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2월 25일 열린 폐회식을 끝으로 17일간의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평창올림픽은 개최 전부터 ‘최고’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92개국 2920명으로 역대 동계올림픽 최대 참가 규모를 기록했고, 금메달 수가 총 102개로 규모가 가장 큰 대회로 남았다.
시설 역시 나무랄 데 없었다. 강릉 아이스아레나는 올림픽 신기록이 쏟아질 정도로 빙질 상태가 훌륭해 선수들의 극찬을 받았다. 특히 ‘안전’은 외신들이 입을 모아 칭찬할 정도였다. 분단국에서 치러지는 올림픽임에도 무장한 군인 없이 경찰인력만으로 완벽한 치안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IT 기술도 크게 주목받았다. 미국 CNN 방송은 “평창올림픽은 역사상 최고의 하이테크 올림픽”이라며 “IT 기업 인텔과 한국의 통신업체 KT가 평창을 역대 최대의 5G(5세대 이동통신) 경연장으로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선수들의 경기력도 훌륭했다. 출전한 선수들은 그동안 닦아온 기량을 마음껏 펼치며 저마다 멋진 드라마를 만들었다. 쏟아지는 올림픽 신기록, 선수들의 열정, 평화와 화합으로 대회 마지막 순간까지 각본 없는 드라마가 펼쳐졌던 평창올림픽을 빛낸 ‘평창의 순간’을 소개한다.
평화와 화합이란 말이 가장 어울렸던 팀은 역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코리아’였다. 올림픽을 약 2주 앞둔 시점에서 구성된 ‘코리아’는 준비기간이 턱없이 부족했음에도 빠른 속도로 하나의 팀을 이뤘다. 라커룸을 함께 쓰고 생일 파티를 열어주면서 남북 선수들은 우정을 쌓아갔다. 우리 선수들이 북한 선수들에게 케이팝(K-POP) 춤을 알려주면서 함께 춤을 춘 일화는 남북 선수들의 훈훈한 분위기를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이야기로 남았다.
단일팀의 경기 성적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다. 5전 전패에 2득점, 28실점을 기록했지만 짧은 기간 동안 합을 맞춰 세계적인 선수들과 대등한 경기를 펼친 것만으로도 충분히 박수 받을 만한 일이었다. 일본전에서 랜디 희수 그리핀의 역사적인 올림픽 첫 골이 터졌고, 스웨덴전에서 한수진이 두 번째 골을 넣었다. 새라 머리 감독은 단일팀의 마지막 경기 종료를 알리는 버저가 울리자마자 눈시울을 붉혔다. 머리 감독은 “짧은 시간에도 남북 선수들이 하나로 뭉쳐 좋은 호흡을 보여줬다. 정치적인 부담과 미디어의 관심 속에서 선수들이 하나의 팀을 이뤘다는 점이 굉장히 인상적이었고 자랑스러웠다”며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여자 아이스하키팀이 평화와 화합의 감동을 전해줬다면 쇼트트랙에서는 평창동계올림픽 첫 금메달이 나와 많은 관중을 열광케 했다. 지난 2월 10일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 결승에 출전한 임효준이 올림픽 신기록 2분 10초 485를 기록하며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남자 쇼트트랙에서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이후 8년 만에 올림픽 금메달을 거머쥔 순간이었다. 임효준의 메달은 그가 보여준 불굴의 의지 때문에 더욱 빛났다.
정강이 뼈 골절, 발목 골절, 인대 부상, 손목 골절 등 숱하게 입은 부상 때문에 무려 7차례나 수술대에 올랐다. 그 정도면 운동을 포기할 법도 한데 그는 포기하지 않고 쇼트트랙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부상과 시련을 모두 이겨내고 마침내 올림픽 챔피언이 된 임효준은 “나 혼자 해낸 것이 아니라 우리 선수단이 다 같이 따낸 금메달”이라며 겸손한 소감을 전했다.

