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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신태용호, 차두리 코치 선임 하고 비상 출범! 손흥민 기성용 부상 회복에 기대

슈틸리케호가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8라운드 카타르전에서 아무도 예상치 못한 패배를 당하면서 한국 축구는 거센 풍랑 속에 놓이고 말았다. 카타르전 패배는 단순한 1패가 아니었다. 현행 월드컵 최종예선 체제가 자리 잡은 후 3패를 당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요컨대 팬들에게 당연히 나간다는 인식을 심어준 월드컵 본선에 나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한국 축구계를 짓눌렀다. 결국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사실상 경질이라는 불명예스런 퇴진을 하고 말았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에게 책임을 묻는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지는 건 아니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돌파구를 마련해야 했고, 그 첫걸음이 바로 새 사령탑 선임이었다.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 겸 부회장은 지난 7월 4일 파주 NFC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신태용 전 U-20 대표팀 감독을 차기 A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한다고 밝혔다. 계약 조건은 오는 2018년 러시아월드컵까지이며, 월드컵 예선 플레이오프로 내려앉을 경우 이 경기들도 책임지기로 했다. 하지만 만에 하나 본선행이 좌절될 경우 계약이 종료된다. 때문에 표면적 계약 기간은 내년 7월까지지만, 플레이오프에도 진출하지 못하는 최악의 경우가 발생할 경우 신태용호는 출범 두 달 만에 좌초될 운명이다. 아마도 역대 A대표팀 역사를 통틀어 이처럼 험악한 조건에서 출범한 팀은 없을 듯하다.

대한축구협회는 7월 12일 전경준(44), 김남일(40), 차두리(37), 김해운(44) 코치가 신태용호에 합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들 조합은 한국 축구의 운명이 걸린 다음 달 31일 이란, 9월 5일 우즈베키스탄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을 통해 첫선을 보인다. 차 코치는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 시절인 지난해 10월 전력분석관으로 후배들과 함께했지만 6개월 만인 지난 4월 돌연 사직서를 제출한 뒤 팀을 떠났다. 대표팀 복귀는 3개월 만이다. 신 감독은 “다가올 두 경기에서 차두리 코치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감독 선임이 난항을 겪은 이유

한국축구는 감독 교체 적정 시기를 놓쳤다. 대한축구협회는 최종예선을 치르면서 두 번의 골든타임을 흘려보냈다. 이란 원정 패배 때문에 한때 3위 추락 위기에 놓였던 지난해 10월, 그리고 중국에 패하고 시리아에 가까스로 승리했던 지난 3월 최종예선 경기 직후다. 최종예선 마지막 두 경기인 이란·우즈베키스탄전을 앞두고 본선행 가능성을 최대한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감독을 부득불 교체해야만 했다면 그 시기는 되도록 빨랐어야 했다. 그래야만 팀을 정상화할 시간적 여지를 새 감독에게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거가 불확실한 상태에서 무조건적 신뢰를 내비친 전임 기술위원회의 오판은 큰 화를 불렀다. 이제는 이란·우즈베키스탄을 어떻게든 이겨야만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 상황을 수습해야 할 새 감독을 선임할 여지가 너무 적었다는 것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두 가지 이유로 축소할 수 있을 듯하다.

첫째, 2014 브라질월드컵 1년여를 앞두고 위기에 놓인 A대표팀을 구하라는 특명을 받아 지휘봉을 잡았던 홍명보 전 감독의 몰락 과정은 한국 축구계 전체에 큰 트라우마를 주었다는 것이다. 저조했던 성적은 둘째로 치더라도 경기 외적 이슈로 숫제 만신창이가 된 축구 영웅의 뒷모습에 많은 지도자가 ‘독배’로 일컬어지는 A대표팀 감독직에 대한 회의감을 가졌다.

두 번째는 지금 상황이 홍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그때보다 더 심각하다는 것이다. 만에 하나 이란과 우즈베키스탄에 연거푸 패할 경우, 차기 A대표팀 사령탑은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금자탑을 쌓아온 한국 축구사의 역적이 될 처지다. 외국인 감독을 선임해 이 시기를 넘기기에는 후보자를 살필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인 상황이었기에 큰 논란을 야기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때 소방수로 등장한 이가 바로 신태용 감독이었다.

사실 신 감독의 선임 여부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지난 6월 폐막한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에서 다소 기대에 못 미치는 16강이라는 성과를 냈다는 점은 둘째 치더라도, 한국 축구의 자산으로 키운 신 감독을 홍 감독처럼 낭비하듯 활용하는 건 안 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대한축구협회가 신 감독을 선임한 건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는 경험이다. U-20 대표팀, 올림픽대표팀 감독, A대표팀 수석 코치를 경험함은 물론 프로팀 감독으로서 우승까지 경험한 지도자는 한국 축구계를 통틀어 신 감독이 거의 유일하다. 주어진 상황이 심각한 위기긴 해도 다양한 위치에서 지도자 역량을 뽐냈던 신 감독만큼 믿을 만한 카드가 없다는 게 협회의 설명이다.

