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열정페이’ ‘염전노예’ 없는 사회 위해 부당처우 근절책 대대적 시행
정부는 사회통합과 국민경제 발전을 저해하는 부당처우를 근절하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부처별 종합대책을 마련, 시행에 들어갔다. 매월 부처별 추진 실적을 점검하고, 필요시 ‘사회적 약자 보호 관계장관회의’를 수시로 열어 후속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정부가 시행하기로 한 사회적 약자 보호대책을 부문별로 살펴봤다.
열정페이
“주요 프랜차이즈 타깃 감독, 체불사업주 명단 공개”
“강원도 춘천시의 한 스튜디오에서 수습으로 일하는 A씨는 두 달여 만에 일을 그만뒀다. 강도 높은 업무에 임금은 턱없이 적었기 때문이다. 그는 하루 12시간, 길게는 16시간 이상 일했다. 그러나 월급은 50만 원에 불과했다. 모 방송국 스타일리스트의 막내작가인 B씨는 하루 20시간 근무하고 월급은 50만 원을 받는다. 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1주 동안 급여를 받지 못했다. 수습기간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대형교회 누리집에 올라온 이른바 ‘열정페이’ 사례들이다. 열정페이란 취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의 절박한 사정을 악용해 저임금노동을 강요하는 것을 말한다. 2014년에는 전남 신안군의 한 염전에서 지적장애인이 강제노동에 시달리다 살해당한 사건도 발생했다. 이른바 ‘염전노예’ 사건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 이런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기업 현장, 아르바이트 활동 등에서 사용자가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근로자에게 임금체불, 폭언 등을 일삼는 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부당처우를 근절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쳐왔다. 그러나 현실적, 제도적 한계로 최상의 효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예컨대 임금체불이나 강제노동 등을 지도 점검하기 위해서는 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이 필수적이지만, 부족한 근로감독 인프라로 예방에 한계가 있다. 근로감독관 수(2016년 12월 기준 1048명)에 비해 사업장 수(186만여 개)가 너무 많은 것도 장애요인. 2016년 정부가 근로감독을 실시한 사업장은 2만여 개소에 불과했다. 지난해의 경우, 임금체불 액수가 1조 4000억 원에 육박할 정도로 임금체불 사례가 늘었다. 관련 사건도 30만 건이 넘었다. 지금과 같은 근로감독관 인원으로 이런 문제를 풀기에는 현실적으로 제약이 있다.

임금체불·폭행 근절 위해 정부 역량 집중
정부는 자체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은 즉각 이행하고, 미비한 보호규정은 조속히 마련하기로 했다. 우선 임금체불, 폭행 등에 정부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상습체불 단속(3000개소)과 열정페이 감독(500개소)을 실시하고, 장애인·여성 등 취약계층(1900개소)이나 청년 다수고용 프랜차이즈(8000개소) 등을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중점 실시하기로 했다.
또 체불피해 근로자가 언제든 신고할 수 있도록 상시제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주요 프랜차이즈에 대한 ‘타깃 감독’을 실시한 후 그 결과를 공표하기로 했다. 아울러 체불사업주 명단 공개, 경제적 제재 등 관련 조치도 강화한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상습 체불사업주 부가금 부과, 재직근로자 지연이자제 시행, 고의·상습 체불사업주 반의사불벌죄 제외, 악의적 체불 사업주 제재 상향 등을 골자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다만 직장 내 괴롭힘 근절과 관련해서는 현재 관련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라 개념과 구체적 내용 빛 방법 등에 대한 검토와 전문가 논의, 공청회 등 공론화를 거쳐 올해 안으로 권고안을 발표하기로 했다.
감정노동자 폭언·폭행
“산업안전보건법에 보호규정 마련, 사업주 실행 매뉴얼 고시”
2015년 인천의 한 백화점에서 점원 2명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고객에게 사죄하는 일이 일어났다. 한 고객이 7년 전 다른 매장에서 구입한 물건의 무상 수리를 요청했고, 점원이 이를 거절하자 돌변한 고객이 점원들에게 “사과하지 않으면 윗사람에게 알려 불이익을 주겠다”며 폭언, 협박한 것이다. 점원들은 고객을 달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다.
