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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한 · 프랑스 수교 130주년 기념 '한국 내 프랑스의 해' 행사

'봉주르 코리아.' 한국에 프랑스 바람이 분다. 3월 21일부터 연말까지 '한국 내 프랑스의 해' 행사가 다채롭게 펼쳐져 한국과 프랑스의 정서적 거리가 더욱 좁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양국의 첫 인연은 좋지 않았다. 구한말 흥선대원군이 천주교를 탄압하자 1866년(고종 3년) 프랑스 함대가 강화도를 침범했다. '병인양요'의 시작이다. 프랑스군을 물리친 대원군은 척화비를 세우는 등 쇄국양이(鎖國攘夷 : 다른 나라와 통상·교역을 금지하고 외국 사람을 오랑캐로 얕보고 배척함) 정책을 더욱 굳건히 했다. 20년 후인 1886년에야 한·프랑스 수호조약을 조인하며 국교를 수립했다.

130년이 흐른 지금, 양국은 '2015~16 한·프랑스 상호 교류의 해'를 정할 만큼 돈독한 사이가 됐다. 양국 정부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프랑스에 한국 문화를 알리는 '프랑스 내 한국의 해' 행사를, 올 3월부터 12월까지 한국에 프랑스 문화를 소개하는 '한국 내 프랑스의 해' 행사를 갖기로 합의하고 문화예술, 체육, 관광, 과학기술, 음식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박근혜대통령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프랑스에서 ‘한국의 해’ 행사장을 둘러보고 있다.

 

한국에서 열리는 '한국 내 프랑스의 해' 행사는 3월 21~28일 개막주간을 시작으로 문화예술과 교육, 과학 분야 등 총 150여 개 사업을 벌인다. 이번 행사를 총괄하는 앙리 루아레트 프랑스 측 조직위원장은 "프랑스가 창조와 혁신의 나라라는 점을 잘 보여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일반 대중부터 전문가까지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행사가 될 것이며 문화, 경제, 과학, 교육, 관광, 요리, 스포츠, 도시 및 지역 간 교류 등 모든 분야를 아우를 것"이라고 말했다.

개막주간 행사에서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양국 예술인들의 협업이다. 작가 김영하의 동명 소설을 프랑스 오를레앙 국립연극센터와 한국 국립극단이 함께 연극으로 만든 '빛의 제국'이 3월 21일부터 23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빛의제국

▶ 국립극단과 오를레앙 국립연극센터가 공동 작업한 연극 ‘빛의 제국’.

 

분단이라는 가장 한국적인 내용을 연출(아르튀르 노지시엘)과 각색(발레리 므레장) 모두 프랑스인이 맡아 관심을 모은다. 외국인도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일부 회차에 영어 자막과 불어 자막을 제공한다. 한국 공연에 이어 5월 17일과 21일 프랑스 오를레앙 국립연극센터에서도 공연한다.

3월 23일부터 27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리는 '시간의 나이'는 한국과 프랑스 양국 무용예술을 대표하는 국립무용단과 샤요국립극장의 콜라보(협업) 작품이다.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샤요국립극장 상임안무가 조세 몽탈보가 안무를 맡았지만 의상과 무대에 한국적인 요소가 가득하다.

6월 16일부터 24일까지 프랑스 샤요국립극장에서도 공연한다. 오를레앙 국립연극센터와 국립극단 단원들은 3월 26일과 27일 양일간 국립극장 야외무대에서 합동공연도 펼친다.

 

시간의나이

▶ 국립무용단과 샤요국립극장이 협연한 ‘시간의 나이’. 안무는 프랑스인이 맡았지만 의상과 무대에 한국적 요소가 풍부하다.

 

한국 · 프랑스 예술가 협업 공연 눈길
프랑스의 문화예술과 요리 진수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 다양

'미식'의 나라 프랑스를 느낄 수 있는 행사도 있다. 3월 24일부터 28일까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길거리 음식 축제 'So French Délices'가 열린다. 프랑스 엘리제궁의 수석 셰프인 기욤 고메즈의 총괄 아래 12명의 프랑스 셰프들이 다양한 음식을 선보인다.

 

 프랑스요리

▶ 3월 21일 ‘구 드 프랑스’ 행사가 열린다. 사진은 한 프랑스 요리전 모습.

 

3월 21일 열리는 '구 드 프랑스(Goût de France)' 행사도 빼놓을 수 없다. 세계적인 요리사 알랭 뒤카스 등이 선정한 전 세계 프랑스 식당 1000여 곳에서 셰프들이 현지 재료로 가장 프랑스다운 음식을 선보이는 행사다. 한국에서는 프랑스가 인정한 11개 식당에서 프랑스 음식을 맛볼 수 있다.

프랑스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공연과 전시도 가득하다. 'M'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대표적인 싱어송라이터 마티외 셰디가 3월 22일 부산, 24일 서울에서 콘서트를 갖는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류 사진작가 프랑수아즈 위기에가 한국 여행 중에 찍은 사진과 작가의 대표 사진을 총망라한 '서울 엘레지 : 프랑수아즈 위기에 사진전'이 3월 23일부터 5월 29일까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다.

