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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영원한 가객 故 김광석, 홀로그램으로 부활

“이 노래는 다들 공감하시죠? 큰 실패를 해도 툭툭 털고 일어날 수 있는 나이가 20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30대가 되면 스스로 가진 한계를 느끼고 아등바등 살 수밖에 없죠. 그런 삶을 이야기한 노래입니다.”

깜깜한 공연장에 울려 퍼지는 익숙한 음성, 이어 흘러나온 노래는 ‘서른 즈음에’. ‘점점 더 멀어져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로 이어지는 가사와는 대조적으로 20년 전 세상을 등지고 스러진 고(故) 김광석의 모습이 관객 앞에 선명히 떠오른다. 3차원(3D) 입체 영상 ‘홀로그램’을 통해서다. 영원한 가객(歌客) 김광석이 다시 청춘을 노래하고 있다.

6월 13일 서울 동대문구 롯데피트인 클라이브(K-Live) 공연장에서 김광석 홀로그램 콘서트와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기타를 둘러멘 채 의자에 앉아 읊조리듯 노래하는 그의 모습은 실제 공연을 관람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공연을 관람한 정현미(62) 씨는 “목소리만으로 만날 수 있던 김광석의 당시 모습을 다시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 감격스러웠다”고 말했다.

김광석 세대는 아니지만 그의 노래를 좋아한다고 밝힌 김태현(34) 씨는 “영상에 익숙한 세대여서 그런지 그가 기타를 치는 모습, 노래하는 표정을 보면서 노래를 들으니 훨씬 더 감명 깊었다”고 말했다.

 

 김광석 홀로그램 콘서트

▶ 영원한 가객(歌客) 故 김광석이 20년 만에 홀로그램으로 부활했다. 6월 13일 서울 동대문구 롯데피트인 클라이브(K-live) 공연장에서 열린 김광석 홀로그램 콘서트 제작발표회에서 그 모습이 공개됐다. 왼쪽은 고인의 생전 모습 영상, 오른쪽은 홀로그램으로 복원한 모습이다.

 

문화유산 첨단•기술 융합한 ‘디지털 헤리티지’
고인 복원 홀로그램은 세계 세 번째

제작발표회는 6월 10일부터 대구 ‘김광석 거리’에서 시작된 상설 공연 ‘김광석 홀로그램 콘서트-청춘, 그 빛나는 김광석’을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김광석 홀로그램 콘서트는 문화유산을 첨단 디지털 기술과 결합해 새로운 관광자원을 확충하는 동시에 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가 추진 중인 ‘디지털 헤리티지’의 일환이다.

이 자리에는 오명 전 과학기술부총리, 구원모 전자신문 대표, 양유길 대구 디지털산업진흥원 원장, 가수 박학기, 일반인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오명 전 부총리는 “이제는 문화에도 과학기술이 가미돼야 다른 나라를 앞설 수 있는데 오늘 한 가지 사례를 본 것 같아 기쁘다”면서 “우리나라의 홀로그램 기술이 전 세계를 선도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양유길 원장은 “대구 김광석 거리에 또 다른 콘텐츠가 생겨 볼거리가 풍부해진 만큼 전국에서 많아 찾아와주시길 바란다”며 “K-팝 스타의 홀로그램 콘서트와 달리 고인을 복원한 이번 공연은 기술적으로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보시기에 미흡한 부분은 향후 보완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장에서는 홀로그램 메이킹 필름이 공개됐다. 제작사인 쓰리디팩토리는 “고인(故人)을 홀로그램으로 복원한 사례는 세계적으로 세 번째이자 국내에선 처음으로 시도된 것”이라며 “지난해 300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고인의 복원 영상에 대한 상당한 수요가 있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제작사는 오디션을 통해 고인과 생김새와 체격이 비슷한 배우를 선발했고, 배우가 직접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모습을 컴퓨터로 스캔한 뒤 3D 밀랍인형으로 제작했다. 홀로그램이 마치 실제 인물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은 머리카락 한 올 한 올까지 고인의 모습을 재현한 덕분이다. 제작사는 지난해 3월부터 약 16개월에 걸쳐 작업을 진행했다.

이렇게 완성된 영상을 무대 위에 설치된 빔프로젝터가 무대 바닥에 설치된 스크린(반사판)에 투사하면 반사된 영상이 무대 위에 45도 기울기로 설치된 투명 포일에 투영되어 무대 위에 나타나게 된다. 이는 플로팅 기법(유사 홀로그램)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3D 영상이 마치 허공에 떠 있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3D 밀랍인형… 머리카락 한 올까지 ‘생생’
‘서른 즈음에’ 등 대표곡 선보이며 관객과 소통

홀로그램으로 부활한 김광석은 이날 20대부터 60대까지 전 연령대가 공감할 수 있는 노래 세 곡을 선사했다. 또 노래 중간중간 노래와 얽힌 이야기들을 전해주며 관객과 소통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이등병의 편지’를 부른 뒤 “큰형님이 군에서 돌아가신 연유로 혜택을 받아 6개월 만에 전역한 탓에 자신은 평생 이등병으로 살았다”고 전했다.

또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을 지켜본 뒤에는 길에서 지나가는 사람 하나하나가 쉽게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모든 사람은 소중하게 태어나는구나를 느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마지막 곡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부른 뒤 “아쉬워 마세요. 또 모르죠. 행복하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나비가 되어 다시 무대 밖으로 스러졌다.

생전 고인의 절친한 동료이자 20년째 ‘김광석 다시 부르기’ 공연을 진행하고 있는 가수 박학기는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남다른 소회를 전했다.

“기타 하나 짊어지고 매일 함께 대학로에서 맨몸으로 노래를 부르며 누구보다 아날로그적으로 살았던 그가 20년 뒤 홀로그램이라는 최첨단 디지털 옷을 입고 재탄생했다는 사실에 묘한 감정이 든다. 방송에서 같이 노래 부르기로 한 약속을 못 지키고 그가 떠났는데 오늘 이 자리에서 그 약속을 지키게 돼 매우 설렌다. 그의 목소리뿐 아니라 그의 모습까지 함께할 수 있게 돼 더욱 기쁘다.”

한편 미래부는 이 같은 홀로그램 복원 기술을 더 발전시켜 중국, 미국 등의 가수나 유명인물 복원 프로젝트 수주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대구에 가면 ‘살아 있는 김광석’ 만날 수 있습니다

‘김광석 홀로그램 콘서트-청춘, 그 빛나는 김광석’이 대구 김광석 거리의 ‘떼아뜨르 분도’에서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공연은 ‘이등병의 편지’,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서른 즈음에’ 등 세 곡으로 구성돼 있으며, 오프닝 영상 등을 포함해 20분가량 진행된다.

약 70석 규모의 소극장인 공연장에는 김광석 사진, 소품을 구비하는 등 김광석에 대한 향수를 느낄 수 있는 1990년대 아날로그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

공연은 무료로 진행되지만 누리집(청춘그빛나는김광석.kr)을 통해 사전에 예약해야 한다. 다만 빈 공간이 있을 경우 입장이 가능하다. 좌석은 선착순이다.

 

· 조영실 (위클리 공감 기자) / 사진 · 조영철 기자 2016.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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