이른바 ‘무릎사과’ 사건으로, 대표적인 감정노동자 피해 사례다. 2013년 발생한 ‘라면상무’ 사건, 2014년 ‘땅콩회항’ 사건도 이에 해당한다.
‘갑의 횡포’로 피해를 받는 당사자는 주로 감정노동자들이다. ‘감정노동자’란 고객을 응대할 때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통제하는 일을 일상적으로 하는 근로자를 말한다. 이처럼 서비스, 판매업, 콜센터 종사자 등 감정노동자가 고객의 폭언이나 폭행으로 정신질환을 앓는 등 피해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그동안 폭행, 강제노동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업장에 대해 사실관계를 즉각 확인하고 신속한 조치를 취해왔다. 사업장 차원의 예방활동을 적극 유도하고, 해마다 서비스업종을 중심으로 직무스트레스 예방점검도 실시했다. 2016년의 경우 대형마트, 호텔, 항공사, 병원, 운수업 등 280개소에 대해 지도감독을 실시했다.

▶ 정부는 자체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은 즉각 이행하고, 미비한 보호규정은 조속히 마련하기로 했다. 우선
임금체불, 폭행 등에 정부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지난 2015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앞에
서 ‘열정페이 규탄 공동기자회견’이 열렸던 모습 ⓒ뉴시스
관련 법 개정, 사업주 실행 매뉴얼 제정
산재 인정 기준도 개선했다. 업무요인과 질병의 의학적 연관성이 비교적 명확한 ‘적응장애 및 우울병 에피소드’를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에 추가했다. 아울러 근로자 건강센터 전문가(심리상담사)가 사업장을 직접 방문해 맞춤형 심리상담과 관련 교육을 실시했다(총 4만 3620건).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감정노동자에 대한 법적 보호 기반이 미흡하고, 근로자 건강보호를 위한 실행 매뉴얼도 부족한 게 현실이다. 근로자를 대상으로 감정노동 수준을 평가하고 스트레스 해소방안을 마련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부족하다.
정부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이번 사회적 약자 보호대책에서 몇 가지 방안을 내놓았다. 우선 감정노동자 보호와 관련해 ‘산업안전보건법’에 감정노동 종사자 보호규정을 조속히 마련하기로 했다. 또한 올해 상반기에 사업주가 이행해야 할 ‘실행 매뉴얼’을 고시 형태로 제정, 보급하기로 했다. 아울러 고객 응대 업무가 주를 이루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관련 컨설팅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방침이다. 중소 규모(10인∼300인) 사업장 1000개소에 대해서는 근로자 건강보호 체계 구축을 지원하고, 근로자에게는 감정노동 수준 평가와 스트레스 해소방안 등을 교육하기로 했다.
경비원 부당대우
“세 차례 이상 폭력 시 무조건 구속, 폭언도 모욕죄 처벌”
2016년 6월 경기 수원시 영통구의 한 아파트에서 입주민이 복도에 있는 유모차를 치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비원을 폭행했다. 경비원은 유모차가 다른 주민의 소유이기 때문에 함부로 치울 수 없다며 거절했다가 봉변을 당했다. 같은 해 2월에는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의 아파트에서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한 입주민이 태도가 공손하지 못하고 반말을 한다는 이유로 아파트 경비원의 얼굴 등을 때린 것이다.
술에 취해 경비원을 폭행한 사례도 있다. 2016년 12월 서울 서대문구 영천동의 한 아파트에서 술에 취한 남성이 자신을 부축하려는 70대 경비원의 목을 조르고 뺨을 때려 형사 입건됐다. 이처럼 폭언, 폭행을 당하는 경비원 사례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정부는 경제, 사회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사회적 약자를 부당처우할 경우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2017년 3월부터 시행되는 ‘폭력사범 사건처리기준 합리화 방안’에 따라 해당자를 가중 처벌한다. 앞서 든 사례처럼 폭언·폭행을 할 경우, 경비원은 경찰에 형법상 모욕죄나 폭행죄로 신고할 수 있다. 이 경우 경찰은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해야 한다.