3월 26일부터 6월 30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리는 '장폴 고티에의 패션세계 : 별들의 거리로부터(De la Rue aux Étoiles)' 전시회에서는 프랑스가 낳은 세계적인 디자이너 장폴 고티에의 새롭고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만날 수 있다.

그는 정식 디자인 교육을 받지는 못했지만 재능을 눈여겨본 디자이너 피에르 가르뎅에게 발탁돼 패션계에 입문했고, 1980년대부터는 자신만의 독특하고 전위적인 스타일 세계를 구축해나갔다. 몬트리올 미술관과 장폴 고티에 하우스가 공동 기획해 전 세계 8개국, 11개 도시를 순회한 글로벌 전시회다. 한국 전시가 아시아 최초이자 글로벌 투어의 마지막 전시가 된다.

학술 행사도 열린다. 한국과 프랑스 최고경영자클럽 회원들을 주축으로 프랑스 경제장관 등 양국 주요 인사 100여 명이 참가하는 '한·프랑스 리더스 포럼'이 3월 24일 신라호텔에서 열린다. 비즈니스, 연구 및 혁신, 외교, 고등교육 분야에서 양국 교역의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주제들을 가지고 여러 개의 라운드테이블이 열린다.

서울대에서는 3월 21일과 22일 프랑스 국립과학센터(CNRS)의 생물학연구소와 한국기초과학연구원(IBS) 소속 전문가 100여 명이 모여 분자생물학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는 'CNRS-IBS 생물학 심포지엄'이, 연세대에서는 3월 21일 한국과 프랑스 연구팀이 모여 지속가능한 개발과 도시 개발에 관한 학술 워크숍이 열린다.

'한국 내 프랑스의 해' 행사기간 동안 서울 교보빌딩에서는 정기적으로 '크리에이티브 프랑스 포럼'을 진행한다. 노벨상 수상자와 수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 수상자 등 프랑스 유명 인사들을 초청해 건축, 경제, 요리, 철학, 환경, 패션, 디지털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아이디어 토론'을 벌인다. 3월 25일 첫 행사로 세계적인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를 만날 수 있다.

 

주요행사

 

'프랑스 내 한국의 해' 행사 한국 문화 프랑스에 알려
양국 간 문화융성의 시대를 여는 중요한 계기

한편 '프랑스 내 한국의 해' 행사는 지난해 9월 18일 파리 샤요국립극장에서 우리나라 세계인류무형유산인 종묘제례악 공연으로 시작됐다. 공연 후 에펠탑에 태극기 문양과 프랑스 국기의 3색 문양이 조명으로 수놓아졌고,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나윤선의 '아리랑', 성악가 신문희의 '아름다운 나라' 등 한국을 대표하는 노래들이 파리 밤하늘을 적셨다. 종묘제례악은 국외 공연 사상 처음으로 기악, 노래, 무용을 펼치는 전 악장을 모두 재현해 현지 언론의 감탄을 자아냈다.

이후 파리, 낭트, 마르세유, 리옹, 릴, 니스 등 프랑스 주요 도시에서 한국 예술인과 관련 기관들이 준비한 전시, 공연, 영화, 축제 등 총 150여 건의 한국 관련 문화 행사가 이어졌다. 올해 들어서도 3월 17일부터 21일까지 열리는 '2016 파리도서전'에 우리나라가 주빈국으로 참가해 한국관을 설치하고, 10여 명의 한국 작가가 참가해 다양한 문학 행사를 진행한다.

4월부터 6월까지는 고려청자, 분청사기, 조선백자, 현대 작품 등 한국 도자기 예술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그랑팔레 한국 도자전'이 열리고, 여름(7~8월)에는 프랑스 파리 14구역의 몽파르나스역에 양주혜 작가의 벽화가 설치된다.

'프랑스 내 한국의 해' 행사를 주관한 최준호 한·프랑스 상호 교류의 해 조직위원회 한국 측 예술감독은 "프랑스에서 한국 문화는 케이팝 및 대중문화가 알려지면서 젊은이들에게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정도였다.

이번 행사를 통해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애호가층이 더욱 확대됐다"고 자평했다. 또한 "프랑스 예술인과 단체들과 파트너십이 정립되는 등 문화예술 전반에서 양국 협력 관계가 발전됐다. 일부 공연의 경우 후속 공연이 논의 되고 있다"고 성과를 설명했다.

최 감독은 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장으로 프랑스 한국문화원장을 지냈다. 그는 "한불상호교류의 해 행사로 한국에서 열리는 '한국 내 프랑스의 해' 행사를 통해 양국의 국민들이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더 접근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문화 예술뿐만 아니라 과학기술 등의 분야에서도 교류가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프렌치테크

▶ 프렌치테크 서울 론칭을 축하하는 리셉션이 2015년 12월 프랑스 대사관에서 열렸다.

 

프렌치테크허브 서울 개소

'한 · 프랑스 상호 교류의 해'를 계기로 양국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교류 활성화를 위해 프랑스 스타트업 육성 지원센터인 '프렌치테크허브(French Tech Hub)'가 3월 24일 서울에 문을 연다. 샌프란시스코, 보스턴, 뉴욕, 도쿄에 이어 다섯 번째다.

