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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오디션 프로 ‘악마의 편집’ 끝!

"방송에서 편집한 ○○은 내 동생이 아닌 전혀 다른 사람이었고 그 때문에 받는 모든 ‘악플(악성댓글)’의 짐을 우리 가족과 동생이 지고 있어요. (중략) 4화에서는 꼭 진실 그대로, 사실대로 방송이 나와주겠지 생각하고 모든 악플을 보고 울면서도 가족들은 감내하며 힘들게 참았어요."

지난 2월 CJ E&M의 케이블 채널 Mnet이 만든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3화가 방송된 이후 한 출연자의 언니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은 거센 논란을 일으켰다. 글쓴이는 "방송 제작진이 특정 출연자가 예의에 어긋나거나 다른 출연자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모습만을 의도적으로 부추겨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방송을 본 시청자들도 "제작진이 특정 출연자를 떨어뜨릴 의도를 가지고 악의적으로 편집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해당 출연자의 분량은 대폭 줄었고, 누리꾼들은 "‘악마의 편집’ 공격을 받은 제작진이 ‘보복 편집’으로 응수했다"며 논란을 증폭시켰다.

방송사의 악마의 편집은 하루 이틀 된 얘기가 아니다. 악마의 편집이란 TV 방송 제작진이 의도적으로 특정 출연자의 부정적인 모습을 부각해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걸 말한다. 대개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많이 쓰이는데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출연자들은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워 묵과돼왔다. 더욱이 악마의 편집이 출연자 사이에 갈등을 일으켜 방송의 재미를 살리고, 화면 밖에선 논란을 키우는 노이즈 마케팅으로 시청률을 올리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함으로써 방송사는 이를 더욱 활용하는 양태를 보였다.

이 같은 이유로 악마의 편집이 지속되자 당국이 직접 제동을 걸고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일반인과 기획사 소속 연습생 등의 출연으로 진행된 Mnet ‘프로듀스 101’, ‘위키드’의 방송 프로그램 출연 계약서와 SBS ‘서바이벌 오디션 K팝스타 시즌5’의 참가자 동의서를 심사한 결과 12개의 불공정 약관을 확인했으며 이를 시정했다고 최근 밝혔다.

 

프로듀스 101

▶ 공정거래위원회는 CJ E&M이 제작한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의 출연계약서에 규정된 12개 유형의 불공정 조항을 시정했다. 사진은 방송화면 캡처.

 

부당 편집 참아온 출연자들 이의 제기 가능
출연자 저작권도 사업자 맘대로 못 가져가

먼저 촬영 내용의 부당한 편집 등으로 출연자에게 발생한 피해에 대해 일체의 이의 제기를 금지하는 조항이 삭제됐다. 시정 전 약관은 "본인(출연자)의 초상 및 음성 등이 포함된 촬영 분편집, 변경, 커트 재배치, 채택, 자막(OAP), 개정 또는 수정한 내용 및 방송 이후 시청자와 네티즌 등의 반응, 시청 소감 등 일체의 결과 및 영향에 대해서 명예훼손 등 어떠한 사유로도 본인 및 제삼자가‘갑’에게 이의나 민·형사상 법적 청구를 제기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공정위는 "방송 프로그램편집 등과 관련된 사업자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돼야 하지만 이 때문에 출연자가 법적 권리를 침해받을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자신의 권리 보호를 위한 수단이 보장돼야 한다"고 밝히고 "상당한 이유 없이 출연자의 법률에 따른 권리 행사를 제한하는 조항은 무효"라며 해당 약관을 삭제했다. 앞으로 방송 출연자는 부당한 편집에 의해 권리가 침해됐다고 생각하면 방송사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출연자의 저작권 등 법률상 권리를 사업자에게 귀속시키는 조항도 시정됐다. 그간 두 방송사는 "‘을’이 영상 제작물과 관련하여 제공한 모든 서비스(연기, 아이디어, 스토리, 음악 등 기타 모든 서비스)의 결과물 및 제반 권리는 ‘갑’에게 영구적으로 귀속되며, ‘갑’은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자유로운 편집권, 유·무료 공중 송신권, 매체를 통한 복제 및 배포권, 출판권, 2차적 저작물 작성, 국내외 판권 및배급권을 포함하여 이로부터 발생 또는 파생 가능한 직접적, 간접적인 모든 저작재산권의 유일하고 독점적인 권리자가 된다"고 규정해왔다. 공정위는 "저작권법에 따라 출연자에게 부여돼야 하는 일체의 권리가 상당한 이유 없이 배제됐다"며 해당 조항을 무효로 했다. 이어 "을에게 법률상 권리가 있는 경우 을과 별도로 합의해 정하는 바에 따르기로한다"고 시정했다.

 

악마의편집

 

방송 이미지 손상시키면 무조건 3000만 원 배상 등
거래 관계 약자 지위 이용 12개 조항 일괄 시정

위의 두 가지 조항은 CJ E&M과 SBS에서 모두 적발된 사항이다. 나머지 10가지 조항에 대해서는 CJ E&M에서 적발됐다. 일례로 ‘프로듀스 101’의 출연자가 프로그램의 이미지를 손상하면 계약을 해지하되 일률적으로 3000만 원을 배상하는 규정도 있었다. 손해가 3000만 원 이상일 때는 그만큼을 더 배상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공정위는 "방송 출연자는 아동, 미성년자 또는 데뷔하기이전의 가수 지망생 등으로 방송사와의 거래 관계에서그 지위가 현저히 열악하며, 방송 출연자들이 별도의 출연료를 받지 않고 수회에 이르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계약 위반 시 일률적으로 1000만 원 내지 3000만 원을 지급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봤다. 또한 예정된 손해배상액을 초과하는 실손해가 발생했을 때는 출연자의부주의에 의해 발생한 피해를 방송사가 입증하고 출연자가 그만큼 배상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자의적인 사유로 방송사가 출연자와의 계약을 해지할 수 있었던 조항은 계약 해지 사유를 구체화함으로써 개선했다. 출연자가 사생활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을 때도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은 아예 삭제했다. 이 밖에 가족, 친지, 친구 등주변인에 대한 인터뷰를 출연자가 보장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때 계약 해지나 손해 배상 청구를 할 수있다는 조항도 없앴다. 앞으로 출연자는 가족 출연에 동의하지 않아도 되며, 이를 이유로 방송사는 계약을 해지하거나 손해 배상 청구를 할 수 없다.

공정위는 "이번 불공정 약관 시정을 계기로 방송에 출연하는 일반인과 연습생 등 출연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엔터테인먼트산업 분야에서 공정한 거래 질서가 확립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밝혔다. 6월 방송 예정인 ‘프로듀스 101’의 후속작인‘소년 24’와 올 하반기 방송이 확정된 ‘K팝스타 시즌6’에는 바뀐 출연 계약서가 적용될 계획이다.

 

 · 조영실 (위클리 공감 기자) 2016.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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