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서울 종로3가역 골목을 따라 들어가면 낯선 서울을 만난다. 과연 이곳이 2017년 서울일까 의심스럽다. 자동차 한 대도 지나갈 수 없는 후미진 이곳은 요즘 방문객들로 북적인다. 불과 2~3년 만에 변화한 동네, 익선동 166번지(수표로 28번길)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서울 익선동 한옥마을은 북촌, 서촌의 전통 한옥과는 다르다. 북촌이 사대부를 위한 한옥이 즐비하게 들어선 곳이라면 익선동은 서민을 위한 50㎡(15평) 내외의 작은 한옥이 대부분이다. 한옥에 유리창이 나 있고 벽돌이 더해진 도시형 한옥마을이다.
익선동의 역사는 192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나라 최초의 부동산 개발업자라고 할 수 있는 정세권 선생이 건설한 지구로 당시 근대 양식이 반영돼 건축됐다. 일제강점기 도심으로 몰려드는 일본인 탓에 서민들 살 곳이 점점 줄어들자 조성한 주거단지다.
세월은 100년 가까이 흘렀지만 공간은 변하지 않았다. 익선동은 2004년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된 뒤 10여 년간 추진되던 재개발 계획이 무산되며 도시화에서 소외된 지역이 됐다. 낙후한 거리는 한옥 셋방촌으로 변했다. 하지만 요즘 익선동 한옥마을이 주목받고 있다.
익선동이 하나의 테마 공간으로 여겨지면서부터다. 번잡한 도심에서 시간을 건너듯 골목 하나를 두고 낙원동, 가회동과는 이채로운 맛이 느껴진다. 고층 건물에 포위된 듯한 익선동에 들어서면 한옥과 근대 주택이 어우러져 내뿜는 아우라에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 건물에 들어서면 또 다른 생경함이 다가온다. 기와지붕, 서까래, 대들보가 그대로 남은 한옥의 고즈넉한 정취와 풍류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아기자기한 개성이 넘치는 익선동은 SNS에서 회자되며 인증샷의 필수 코스 같은 곳이 됐다. 주말은 말할 것도 없고 주중 점심시간에도 골목은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기존의 틀을 완전히 버리지 않고 현대적인 요소를 가미한 공존이 오묘한 매력을 내뿜는다. 익선동 골목은 하나씩 따라가는 재미가 있다. 모두 둘러보는 데 자박한 걸음으로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
열두달

익선동 초입에 있는 열두달은 각각의 상점으로 분할되어 있는 수제 푸드 편집숍이다. 전통주 ‘자주’, 수제햄 ‘말마햄’, 디저트 ‘제이제이’, 수제맥주 ‘스킴45’ 등 7개 브랜드가 마당을 가운데 두고 ‘ㅁ’ 자로 둘러싸고 있다. 구매한 제품을 중앙에 위치한 좌석에 앉아 먹으면 된다.
• 서울 종로구 수표로28길 17-6
070-4449-8225
프루스트

조향사 문인성 대표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영감을 받아 문을 연 향수 공방 겸 홍차 카페다. 향기로써 사람들의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아주고 싶다는 프루스트. 한옥의 단아한 멋과 고급스러운 향이 공존하는 곳이지만 프랑스 디저트와 홍차는 이국적인 맛을 선물한다.
• 서울 종로구 수표로28길 17-26
02-742-3552
거북이 슈퍼

익선동과 이질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이곳. 허물어진 담벼락, 낡은 전봇대 사이에 자리 잡은 거북이 슈퍼는 외관상 익선동 터줏대감을 방불케 하지만 놀랍게도 생긴 지 2년밖에 안 됐다. 간단한 과자와 주전부리를 팔고 있는 슈퍼로 가맥집(가게에서 마시는 맥주)을 콘셉트로 하고 있다. 인기 품목은 연탄에 구운 먹태와 맥주다.
• 서울 종로구 수표로28길 17-25
010-7532-7474
경양식 1920

익선동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경양식 1920. 주요 메뉴는 함박스테이크와 돈가스다. 익선동의 역사를 기념하는 뜻에서 이름을 지어서인지, 분홍색 커튼과 둥근 모양의 쿠션의자 때문인지 식당에 들어서면 서울이 아니라 경성에 와 있는 기분이 든다. 복고풍 식기에 담겨 나오는 돈가스 위에 달걀 프라이가 얹혀 있다.
• 서울 종로구 수표로28길 17-30
02-744-1920
빈티지보니&수집