지난해 11월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의 협력방안을 담은 '21세기 포괄적 동반자 관계 강화를 위한 행동계획'에 합의했다. 양국이 창조경제 교류를 강화하고, 프랑스 스타트업의 한국 진출과 한국 스타트업의 프랑스 진출을 도모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 프렌치테크허브 서울은 신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창조경제 및 혁신 · 과학기술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양국 합의의 결과물이다.

프렌치테크는 프랑스 정부가 '라 프렌치 테크(La French Tech, 기술 프랑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디지털 분야 기업 및 스타트업 양성을 위해 2012년부터 지원하고 있는 디지털산업 육성 지원 프로그램이다.

프랑스대사관 측은 "프렌치테크허브 서울이 프랑스와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양국의 인큐베이터와 스타트업 간 파트너십을 가능하게 만들며, 한국에서 프랑스 스타트업의 발달을 장려하고 반대 방향으로도 지원하는 등 프랑스의 프렌치테크와 한국의 창조경제를 연결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개소 의미를 설명했다.

프렌치테크허브 서울은 한국 정부와 협의를 통해 프랑스 스타트업이 한국에서, 한국 스타트업이 프랑스에서 각각 정착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창업자금 지원과 창업 멘토링, 네트워킹 기회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5월 말 의료기술, 핀테크, 디지털 분야의 양국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모이는 '프렌치테크 데이즈(French Tech Days)' 행사와 양국의 핀테크 전문가들이 참가하는 '핀테크 세미나'를 준비 중이다. 10월 열리는 로봇산업박람회 '로보월드'에 한국과 파트너십을 구축하고자 하는 해당 분야 프랑스 최고기업들이 참가하는 프랑스관을 설치하고, 12월에는 프랑스 스타트업 대표단이 한국을 방문해 한국 스타트업들과 1 : 1 미팅 프로그램을 갖는 '프렌치테크 투어'를 진행할 계획이다.

 

앙리루아레트 

인터뷰

앙리 루아레트
한 · 프랑스 상호 교류의 해 조직위원회 프랑스 측 위원장

 

"영속적으로 협업 포괄적 동반자로 발전 기대"

 

 한 · 프랑스 수교 130주년 기념으로 마련된 한 · 프랑스 상호 교류의 해 조직위원회 앙리 루아레트 프랑스 측 위원장.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장을 역임한 그는 3월부터 12월까지 열리는 '한국 내 프랑스의 해' 행사를 총괄하고 있다. 다음은 그와의 서면 인터뷰 내용이다.

한국과의 인연은 "오르세미술관과 루브르박물관에서 관장으로 일할 때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해 전시회를 한 일이 있다. 이를 통해 과거엔 문학과 영화를 통해서만 알고 있던 훌륭한 한국문화에 점점 빠지게 됐다."

'한국 내 프랑스의 해' 행사가 열리는 소감은 "지난 2년간 지속적인 대화와 협업을 통해 준비한 행사들이 이제 결실을 맺게 돼 기쁘다. 프랑스 내 한국의 해 행사도 프랑스 국민과 언론으로부터 큰 관심을 받는 등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 행사를 계기로 모든 분야에서 협력을 더욱 강화해 프랑스와 한국이 포괄적 동반자 관계로 더욱 발전하길 바란다."

행사 콘셉트는 무엇인가 "창조와 혁신을 주제로 하고 있다. 특히 한국 청소년들이 프랑스 유산의 풍성함과 예술적 창조성의 생명력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밖에도 프랑스가 디지털 연구 같은 분야에서도 최첨단을 달리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다. 일반대중과 전문가 모두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행사들은 문화뿐만 아니라 경제, 과학, 교육, 관광, 미식, 스포츠, 지방과 도시 교류 등 모든 분야를 포함하고 있다."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행사나 포인트가 있다면 "행사가 끝난 후에도 예술가, 기관, 전문가들이 계속 교류하고 협업을 영속화할 수 있도록 했다. 3월 24일 한국의 학교에서 '프랑스의 날'이 열리는데, 같은 날 프랑스의 학교에서도 '한국의 날' 행사가 열린다. 상징적인 행사가 될 것이다."

'프랑스의 해' 행사를 위해 한국을 찾는 프랑스 예술인들의 반응은 "프랑스 예술가와 전문가들은 이번 교류에 많은 관심과 열정을 갖고 있다. 한국의 전통문화 유산과 현대적 창의성, 한국인의 활력과 에너지는 예술적 경험을 더 풍부하게 하고 영감의 근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행사와 관련해 한국인들에게 바라는 점은 "양국이 얼마나 가까운가를 확인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한국과 프랑스는 오래된 전통을 가지고 있고, 이를 잘 보존하면서도 언제나 새롭게 변하고 끊임없이 앞을 향해 나아가는,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계획하기 위해 과거를 되돌아볼 줄 아는 능력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 이 행사가 자연스럽게 서로가 서로에게 끌리게 만들어 이후에도 영속적인 협업으로 이어지길 희망한다."

 

· 최호열 (위클리 공감 기자) 2016.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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