두 번째는 최근 3년간 U-20 대표팀부터 A대표팀에 이르기까지 감독과 수석코치로 활동하면서 현재 한국 축구가 월드컵 본선행을 위해 쓸 선수 자원과 가장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지도자라는 점이다. 김호곤 기술위원장은 전임 슈틸리케 체제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를 선수단 내 소통 부재를 꼽았다. 감독과 선수의 신뢰 관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고, 이 때문에 선수 간 신뢰도 무너졌다는 게 김 위원장의 진단이었다. 따라서 축구팀 감독으로서도 뛰어나야 하지만, 흐트러진 모래알을 다시 ‘원 팀’으로 뭉치게 할 수 있는 응집력도 갖춰야 한다는 게 김 위원장이 꼽은 차기 사령탑 선임 요건이었다. 이 기준으로 볼 때 신 감독이 가장 부합하는 인물임은 분명하다.

차두리, 신태용 감독

▶ 신태용 감독은 지난 4월 대표팀을 떠난 차두리 전 전력분석관을 일주일 동안 쫓아다니며 코치 역할을 부탁했다. 사진은 2016년 10월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5차전에 앞선 기자회견과 11월 우즈베키스탄과 경기 중에 카메라에 잡힌 신 감독과 차 코치 모습. ⓒ연합

결국 뽑아든 신태용 카드, 전폭 지원 필요

이제 관건은 과연 신 감독이 A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아 자신의 능력을 오롯이 표출할 수 있느냐다. 신태용호는 오는 8월 20일 이란·우즈베키스탄 2연전에 나설 A대표팀 명단을 발표한 후, 28일 파주 NFC에 선수들을 소집한다. 그리고 사흘 훈련한 후 8월 31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예정된 최종예선 9라운드 이란전을 치르고, 곧바로 타슈켄트로 이동해 9월 5일 우즈베키스탄과 원정 경기를 치른다. 경기 예정일을 기준으로 하면 한 달 보름가량 시간이 주어진 듯하지만, 실질적으로 경기를 준비하고 치르는 기간은 일주일도 안 된다.

지나치게 준비할 시간이 짧지 않느냐고 되물을 수 있으나 어쩔 수 없다. U-20 대표팀과 올림픽 대표팀 감독 시절에는 당장 소속 팀 경기에 나서기 어린 선수를 대상으로 지도했기에 수시로 불러 모을 수 있었지만, 각 프로팀에서 주전급으로 활동하는 선수들이 중심인 A대표팀에서는 FIFA 규정상 차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촉박한 시간적 여유 속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아직 코치진도 구성되지 않은 시점인 만큼 A대표팀에서 새롭게 탄생하는 신태용호의 전술적 색채와 선수들의 면면을 전망하기엔 대단히 난감한 시점이다. 하지만 몇 가지 실마리를 찾을 순 있다. 워낙 상황이 엄중한 만큼 신 감독이 입때껏 보여왔던 공격적 전술을 활용하기보다 실리적 경기 운영을 펼칠 공산이 있다는 점이다. 신 감독은 인터뷰 때마다 ‘수비 축구’ 또는 결과 위주의 축구를 못해서 안 하는 게 아니라고 늘 강조해온 바 있는데, 지금은 무조건 승점을 따내야 할 두 경기를 앞두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만큼 이전과는 다른 경기를 펼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또한 고착화되는 듯했던 선수단 내 경쟁 구도가 격화될 것이다. 신 감독은 소속 팀에서 경기를 뛰는지 여부를 떠나 당장 자신의 전술적 요구를 그라운드에서 표출할 수 있는 선수를 선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해외파라도 무조건 주전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적어도 이 두 경기에서만큼은 ‘신태용 축구’를 100% 발휘할 수 있는 선수가 나선다고 볼 수 있다. 다행스러운 소식은 부상을 당해 경기 출전이 불투명했던 기성용·손흥민이 무리 없이 회복한다면 이란·우즈베키스탄전에 출전할 수 있으리라는 점이다. 하마터면 전력의 핵심인 두 선수 없이 벼랑 끝 승부를 벌일 뻔했던 신태용호가 그나마 정상 전력으로 승부할 수 있다는 점은 불행 중 천만 다행이다.

가장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신 감독이 악조건을 극복할 수 있도록 행정적 측면에서도 전폭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감독 한 명에게 모든 운명을 맡기기엔 너무 위험한 상황이라는 점을 축구계는 인식해야 한다.


김태석 | 베스트일레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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