 맞물렸을 때는 더욱 그렇다. 여기서 안주할 것인가, 아니면 더 나아갈 것인가, 이런 고민을 하는 부류. 바로 중간관리자다. 만일 ‘안주하겠다’고 마음먹으면 문제는 간단하다. 그러나 ‘더 나아가겠다’ 할 경우에는 부가적으로 수많은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이럴 경우엔 어떡해야 하지?
답을 주는 교육이 있다. 여성가족부·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의 ‘여성인재 아카데미’가 바로 그것. 이는 ‘왜 여성들은 고위관리직으로 가는 경우가 적을까’ 하는 물음에서 시작했다. 지난 2013년 시범운영에 들어가 올해로 5년째를 맞이했다.

▶ '리더십 스타트라인’ 수업 모습. ⓒ 양평원
마치 실전처럼, 시뮬레이션 위주 수업
‘인재교육이 다 거기서 거기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교육 내용은 매우 체계적이고 실무적이다. 사회생활하면서 누구에게도 묻기 어려웠던 질문에 답을 주는 식으로 진행된다.
교육은 하루 또는 이틀 과정으로 선택 가능하다. 하루 7시간, 이틀 14시간 과정이다. 수업은 총 4과목(이틀 기준).
첫째는 ‘여성 리더, 여성 리더십’. 여성 리더십에 대한 개념과 그 본질을 설명하는 강의다. 전체 교육프로그램을 여는 성격을 띤 개론 강의다.
두 번째는 ‘리더십 스타트라인’이다. 이 수업 전, 교육생들은 여성인재 아카데미에서 개발한 역량진단도구를 통해 자신의 리더십 역량을 미리 측정한다. 이후 수업에서는 측정된 개별 결과를 토대로 자신과 상대를 이해하고, 조직 안팎의 복잡한 상황을 파악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 수업 강의를 맡은 김성형 한국협상아카데미 대표 파트너는 “여성 리더들은 전략 사용과 전략적 소통 및 협상을 남성들에 비해 낯설어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조직 내에서 성장하는 데 필수적인 부분”이라면서 “여성 중간관리자들을 위해 개발된 진단도구를 통해 조직 안팎에서 겪게 되는 어려움이 무엇인지,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를 가르쳐주는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두 수업이 비교적 이론적이었다면, 셋째, 넷째 수업은 실무 그 자체다. 이를테면 ‘부하직원과 잘 소통하는 법, 기분 나쁘지 않게 지시 내리기’ 등을 롤플레이를 통해 직접 해보면서 익힌다.
세 번째 수업인 ‘고민 나누기, 노하우 더하기’에서는 잔소리나 지적이 아니라 세련된 피드백 프로세스를 살피고 연습해본다. 여자들이 서로의 고민, 육아에 필요한 지혜 등을 자연스럽게 나누면서 서로에게 교사가 돼 상호 학습의 장으로 발전한다.
마지막은 ‘리더십 실전 역량 UP’이다. 교육생들이 모의 과제를 직접 롤플레이 해보는 수업이다. 구체적인 상황 설정을 마련해주고, “승진이 늦어지는 것에 대한 신세한탄, 불공평함을 얘기하면서 손OO 팀장이 지시하는 것에 대해 불쾌함을 표현하십시오”와 같이 역할 수행을 해본다.


수료자 90%, “수업 추천할 것”
지난 2015년 교육에 참가했던 강릉아산병원 이선영 계장은 “여성의 권익을 찾기 위해 마냥 요구만 할 것이 아니라 리더십을 갖추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길을 개척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든, 충분히 훌륭한 교육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2013년 이래 지금까지 배출된 교육생만 해도 2만 명이 넘는다. 올해까지 누적 교육생 3만 명 달성이 목표다. 현재까지 배출된 2만 명 이상의 교육생 중 90%가 “본 교육 과정을 다른 여성 관리자에게 추천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강사진은 대부분 전·현직 여성 리더다. 양평원 관계자는 “성장의 노하우를 잘 전달할 수 있는 각 분야의 여성 리더들로 강사진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교육 형태는 개인별로 신청해 수강하는 ‘통합교육’과 기업 또는 기관이 신청하면 사업 수행 기관이 찾아가 진행하는 ‘기관교육’, 온라인 교육으로 나뉘며, 3월 중순부터 9월까지 통합교육 16차가 예정돼 있다. 기수당 정원은 35명 정도다.
교육 대상은 주로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의 중간관리자급으로 고위관리자, 전문직 여성, 지역 여성 리더 등을 위한 특화 과정은 별도로 운영된다. 특히 올해부터 교육 대상을 중간관리자뿐 아니라 청년 여성(사회초년생·대학생 등)으로 확대하고, 중간관리자들을 위해 직종별, 교육 내용별 심화된 교육 과정을 신규 운영한다.
2016년 교육의 질을 한층 높이기 위해 주요 분야(법조계·의약계) 전문직 여성을 위한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온라인 교육 콘텐츠를 추가로 개발·운영하기도 했다.
박난숙 여성가족부 여성정책국장은 “올해 여성인재 아카데미는 교육 대상을 청년 여성으로 확대하고, 중간관리자 대상 심화 과정도 개발하는 등 이전보다 더욱 문호를 넓히고 알차게 꾸려나갈 예정”이라며 “다양한 조직에서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많은 여성들이 함께 해법을 찾고 관리자로서 역량을 높일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교육 신청은 누리집(http://kwla.kigepe.or.kr)으로 하면 된다. 개인은 개별 신청하면 되고, 기관교육은 기관의 인사담당자가 여성인재 아카데미의 사업 수행기관인 양평원과 협의한 후 공문으로 신청하면 된다. 교육은 무료다. 찾아가는 교육도 있다. 이때도 교육생이 일정 수 이상이면 무료다.

