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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탈북민 푸드트럭에 희망 싣고 힘차게 출발!

'함경도 아지매 서울에 떴다'. '청년상회' 간판을 단 푸드트럭 두 대가 1월 15일 첫 시동을 걸었다. 탈북민 김경빈(52), 박영호(26) 씨가 그 주인공이다. 사업계획서 심사와 면접을 통해 운영자로 선정된 이들은 이날 렛츠런파크 서울(과천 서울경마공원)에서 개업식을 갖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탈북민 푸드트럭 지원사업은 탈북민의 소자본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통일부와 한국마사회, 현대자동차그룹이 업무협약을 체결함으로써 이뤄졌다. 이들은 차량 두 대와 창업비용, 창업교육 등을 제공받고 영업장소를 마련했다. 더욱이 차량 개조와 공간 사용 등 푸드트럭에 대한 정부 규제가 대폭 완화됨에 따라 이번 사업이 가능하게 됐다.

떡볶이 등 분식을 주 메뉴로 하는 김경빈 씨, 토스트를 만들어 파는 박영호 씨는 앞으로 2년(사업평가 후 1년 연장 가능) 동안 매주 금~일요일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푸드트럭을 운영한다.


푸드트럭

▶ 통일부 등이 후원하는 탈북민 푸드트럭 운영자로 선정된 김경빈(왼쪽)·박영호(오른쪽) 씨가 1월 15일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개업식을 했다. 이들은 앞으로 2년간 이곳에서 손님들을 맞는다.


'함경도 아지매 서울에 떴다' 김경빈 씨
"보여줄 겁니다, 함경도 아지매의 놀라운 힘을"

함경도 아지매는 용감했다. 딱 10년 전, 한국 땅을 밟은 그 순간부터 '잘 살아보자'는 생각뿐이었다. 중국에서 2~3년간 순대 장사를 했고, 한국에 와서는 한식집 주방장, 냉동식품 유통업 등을 거쳐 트럭에서 바비큐 장사를 하며 하루 50만~60만 원까지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노점 장사는 지속하기 어려웠고, 이후 가게를 차리려 6개월간 요리학원에 다니기도 했다. 지금도 틈만 나면 요리 프로그램을 보며 연구한다. 맨몸으로 익힌 노하우와 열정은 푸드트럭에 고스란히 담겼다.

"깻잎이랑 들깻가루를 넣어 떡볶이를 만들어볼까 생각 중이에요. 오뎅(어묵)도 한 가지로만 하는 게 아니고 매번 다른 재료를 넣어 보려고요. 원래 요리를 좋아해서 요래조래 연구해보고 있어요."

떡볶이, 순대, 어묵 등 길에서 흔히 파는 평범한 음식이지만 김경빈 씨에겐 만들 때마다 특별하다. 비록 트럭 위지만, 간판까지 내건 진짜 내 가게에서 나온 것들이기 때문이다. 간판엔 '함경도 아지매 서울에 떴다'라고 당당히 커밍아웃했다. 떡볶이와 함께 고향의 맛도 판다.

"2006년에 함경북도 무산서 내려왔어요. 처음 한국 식당에서 일할 때 손님들이 물어보면 함경도랑 사투리가 비슷한 강원도 홍천 어디서 왔다 하라고 사장이 지역 이름까지 알려줬어요. 근데 난 우리 고향 알리고 싶어요. 손님들도 '진짜 북한에서 왔느냐'고 관심 가져주고 '열심히 사시라'고 응원도 해줘요."

두 명이 들어가면 꽉 차는 트럭에서 김 씨가 남편과 함께 하루 13시간씩 일하며 쉬는 날에도 장사 준비에 열심인 이유는 세 아들을 끝까지 공부시키겠다는 간절함 때문만은 아니다. 성공한 탈북민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포부도 강하다.

"성공해서 사람들한테 푸드트럭 노하우도 전수해주고 더 큰 가게도 차리고 싶어요. '봐라, 북한 여자가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다'고 몸으로 보여줄 거예요. 중국까지 진출해버릴랍니다."


'청년상회' 박영호 씨
"젊은이들이 나아갈 길, 먼저 닦아놓을게요"

'청년상회' 푸드트럭이 선 자리는 경마장(렛츠런파크 서울)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명당'이다. 이건 박영호 씨가 직접 밝혀낸 영업 비밀. 푸드트럭 운영자로 선발되기 전부터 박 씨는 어디가 가장 장사가 잘 될지 시간대별로 유동인구를 조사하는 등 치밀하게 준비했다. 면접관은 "지원자 가운데 이렇게까지 준비한 사람은 없었다"'며 감탄했다.

박 씨는 2년 전부터 푸드트럭에 관심을 갖고 시장조사를 해왔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는 것도, 바리스타 자격증을 딴 것도 사업을 하기 위해서였다.

"독일로 배낭여행을 갔을 때 푸드트럭이 발달한 모습을 보고 '이거다' 싶었죠. 비싼 임대료나 권리금이 안 들잖아요. 더욱이 푸드트럭에 대한 정부 규제가 완화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사업을 할 수 있는 문이 열린 거죠."

간판부터 조명까지 박 씨의 푸드트럭은 고급 카페에서나 볼 법한 재료들로 세련되게 꾸며졌다. '젊음'을 자신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 박 씨는 "푸드트럭도 트렌드에 맞게 꾸리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지금은 3kW밖에 전력을 쓸 수 없어 에스프레소 추출기기를 못 들여오고 있지만, 이 문제가 해결되면 전문 분야인 커피도 꼭 선보이겠다는 각오다. 손님들은 "젊은 사장이 열심히 하니 보기 좋다", "한창 놀기 좋아하는 나이인데 대견하다"며 격려한다.

박 씨는 열두 살 때 함경북도 작은 시골 마을에서 형의 손 하나에 의지한 채 먼 길을 걸어왔다. 15년이 지난 지금, 하루 서너 시간 쪽잠을 자고 장사와 학업을 병행하는 고된 생활 속에서도 이 길이 곧 또 다른 탈북민이 설 곳이라는 생각으로 길을 다진다.

"탈북민들은 사회에 적응하는 데만도 정신이 없어 환경이 좋지 않는 데서 일하는 경우가 많아요. 탈북민 푸드트럭이 10개, 100개가 되도록 제가 터를 잘 닦아야죠. 취업이라는 정형화된 길로만 가는 다른 젊은이들에게도 다양한 삶의 길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탈북민의 소자본 창업을 도와드립니다


푸드트럭


통일부는 탈북민들의 자립과 자활을 돕기 위해 남북하나재단을 통해 창업자금 조성 지원(햇빛플러스 통장), 경영 환경 개선자금 지원, 맞춤형 창업 컨설팅 등으로 소자본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예비창업자의 창업자금 조성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햇빛플러스 통장'은 본인의 적립금에 남북하나재단 지원금을 1:1로 적립하는 매칭펀드 형식으로 월 최대 50만 원까지 최대 3년간(기본 2년+연장 1년) 지원된다.

경영 환경 개선자금은 기존에 창업을 한 탈북민 사업체 1곳당 최대 200만 원 한도로 간판 교체, 냉장고 구입 등 경영 환경을 개선하는 데 지원된다. 문의 : 남북하나재단 자립지원부(02-3215-5881~4)


· 조영실 (위클리 공감 기자) 2016. 0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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