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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대한민국·사우디아라비아 수교 55주년 기념 전시 ‘아라비아의 길’

사막과 석유, 절대 왕정의 군주제, 그리고 이슬람교. ‘사우디아라비아’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다. 그러나 그게 전부가 아니다. 아라비아는 상상 이상의 역사와 전통, 문명이 존재하는 곳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건 이름뿐이지, 어쩌면 생소한 국가일지도. 아라비아의 6000년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사막 위의 고대 도시 섹션

▶ 사막 위의 고대 도시’ 섹션. 거대 석상들의 머리 모습 ⓒC영상미디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특별전 ‘아라비아의 길’을 지난 5월 9일부터 선보이고 있다. 대한민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수교 55주년을 맞이해 사우디관광국가유산위원회와 함께 준비한 기획전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립박물관을 비롯한 13개 주요 박물관의 대표적 소장품 460여 점을 선보인다. 6000년 전 석상, 황금가면, 그리스 명문이 있는 석비, 헤라클레스, 남성 조각상, 향로 제단, 메카 카바 신전의 문, 망토 등의 유물은 선사시대부터 20세기에 이르는 아라비아의 긴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다.

이영훈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아라비아의 길 특별전은 최근 40여 년 동안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이뤄진 고고학적 발굴 성과를 바탕으로 구성된 것”이라면서 “전시장에 들어서면 만나게 되는 아라비아 전역의 다양한 토기, 신비로운 석상, 섬세하고 화려한 금속·보석·유리 공예품은 새로운 세계를 펼쳐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사막 위의 고대 도시

▶ 단순히 유물 전시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영상을 적절하게 활용해 실재감을 높였다. 사진은 ‘사막 위의 고대 도시’ 섹션에 있는 거대 석상들의 모습. 석상 뒤로 그 시대 상황을 연출한 영상이 함께 흐른다. ⓒC영상미디어

지역별·시대별 구성 5개 전시 섹션

“아시아와 유럽 양쪽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진 창고 같다.” 동방정교회 총대주교 포티우스가 자신의 저서 <비블리오테카>에 쓴 말이다. 그의 말처럼 실제로 아라비아는 중근동 고대 문명의 교차로로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페르시아, 지중해 지역 문명권과 활발히 교류했다. 자연히 다양한 문화가 꽃피었고, 이슬람 시대 이후에는 그 길을 따라 순례자들이 몰려들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향 교역과 성지 순례길을 따라 다섯 가지 주제로 아라비아의 긴 역사를 압축해 선보인다. ‘아라비아의 선사시대’, ‘오아시스에 핀 문명’, ‘사막 위의 고대 도시’, ‘메카와 메디나로 가는 길’, ‘사우디아라비아 왕국의 탄생’ 등이다.

전시관 입구로 들어서면 우선 ‘아라비아의 선사시대’가 펼쳐진다. 기원전 4000년대에 만들어진 신비로운 석상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그 밖에 아라비아 반도 북부와 남서부에서 출토된 석기는 아라비아에 인류가 정착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특히 당시 아라비아가 사막이 아니라 비옥한 습지였다는 것을 알려주는 최근 발굴 성과는 아라비아의 자연환경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바꿔놓았다.

그다음 섹션은 ‘오아시스에 핀 문명’이다. 아라비아의 동쪽, 아라비아 만 연안의 타루트 섬은 대추야자나무가 무성한 오아시스다. 신석기시대부터 이곳에 사람들이 정착해 살기 시작했다. 이 지역은 기원전 2000년대 후반부터 1000년대 초반까지 고대 ‘딜문(Dilmun)’ 문명의 중심지 중 하나였다. 타루트 섬뿐만 아니라 다란, 도사리야, 아브카이크 등 동부 연안 지역의 다양한 출토품에서 메소포타미아와 페르시아, 인더스 문명의 교역이 활발하게 이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원전 1000년을 지나면서 아라비아에 전설적인 향 교역로가 생겨났다. 이 길 위에서 경제적인 부를 축적한 도시들은 국제적인 도시로 거듭났다. ‘사막 위의 고대 도시’는 아라비아 북서부의 타미아, 울라, 카르얏 알파우 등 향 교역으로 번성한 고대 도시들을 소개한다. 다양한 도상으로 채운 석비와 거대한 사원을 장식한 큰 조각상은 국제적인 고대 도시의 화려한 흔적을 보여준다.

1세기 황금가면, 카바 신전의 문

▶ (위) 타즈, 1세기의 황금가면, (아래) 메카, 1635~1636년. 카바 신전의 문 ⓒC영상미디어

‘메카와 메디나로 가는 길’에서는 6세기 이후 이슬람교의 확대에 따라 새롭게 형성된 순례길을 살펴본다. 여러 순례길에서 출토된 각종 취사도구나 저장 용기, 개인 용품은 당시 순례자의 여정과 예술 활동을 두루 담고 있다. 이 섹션에서는 또 순례의 종착지라 할 수 있는 ‘메카’도 볼 수 있다. 메카 카바 신전의 거대한 문은 마치 메카 사원의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전시는 ‘사우디아라비아 왕국의 탄생’으로 마무리된다. 1932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초대 국왕이 된 압둘아지즈 왕의 유품과 19~20세기 초반에 사용된 민속·공예품이 오늘날 사우디아라비아의 역사와 문화적 전통을 보여준다.

다섯 개의 섹션을 모두 둘러보는 데 약 한 시간 정도 소요된다. 동선은 시대별·지역별 이해가 용이하도록 구성돼 있으며, 몇몇 유물 뒤로는 생동감 넘치는 애니메이션이 함께 상영돼 마치 그 시대, 그 지역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사우디 측, “순회 전시 중 단연 최고 수준” 극찬

이번 전시는 사우디관광국가유산위원회가 2010년부터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등 외국을 돌며 진행하고 있는 순회전이다. 아시아에서는 작년 중국 베이징 전시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 5월 9일 개관 당시에는 현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의 장남인 술탄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관광국가유산위원회 위원장과 칼리드 알팔리 에너지광물자원부 장관, 아민 나세르 사우디아람코 CEO 등이 직접 참석했다. 이들은 “이제껏 순회 전시 중 단연 최고 수준”이라는 극찬을 남겼다. 전시는 8월 27일까지 이어진다.

매주 수요일 저녁 7시부터 7시 30분에는 큐레이터와 이야기 나누는 시간도 마련해, 선사시대부터 오아시스와 사막에 핀 여러 문명, 이슬람교의 발생과 20세기 초 사우디아라비아의 건국에 이르는 아라비아의 긴 역사를 좀 더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아라비아의 길 특별전
~8월 27일까지

관람시간 : 월·화·목·금 오전 9시~오후 6시, 수·토 오전 9시~오후 9시, 일·공휴일 오전 9시~오후 7시(7월 1일부터 오전 10시 개관)
관람료 : 만 24세 이상 6000원, 중·고·대학생 5000원, 초등학생 4000원, 만 4세 이상 유아·65세 이상 3000원
문의 : www.arabia-road.com
1688-0361

 

박지현 | 위클리 공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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