▶ 여성 중간관리자 역량 강화 교육 모습. ⓒ 양평원
재외동포재단 김정혜 차장
“여기가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김정혜 차장은 현재 정부 산하기관에서 일하고 있다. 이 직장 이전에는 3년을 제대로 버티지 못하고 이직하거나, 설사 3년을 버텼다 하더라도 그 기간 내에 수없이 많은 좌절과 갈등을 겪었다. 그는 “그런 내가 벌써 14년째 안정된 직장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고 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여전히 남아 있고 앞으로도 계속 부딪치게 될 과제가 있었다. 바로 직장생활을 하면서 선, 후배 동료들과 효율적으로 대화하고 효과적으로 업무처리를 하면서 즐겁고 유쾌하게 꿈을 이룰 방법을 고민하는 것.
“여전히 많은 직장인이 하루에도 열두 번씩 소통에 마찰을 일으키고 갈등을 겪고 있어요. 이러한 어려움을 최소화하려면 어떡해야 하는지도 고민거리지요. 건강하게 효율적으로 성과를 맛보며 함께 일하고 소통할 길은 다양한 변화와 발전에 대해 열린 자세를 가지고 끊임없이 자신을 재교육하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행복한 직장생활이 가능하다고 믿어요.”
그는 11년 만에 중간관리자로 승급했다.
“저로서는 참으로 길고 긴 시간이었죠. 규모가 작은 공공기관의 경우 승급 기회가 많지 않고, 특히 여성의 경우 일과 가정, 출산과 육아를 동시에 책임져야 하는 이중, 삼중고를 안고 있으니까요.”
김 차장은 “그러므로 자기 위치에 대한 긍정적이고 책임감 있는 해석과 운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능한 여성 인재가 결혼 후 출산과 육아 책임에 부담감을 느끼며 피치 못할 사정으로 직장을 떠나거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 속상해하는 경우를 수없이 목격했습니다. 저 또한 결혼 전과 후, 출산 전과 후, 예상치 못했던 생활의 장벽으로 좌절과 고충의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고요.”
김 차장은 “이를 극복할 방법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자세, 현실을 직시하면서 지금을 해석하는 자세를 어느 때보다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차장은 지난 2015년 ‘여성인재 아카데미’의 문을 두드렸다. 그는 “현장에서 만난 여러 기관의 중견 여성 간부들의 경험과 노하우, 고충과 진취적 사례들을 들을 수 있는 대단히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우선 리더십 스타트라인 강의의 핵심 내용은 ‘나 자신을 파악하기’에 있었다고 봅니다. 실제 생활에서 나 자신을 잘 파악하기란 쉽지 않잖아요. 교육에 앞서 미리 했던 설문지를 분석하는 시간은 ‘나’에 대해 과학적, 통계적으로 진단받을 수 있어 ‘앞으로의 나’를 설계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리더십 실전 역량 UP시간은 속내를 토로할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나를 알고, 타인을 알고, 변화의 주체가 타인이 아닌 나로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걸 새삼 느낄 수 있었죠.”
김 차장은 차기 교육생에게 격려의 말도 전했다.
“이 교육이 의미가 있으려면 배운 대로 변해야 해요. 그래야 진정한 발전이 있을 수 있죠. 여성 관리자의 경우 40대 중반 이후 ‘아, 이만큼이면 됐다. 여기까지 온 것도 많이 왔다’는 생각과 동시에 많은 것을 포기하고 타협하기 시작하죠. 모두 용기를 내고 힘내어 ‘아! 이제부터 시작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활기찬 새 삶이 이 교육으로부터 시작됐으면 합니다.”
KEB하나은행 구로지점 백윤주 부장
“30년 넘은 직장생활, 재무장의 계기”

