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명절에는 흩어졌던 가족이 한자리에 모두 모입니다. 왁자지껄한 분위기와 신이 나서 집 안을 뛰어다니는 아이들, 맛난 음식이 있어야 명절답지요. 풍성한 오곡만큼이나 사람들의 마음도 풍요로워지는 한가위, 보름달을 바라보며 가슴에 고이 간직한 소원 하나 빌어보면 어떨까요. 우리 이웃들의 소박한 소원 보따리를 풀어봅니다.

"올해로 결혼한 지 12년 된 주부입니다. 가정을 꾸린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세 아이를 둔 엄마가 됐네요. 그사이 아이들도 훌쩍 자랐고요. 경제적으로 풍성해져 다섯 식구가 지금보다 좀 더 넓은 집에서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부모의 마음이 그렇겠지만 저 역시 세 아이가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제공해주고 싶어요. 이번 추석에는 우리 식구가 마음만큼은 넉넉한 시간을 보냈으면 합니다." 유하나(34·주부)

"사람에게 공간은 여러 의미를 가집니다. 개인의 삶이 다르듯 공간도 저마다 다를 것입니다. 그래서 개인의 스토리가 오롯이 담긴 공간을 연출하는 건축가가 되고 싶습니다. 화려하고 멋진 인테리어로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하는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이 평안을 누리고 쉼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나아가 실력을 차곡차곡 쌓아 저만의 인테리어로 건물에 생명과 활기를 불어넣고 싶습니다. 졸업을 코앞에 둔 지금, 최선을 다해 마지막 학기를 보낼 것입니다. 중요한 건 스펙이 아니라 열정입니다.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습니다. 저는 해낼 수 있습니다." 김원준(24·대학생)

"올여름은 106년 만의 무더위였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점점 짧아지는 여름방학에 지난 학기의 피로를 풀기는커녕 열대야에 지쳐 여름밤을 보내기 일쑤였죠. 옛말에 ‘인심은 쌀독에서 나온다’고 했습니다. 교사에게 체력은 곧 ‘쌀독’입니다. 그 쌀독이 지금 바닥이 난 겁니다. 이번 추석에는 체력을 보충하고 싶습니다. 자식들도 다 커서 먹는 사람이 없는데 냉동실에 얼려둘 전을 부치느라 고생하는 아내를 이번에는 편안하게 해주고 싶네요. 바람이 있다면 내년 여름방학은 올해보다 좀 더 늘어나고, 학생들이 시원하게 여름을 날 수 있도록 반바지 하복을 도입했으면 좋겠습니다." 송형호(56·교사)

"‘수도거성(水到渠成) 동풍기랑(東風起浪)’. 물이 흐르는 곳에 도랑이 생기고, 동풍이 파도를 일으킨다는 뜻입니다. 혁신적인 중소기업을 발굴·지원하는 사람으로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및 해상 신실크로드 경제벨트 구축) 정책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런 만큼 한반도 통일을 준비하고 유라시아와의 협력 증진을 위해 마련된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정책이 원활히 추진되기를 바랍니다. 좀 더 많은 중소기업이 동북아 지역으로 진출해 통일을 향한 새로운 길이 열리기를 소망합니다." 최명동(68·경제정책연구원)

"저의 소원은 가족이 날마다 즐겁고 행복한 것입니다. 아빠와 엄마, 여덟 살 예찬이, 다섯 살 예음이가 신나고 기쁜 하루를 보내면 좋겠어요. 저는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어른이 되면 과학자가 될 것입니다. 타임머신을 만들어 과거로 돌아가 저의 사랑하는 동생들을 울렸던 나쁜 친구들을 혼내주고, 아빠와 엄마가 즐겁게 웃었던 순간을 되찾아주고 싶어요. 오래전 놀이터에서 잃어버린 저의 장난감도 되찾고요." 진예일(10·초등학생)

"목회를 하다 보면 종종 안타까운 상황을 보게 됩니다. 특히 이웃 간에 다툼이 벌어질 때면 마음이 아픕니다. 이럴 때일수록 희망의 끈을 붙잡고 국민이 화합을 이뤘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추석을 계기로 베풀고 섬길 줄 아는 우리의 국민성이 다시금 발현되어 국민 대통합을 이뤘으면 좋겠습니다. 열린 마음으로 서로를 섬긴다면 이해 못 할 일은 아무것도 없을 것입니다. 서로 사랑하고 베풀며 섬기는 사회, 곧 오겠지요." 김건강(33·목사)

"친정 부모님이 경북 영주의 시골집으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그래서 이번 추석에는 저희 네 남매가 부모님의 집을 직접 꾸며드리기로 했어요. 평생 저희들을 기르시고 손주들까지 돌보느라 애쓰신 부모님이 이제 두 분만의 오붓한 공간을 갖게 됐으니 더없이 기쁘고 행복합니다. 비록 작은 시골집이지만 그동안 최선을 다해 살아오신 부모님께 수고의 의미로 세상이 준 선물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두 분을 본받아 열심히 살려고 합니다. 이번 추석에는 휘영청 밝은 보름달 아래에서 온 가족이 모여 함박웃음을 피우고 싶어요." 이설아(41·상담원)

"최근 법조계의 비리로 변호사, 판사, 검사의 구속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법부를 바라보는 국민의 불신도 넘쳐나고요. 달님이 어두운 곳을 비추면 환해지듯, 정의가 불의한 곳을 비춰 어둠을 이기는 밝은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밝고 즐거운 마음으로 풍성한 한가위를 보내세요." 이민석(47·변호사)

"결혼을 한 달 앞둔 예비신부입니다. 새로운 가정을 꾸리려고 하니 가족이 더욱 생각나는 요즘입니다. 그동안 가족에게 사랑과 감사의 표현을 많이 하지 못한 것 같아 가슴 한구석이 아려옵니다. 이번 추석에는 가족이 더 늘어나는 만큼 가족들에게 사랑과 감사의 인사를 드리려 합니다. 저를 키워주신 부모님 두 분께 존경의 마음을 전합니다. 가족의 사랑이 있었기에 저 역시 새로운 가정을 꾸릴 수 있는 것이니까요." 정고은(28·영양사)

"가족과 친척이 오랜만에 모이는 즐거운 명절입니다. 이런 좋은 날에도 학대받고 굶주리는 외로운 아이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 아이들을 돌보는 사회복지사로서 소원이 있다면 이번 추석에는 아이들이 집에서 따뜻하게 밥을 먹으며 행복한 웃음을 짓는 것입니다. 제가 돌보는 아이들뿐 아니라 다른 곳에 있는 아이들도 이번 추석에는 넉넉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김형기(29·사회복지사)
글· 김건희(위클리 공감 기자) 2016.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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