정부는 향후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세 차례 이상 폭력행위를 할 경우 ‘중대 폭력사범 무관용 원칙’에 따라 구속을 원칙으로 하는 등 엄청 대처하기로 했다(폭력사범 삼진아웃제).

▶ 정부는 감정노동자 보호와 관련해 ‘산업안전보건법’에 감정노동 종사자 보호규정을 조속히 마련하
기로 했다. ⓒ뉴시스
문화예술인 노예계약
“예술인 신문고 지속 운영,
프로 스포츠 종목도 표준계약서 도입”
정부가 2015년 실시한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4명 중 1명꼴로 이른바 노예계약 체결을 강요당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조사 대상자의 12.2%가 부적절하거나 부당한 계약을 경험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그동안 문화예술 사업자가 예술인에 대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구두계약, 열정페이, 임금 미지급 등의 부당처우를 하지 못하도록 개선 조치를 꾸준히 시행해왔다. 2016년 5월 예술인 복지법을 개정해 서면계약을 의무화했고, 6개 문화예술 분야를 대상으로 29종의 표준계약서를 보급했다. 문화예술 분야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사실조사를 실시해 제재근거도 마련했다. 2014년 6월부터는 불공정행위 신고, 법률상담 등 예술인 신문고도 운영하고 있다.
문화, 스포츠 분야의 오랜 관행 근절 노력
정부는 스포츠 분야의 인권 향상을 위한 노력도 지속해왔다. 대표적인 사례로 폭력 및 성희롱 등 스포츠 분야 인권침해 신고 접수·상담을 위한 스포츠인권센터 운영, 선수 또는 지도자 등록 시 폭력 및 성폭력 예방교육 의무화, 스포츠 분야 인권교육 실시 및 국가대표 폭력·성폭력 전수조사 실시 등이 있다. 참고로 지난해 스포츠인권센터에 접수된 14건의 신고와 440건의 상담사례를 통해 긍정적 성과도 올렸다.
정부는 국민체육진흥법을 개정해 선수와 체육지도자를 보호하는 규정도 마련했다. 구체적으로 폭력 가해자는 중징계 처분을 하고, 신고·상담시설의 운영자와 상담사는 업무상 취득한 비밀을 반드시 지키도록 했다.
이러한 노력이 있었음에도 불공정 관행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특히 다른 직종에 비해 문화예술, 스포츠 분야는 스승이나 선배한테 배우는 도제식 교육이 정착돼 있어 불공정 관행이 정당화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문화예술, 체육계의 온정적 관행과 선후배 중시 문화로 폭력 및 성폭력 사건도 계속 발생했다.
정부는 뿌리 깊이 박힌 부당처우 관행을 없애기 위해 근절 조치를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문화예술 분야의 경우, 먼저 공정한 계약환경을 조성하고 예술인 신문고를 지속 운영할 예정이다. 문화예술 관련 사업주가 예술인과 서면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위반 횟수에 따라 1회 150만 원, 2회 300만 원, 3회 이상 500만 원으로 과태료를 차등 부과한다. 현재 정부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을 통해 계약서 작성에 익숙하지 않은 사업주와 예술인에게 관련 정보와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 이와 함께 표준계약서 이용 확대를 위한 ‘당근’ 조치도 편다. 표준계약서를 사용할 경우, 해당 사업자 등에게 사회보험료 50%를 지원한다.
스포츠 분야도 마찬가지다. 인권침해 예방을 위해 스포츠인권센터를 운영하고, 선수·지도자·학부모 등 대상자별 맞춤교육(기본·중급·심화 과정)을 실시한다. 올해 10월까지 프로 스포츠 5개 종목 7개 단체를 대상으로 표준계약서를 도입해 선수의 정당한 권리와 지위도 보호할 방침이다.
정부는 사회 전반의 인식 전환 없이는 개선 효과를 볼 수 없다고 판단, 올해 상반기 중으로 범국민 캠페인을 펴기로 했다. 핵심 메시지는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 약자를 배려하는 따뜻한 공동체’다. 법 앞의 평등 실현과 사회적 약자 보호를 통한 ‘공동체 의식 회복’이 사회발전의 기초라는 공감대를 확산시킬 방침이다.
백승구 | 위클리 공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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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