처음에는 다소 망설여졌다. 여성인재 아카데미를 소개받았을 때, 참석해야겠다고 마음먹기가 쉽지 않았다. 업무시간 이외에 개인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주말시간을 할애해 외출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커서다.
“30년 넘게 금융인으로 일하면서 지천명의 나이까지 이르렀지만 마음만은 영원히 학생이고 싶다는 꿈은 가지고 있었어요. 교육을 받을 당시엔 새로이 발령을 받은 때이기도 해서 재무장의 열의가 생기더라고요.”
그렇게 여성인재 아카데미에 참석하게 됐다. 당시 그는 한 지점의 지점장.
“관리자 역할을 해야 하는 지점장급이 되면서 다양한 직원의 성격과 능력을 파악해 그들이 적재적소에서 자신의 재능을 최대한 펼칠 수 있도록 해야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야 직원들이 조직의 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으니까요.”
백 부장은 ‘하지만 과연 내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 전까지는 스스로 성실하게 노력하며 나만 성공하면 된다고 생각하며 살았더라고요. 하지만 교육을 받으면서 이제는 무엇이 우선돼야 하는지, 함께 성장하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배웠습니다.”
그는 “기업, 기관에는 저마다 다양한 커리어를 가진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에게 맞는 맞춤형 교육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여성인재 아카데미의 교육은 새로운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주변 현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길을 제시해줬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물론 몇 번의 교육만으로 성격이나 태도, 심성이 쉽게 변하지는 않겠죠. 하지만 지속적인 노력과 관심을 기울이면 변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나를 발전시키는 교육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지고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되도록 노력하고 싶습니다.”
“‘여성’이어서 생기는 걸림돌, 결정권자 돼야 없앨 수 있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김행미 ‘리더십 실전 역량 UP’ 강사 / 전 KB국민은행 본부장

ⓒ 김행미
“조직 내에서는 아무래도 비공식적인 네트워크가 대세가 되는 경우가 있죠. 남성들은 그런 네트워크를 잘 이뤄내지만 여성들은 배제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김행미 ‘리더십 실전 역량 UP’ 강사가 말한 ‘비공식적 네트워크’는 이를테면 ‘이번에 승진 대상은 누구라더라’ 등과 같은 정보가 공유되는 장이다. 그렇다면 여성들은 왜 배제될까.
“아무래도 여성들은 자기 일에 충실하고 이성적, 합리적으로 대하죠. 물불 안 가리는, 이를테면 남성들의 ‘형님문화’를 이루기보다는요. 사실은 조직 내에서 헌신을 요구할 때가 있는데, 여성들은 ‘딱 거기까지만’이라는 게 있어요. 여성들이 조금은 과감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지금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좀 넓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거죠. 이를테면 이런 겁니다. 신입사원일 때 ‘내가 기껏 회의 준비만 하려고 들어왔나, 복사하려고 왔나’ 하는 생각을 지양하라는 거죠. 그건 과정에 불과한 거예요.”
그렇다고 오해하면 안 된다. 여성들의 이러한 업무 방식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그래야 하는 이유가 있다.
“여성들은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특히 워킹맘의 경우 퇴근해도 일이 끝나지 않죠. 그런 상황에서 훗날 회사의 배려를 받기 위해서는 스스로 바뀌어야 해요. ‘아이 때문에 좀 더 일찍 퇴근해보겠다’는 말, 중간관리자일 때 하는 것보다 본인이 리더가 돼서 근무환경을 바꾸면 됩니다.”
그는 페이스북의 CEO 셰릴 샌드버그를 예로 들었다.
“그가 처음 페이스북에 갔을 때 임산부 전용 주차장이 사무실과 가장 먼 곳에 있었다고 하죠. 배가 부른 채로 주차장에서 사무실까지 걸어가기가 쉽지 않았어요. 남성들은 그런 고충을 모르니까요. 그런데 의사결정권자가 된 후에 임산부 전용 주차구역을 사무실과 가장 가까운 곳으로 배치했습니다.”
그는 “정말 좋은 나라를 만들려면 그 결정을 표면화하는 그룹에 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남자들이 이해 못하는 게 참 많습니다. 그런데 그런 게 걸림돌이 됐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걸 바꿀 수 있는 포지션에 올라가야 합니다.”
그가 진행하는 ‘리더십 실전 역량 UP’ 강의는 여성인재 역량 개발을 위해 설계된, 여성인재 아카데미만의 특화된 교과목으로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한 강의다.
“2013년도 여성인재 아카데미 교육을 수행한 결과, 다양한 기관의 모든 교육에서 사례 중심의 교육에 대한 욕구가 높게 나타났어요. 이 결과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현장에서 여성 중간관리자가 조직 내외에서 처리해야 할 다양한 역할과 그에 따른 솔루션을 고려해 갈등 관리, 조직 관리, 비전 제시, 일과 삶의 균형 등 4가지 주제로 나눠 역량별 모의과제를 통해 2~3개의 역량을 학습하도록 설계했죠.”
김 강사는 “보통 교육생들은 모의과제에 참여하면서 롤플레이를 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면서 “하지만 모의과제에 몰입하게 되면 실제로 그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되는 기회를 얻게 된다”고 했다.
수많은 여성 중간관리자에게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비 오고 바람 불 때도 있지만 조직에서 이 일을 꼭 해야만 하는 자신만의 이유를 만들어서 버텨라, 끝까지 버티면 때는 반드시 온다’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일과 삶의 균형을 찾고 더욱 의미 있는 개인 목표를 지향해야 합니다. 이러한 마음으로 조직을 이끌겠다는 열망을 품고 적극적으로 기회를 향해 달려가서 누군가에게 가장 영향을 미치는 상사가 되라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박지현 | 위클리 공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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