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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2017 FIFA U-20 월드컵, 한국 16강 진출!

첫 경기 상대 기니는 이름값과 별개로 상당히 껄끄러운 상대였다. 기니가 첫 상대로 정해지자마자, 신태용 감독은 대한축구협회에 아프리카 팀과 평가전을 주선해달라는 말을 했을 정도인데 이유가 있다. U-20 대표팀을 비롯한 저연령대 선수들은 아프리카 선수들과 경기를 해본 경험이 그리 많지 않다.

아프리카 팀들은 시쳇말로 ‘흥’이 날 경우 가진 능력 이상의 경기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U-20 레벨에서는 그 경향이 더욱 심하다. 게다가 체력적으로 타 대륙에 비해 가장 우수한 피지컬을 자랑한다. 아프리카 팀들이 심심찮게 이 대회에서 우승 또는 결승 무대에 오르는 이유기도 한데, 신태용호는 이런 팀을 상대한 경험이 없었다. 아프리카 팀을 상대로 경기를 주도하는 경험을 대회 전 반드시 쌓아야 했고, 잠비아·세네갈 등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팀들과 스파링 매치를 통해 예방주사를 맞으려 한 것이다.

이 두 경기에서 얻은 학습 효과를 통해 기니전에서 환상적 승리를 만들어냈다. 5월 20일 저녁 8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A조 조별 라운드 1차전으로 치러진 기니전에서 3-0으로 완승을 연출한 것이다. 전반 중반까지 매서운 공격을 퍼붓는 기니에 다소 고전하긴 했다. 기니 왼쪽 날개 쥘레 케이타의 눈부신 개인기에 측면이 크게 흔들리면서 여러 차례 실점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잘 짜인 조직력을 바탕으로 개인기 위주의 공격을 펼친 기니를 서서히 무력화시켰고, 전반 36분 이승우가 중거리 슛으로 선제골을 만들어내면서 승기를 잡는 데 성공했다.

이후 한국은 환상적 경기력을 뽐내며 기니를 KO시켰다. 후반 31분 교체 승부수로 투입된 임민혁이 이승우의 도움을 받아 점수 차를 더욱 벌렸고, 후반 36분에는 장신 수비수 정태욱의 헤더 패스를 받은 백승호가 환상적인 칩슛으로 세 번째 골을 만들어내면서 승부에 완전히 쐐기를 박았다. 크게 우려했던 아프리카 팀을 상대한 첫 경기에서 3-0이라는 놀라운 승리를 만들어낸 것이다.

한국 축구사에 꽤나 의미 있는 승리였다. 한국은 각급 연령별 대표팀을 통틀어 세계무대에서 이 스코어를 만들어낸 적이 거의 없다. A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3-0으로 승리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으며, U-20 대표팀도 40년 역사를 자랑하는 U-20 월드컵에서 단 세 차례밖에 없다. 요컨대 기니전 승리는 축구사를 통틀어 세계무대에서 가장 훌륭한 스타트였다고 할 수 있다. 세계무대에서 ‘통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표를 기니전 승리를 통해 ‘능히 통할 수 있다’라는 느낌표로 바꾼 경기였다.

아르헨티나도 인정한 완승
신태용호는 기니전에서 이겼다고 해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U-20 월드컵 최다 우승팀(6회)이라는 눈부신 타이틀을 자랑하는 아르헨티나가 조별 라운드 2차전 상대였다. 과거보다 전력이 다소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긴 해도, 그래도 세계 축구사가 인정하는 최강팀 중 하나인 아르헨티나는 한국이 절대 가벼이 여길 상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태용호는 이 경기에서도 환상적 승리를 만들어냈다. 5월 23일 저녁 8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아르헨티나전에서 2-1로 승리한 것이다. 남자 각급 연령별 대표팀을 통틀어 한국이 아르헨티나를 세계무대 본선에서 꺾은 것은 1991 포르투갈 U-20 월드컵 이후 26년 만의 일이다. 포르투갈 U-20 월드컵엔 남북 단일팀으로 출전했으니, 대한민국이라는 팀으로는 사상 최초의 승리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더욱 의미를 부여할 만한 대목은, 경기 후 클라우디오 우베다 아르헨티나 감독이 깨끗이 패배를 인정했을 정도로 한국의 완승이었다는 점이다.