▶ 지난 2월 16일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에서 열린 남자 스켈레톤 경기에서 관중들이 한국의 윤성빈의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연합
임효준 올림픽 신기록·윤성빈 아시아 첫 금 등 기록 풍성
이번 올림픽에서는 유행어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여자 컬링 대표팀의 경기가 열릴 때면 관중들은 일제히 “영미~”를 외쳤다. 영미는 여자 컬링 대표팀의 리드 김영미의 이름이다. 김영미가 맡은 리드는 스킵에 비해 주목받는 자리가 아니다. 그런데 김은정 스킵이 김영미에게 스위핑 방향과 속도를 지시하면서 ‘영미’를 워낙 많이 불러 전 국민이 다 아는 이름이 됐다. 누리꾼 사이에서는 김은정이 영미를 부르는 방법에 따라 어떤 지시를 내리는지를 분석한 글이 화제가 됐다. ‘영미~’는 스위핑을 시작하라, ‘영미야~’는 스위핑을 멈추고 기다려라, ‘영미야~!!’는 더 빨리 스위핑하라 등이다. 누리꾼들이 나름대로 분석한 것이 대체로 사실이었다. 김영미는 “나를 급하게 부르면 빨리 스위핑을 닦으라는 뜻이고 부드럽게 부르면 준비하고 있으란 뜻”이라고 말해 웃음을 줬다.

▶ 2월 21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여자컬링 대한민국과 덴마크의 경기에서 관중들이 김영미 선수의 이름과 김은정 선수 그림이 들어간 피켓을 들고 응원하고 있다. ⓒ연합
컬링 팀이 세간의 주목을 받은 이유는 ‘영미야~’뿐만이 아니다. 세계 1위 캐나다를 시작으로 미국, 러시아 OAR팀, 덴마크 등 컬링 강호를 차례로 쓰러뜨렸다. 컬링 팀이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낼 수 있었던 이유는 특유의 팀워크 때문이다. 컬링 선수들 모두 의성에서 나고 자라 대표팀 이전에 서로가 자매이자 친구 관계다. 눈빛만 봐도 서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정도라 팀워크는 그 어느 팀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았다. 거기다 매 경기 관중들의 환호가 더해지니 컬링 팀의 기량이 나날이 좋아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평창올림픽 깜짝 스타로 등극한 컬링 대표팀은 이제 전 세계가 주목하는 컬링 스타가 됐다.
미국 출생 민유라-겜린 ‘홀로아리랑’으로 감동 선사

▶ 2월 2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프리댄스에서 민유라와 알렉산더 겜린이 ‘홀로아리랑’에 맞춰 연기하고 있다. ⓒ연합
비록 메달권 진입은 하지 못했지만 메달을 딴 선수들 못지않은 투혼으로 화제가 된 선수도 있다. 남자 아이스하키팀 오현호는 캐나다전에서 상대 스틱에 얼굴을 맞아 앞니 3개가 나갔다. 오현호는 빙판에서 한동안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고통을 느꼈지만 그에 굴하지 않고 다음 경기인 핀란드전에 출전했다. 오현호는 “원래 하키 선수에게 자주 있는 일인데 올림픽에서 그것도 세계 최강 캐나다와 시합에서 생긴 일이라 좋게 생각한다”며 앞니 빠진 얼굴로 환하게 웃었다.
평창올림픽으로 ‘우리나라 최초’ 수식어를 얻은 선수들도 화제가 됐다. 윤성빈이 스켈레톤 종목에서 아시아 최초로 금메달을 땄고, 여자 스켈레톤에서는 정소피아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피겨에서는 유독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었다. 남자 싱글 피겨스케이팅에서는 차준환이 쇼트 프로그램과 프리 스케이팅 합계 165.16을 기록하며 종합 15위에 올랐다. 차준환은 목표했던 톱 10 진입에는 실패했지만 한국 남자 피겨 역사를 새로 쓰는 쾌거를 이뤘다.
평창에서 유독 많은 이들의 시선을 끌었던 종목은 민유라와 알렉산더 겜린이 출전한 아이스댄스였다.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두 사람은 평창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국적을 바꿨다. 겜린은 훈련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부모님의 노후자금을 헐었고 민유라는 강아지 시터 일을 하면서 훈련을 병행했다. 어렵게 평창올림픽에 출전한 민유라-겜린은 지난 2월 19일 열린 아이스댄스 쇼트 댄스에서 16위를 차지해 프리 댄스에 진출했다. 프리 댄스에서는 ‘홀로아리랑’ 선율에 맞춰 아름다운 연기를 이어갔다. 두 사람은 한국인이 사랑하고 우리네 정서가 녹아 있는 곡이라 꼭 사용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 두 사람이 받은 최종 점수는 147.74점 종합 18위. 우리나라 아이스댄스 선수가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이래 가장 높은 성적을 남겼다.
장가현│위클리 공감 기자
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