한옥과 핑크?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 조합이 은근 마음을 사로잡는다. 분홍색 외벽에 네온사인, 꽃그림 담벼락은 익선동의 랜드마크 격이다. 빈티지보니에 발을 들여놓으면 장난감, 식기, 인형, 가구 등 각종 소품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빈티지보니는 옆 가게 수집과 이어져 있어 여성들이 더 선호한다.
• 서울 종로구 수표로28길 21-17
070-4281-6248
뜰안

한옥마을에 없었으면 허전할 뻔했다. 전통 한방 찻집 뜰안에는 쌍화차, 감잎차, 십전대보탕, 오디차 등 다양한 우리 차가 한 상 마련돼 있다. 차 한 잔 하고 한옥의 서까래를 그대로 살려 만든 자그마한 뜰 안을 거닐면 차분한 마음이 든다.
• 서울 종로구 수표로28길 17-35 | 02-745-7420
이태리총각

한옥에서 먹는 피자, 파스타는 어떤 맛일까? 서촌에서 영업하는 ‘이태리총각’이 익선동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맥주와 와인을 맛봄과 동시에 젊은 아티스트의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 역할도 한다.
• 서울 종로구 수표로28길 21-15 | 02-6014-8893
더 쉘프

분명 일반 가게에서 보던 평범한 신발인데 한옥 내부에 진열돼 있으니 특별하게 보인다. 더 쉘프는 다양한 신발을 구비한 슈즈 편집숍이다.
• 서울 종로구 수표로28길 33-1
070-4289-5031
럭키분식

여기까지 와서 분식을 먹어야 하나 싶지만 가게 앞에 쭈그려 앉아 게임을 하다 보면 기다리는 시간이 오히려 짧게 느껴진다. 초록색 그릇에 가득 담긴 분식과 피카추 돈가스를 먹고 나면 어린 시절 추억이 절로 소환된다. 그럼에도 맥주로 적절히 목을 축일 수 있는 어른들의 분식집이다.
• 서울 종로구 수표로28길 27
010-2784-1682
에일당

한옥 펍(pub)이라고 들어봤는지? 에일당(Ale堂)은 ‘에일 맥주 파는 집’이라는 뜻이다. 아울러 애일당(愛日堂)으로 ‘매일 사랑하며 사는 집’이란 뜻도 있단다. 수제맥주와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이곳은 마당과 실내, 가는 곳마다 시공간을 옮겨 다니는 기분이 들게 한다. 비닐로 가린 마당 한가운데 천장을 통해 볕 좋은 날, 비 오는 날, 눈 오는 날의 한옥을 즐길 수 있다.
• 서울 종로구 수표로28길 33-9 | 070-7766-3133
엘리

카페 중간에 있는 통창이 가게 전체를 빛으로 물들여 기분까지 환해지게 만든다. 손님들이 가게를 가득 메우고 있으니 흡사 마을 잔치가 연상된다. 한옥의 안채와 사랑채를 변형해 식탁을 두고 대청에 앉아 차를 마실 수 있게 자리를 마련했다. 오픈형 주방도 한옥에서 볼 수 없는 또 다른 매력이다.
• 서울 종로구 수표로28길 21-6
02-2135-3360
엉클 비디오타운

유동인구 많은 곳에서도 점점 사라지는 비디오 감상실이 익선동에 있다. 먹거리, 볼거리만 가득한 이곳에 얼마 되지 않는 놀거리라고 할까? 혼자 가도 좋고, 둘이 가도 좋은 엉클 비디오타운은 흘러간 명작을 상영한다. 단, 가기 전 이달에 볼 수 있는 영화 리스트를 미리 확인할 것!
• 서울 종로구 수표로28길 33-10 | 02-765-2307
마당 플라워 카페

꽃과 한옥이 이렇게 잘 어울렸나 새삼 감탄스럽다. 한옥의 목재가 주는 부드러움에 화려한 꽃이 더해지니 익선동에 두 번 반하게 된다. 각종 드라마와 광고에도 등장했을 만큼 아름다운 곳이다. 꽃이 화려한 요즘, 유난히 마음을 뺏길 법하다. 커피를 마시러 갔다가 꽃을 사게 되는 로맨틱한 매력이 있다.
• 서울 종로구 수표로28길 33-12
02-743-0724
선수현 | 위클리 공감 기자
사진| 선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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