아르헨티나 전에서 이승우 선수가 드리블하고 있는 장면

▶ 죽음의 조에서 큰 관문을 넘은 한국 대표팀. 2차전 승리로 한껏 기대를 모으고 있다. 5월 23일 아르헨티나 전에서 이승우 선수가 드리블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전반 18분 이승우가 만들어낸 골은 리오넬 메시를 연상케 하는 환상적 드리블에 의한 득점이었다. 약 40m가량 개인 돌파로 아르헨티나 수비진을 무력화시킨 골이었는데, 이 골은 단순히 스코어뿐만 아니라 다른 한국 선수들이 아르헨티나를 충분히 해볼 만한 상대로 확신하게끔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결과적으로 이 골은 전반 42분 백승호의 페널티킥 추가골로 이어지는 동력이 됐다. 한국은 만회를 위해 수비 라인을 끌어올린 아르헨티나의 배후를 공략하는 역습으로 끊임없이 찬스를 만들어냈고, 이를 통해 조영욱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백승호가 해결한 것이다.

칭찬할 대목은 또 있다. 후반전에 개인기를 앞세운 아르헨티나의 총공세에 한 골을 내주며 다소 고전하긴 했어도 막판까지 한 골 차 리드를 지키는 수비 집중력을 보인 것이다. 공격은 강하지만 수비가 약하다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를 달고 있던 신태용호는 공격력에서는 이번 대회 최강 중 하나로 꼽히는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버티는 끈끈함을 보이며, 수비 역시 이전보다 한층 진일보했음을 증명했다.

한국은 이날 승리를 통해 조별 라운드 2연승을 기록하며 이번 대회에 출전한 24개 팀 중 가장 먼저 16강행을 확정 짓는 기쁨을 맛봤다. 참고로 한국 축구가 세계무대에서 조별 라운드 초반 2연승을 달리며 토너먼트를 확정지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말 갑작스러운 사령탑 교체 때문에 준비한 기간이 대단히 짧았음에도 불구하고, 신태용호는 걸음을 뗄 때마다 역사를 쓰고 있다.

U-20 월드컵 대표팀들

▶ U-20 월드컵 대표팀의 두 주축 공격수 이승우(좌)와 백승호(우). 자유분방한 플레이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4강 전망까지 밝혀주고 있다. 대표팀의 승리엔 홈그라운드 팬들의 열성적인 응원이 뒷받침되고 있다. ⓒ뉴시스

아직은 샴페인 들 때가 아니다

신태용호는 순풍을 탄 듯 거침없이 정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지금 보이는 경기력은 어느 팀이든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끔 할 정도로 빼어나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 만족할 단계는 아니다. 지금까지 이룬 결과가 대단히 눈부시긴 하지만, 신 감독이 대회 전 세운 목표에 아직 이르지 못했다. 신 감독은 대회 전 조별 라운드 세 경기에서 2승 1무를 기록해 조 1위로 16강에 진출한 후, 토너먼트에서 최소 8강까진 가겠다는 목표를 내비쳤다.
 
한국 축구사를 통틀어 세계무대에서 이와 같은 승승장구를 보인 팀은 2002 한일 월드컵 때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히딩크 사단’ 외엔 없다. 이처럼 놀라운 목표를 세우면서 반드시 해내야 할 선행 과제가 있다. 진부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자칫 들뜰 수 있는 멘털적 부분에 대한 철저한 관리다. 신 감독은 홈에서 절대적 응원을 등에 업고 대회를 치르는 선수들의 자신감이 그 어느 때보다도 충만하다는 점에 만족감을 보이면서도, 어린 선수다 보니 자칫 자만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내비치고 있다.

또한 U-20 월드컵이 어린 선수들의 무대다 보니 자칫 어려운 상황이 주어질 경우 그대로 주저앉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실패 없이 정상을 향해 달리고 있는 신태용호에 역경을 극복해야 할 상황이 주어지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토너먼트에 오른 이후에는 한 경기만 패해도 곧바로 짐을 싸야 하는 상황이 주어지는 만큼, 이런 상황이 만들어져서는 안 되며 행여 주어진다손 치더라도 극복해내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더욱이 조별 라운드와 달리 토너먼트에서는 신태용호를 꺾을 수 있는 실력을 갖춘 팀들이 즐비하다. 때문에 연이은 승리 때문에 지나치게 들뜬 모습을 보이는 건 곤란하다.

U-20 월드컵은 이제 시작이다. 뜨겁게 자신감을 갖되, 차가운 마음으로 승부에 임해야 한다. 정상을 향하는 발걸음은 이제 겨우 시작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태석 | 베스트일레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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