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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설원에서 장애란 없다! “목표는 하나, 평창 금메달”

한국의 동계 패럴림픽 대회 도전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한국이 첫 메달을 딴 건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서다. 이번 평창 패럴림픽에서 가장 유력한 메달 종목이 바로 노르딕스키다. 평창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꿈꾸는 노르딕스키 국가대표팀을 만났다.


평창 패럴림픽 노르딕스키 국가대표팀

▶ 평창 패럴림픽 노르딕스키 국가대표팀. 왼쪽부터 최보규, 서보라미, 신의현, 이정민, 권상현 선수. ⓒC영상미디어
2004년 어느 날, 당시 여고생이던 서보라미 씨에게 예고 없이 장애가 찾아왔다. 2층 계단을 내려가던 서 씨는 순간 발을 헛디디며 굴러 떨어졌다. 정신을 잃은 서 선수가 눈을 떴을 때는 병실이었다. 한 달이 지나도 그의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서 씨는 척수를 다쳐 평생을 걷지 못하게 됐다. 무용가를 꿈꿨던 그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진단이었다. 그런 딸을 일으킨 건 어머니였다. 자신의 발이 돼주는 어머니의 헌신을 외면할 수 없던 그는 대학에 입학해 공부를 시작했다. 그는 교수의 추천으로 장애인 스키캠프에 처음으로 참가했다. 그 당시 상황에 대해 서보라미 씨는 이렇게 말했다. “휠체어에서 내려와 장애인용 스키에 앉아 설원을 내달렸을 때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몸과 마음의 무거운 짐을 벗어던지고 자유를 만끽하는 기분이었다.” 서보라미(31) 선수는 현재 장애인 노르딕스키 국가대표팀의 유일한 홍일점이다.

“장애는 큰 걸림돌 아냐”

3월 6일 장애인 노르딕스키 국가대표팀이 훈련 중인 강원도 평창군의 알펜시아 리조트를 찾았다. 국가대표팀은 3월 10일부터 15일까지 알펜시아 바이애슬론 센터에서 열리는 ‘2017 평창 세계장애인 노르딕스키 월드컵’을 앞두고 훈련 중이었다. 선수들은 장애인용 스키에 앉아 설원을 누비고 있었다. 선수들의 이마는 말할 것도 없고 운동복은 이미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격렬한 운동을 무리 없이 소화하는 이들이 장애인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다른 선수들과 달리 한 선수는 코치와 함께 설원을 달리고 있었다. 그가 코치와 밀착훈련을 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는 시각장애 선수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평창패럴림픽에서 메달을 노리는 종목인 노르딕스키는 노르웨이를 비롯한 스칸디나비아반도 등 북유럽 지방에서 발달한 스키다. 언덕이 많은 설원을 누비는 스키 경주로 크게 크로스컨트리와 바이애슬론 두 가지로 나뉜다. 크로스컨트리는 노르딕스키의 한 종목으로 스키의 마라톤이라고도 불린다. 패럴림픽에서는 거리별로 7.5㎞, 12.5㎞, 15㎞ 등의 코스가 있다. 바이애슬론은 크로스컨트리와 사격이 결합된 종목이다. 경기는 일정한 거리를 크로스컨트리로 주행한 뒤 사격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사격에서 맞히지 못할 경우에는 정상 주로가 아닌 벌칙 주로로 주행해야 한다.

시각장애인인 최보규(24) 선수는 7개월 만에 태어난 미숙아였다. 그는 시력을 잃었지만 꿈을 잃은 것은 아니었다. 최 선수는 “시각장애인은 거리에서 맘 편하게 걷기도 힘들지만 설원을 누비는 순간만큼은 내가 시각장애를 가졌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게 해준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 선수는 가이드와 함께 경기에 참가한다. 가이드는 시각장애인 선수와 함께 스키를 타며 길 안내 역할을 한다. 거친 비탈길을 누비는 노르딕스키 종목 특성상 시각장애인 선수와 가이드의 호흡은 매우 중요하다.

노르딕스키는 삶의 새로운 목표

미국 미시간주립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다가 뒤늦게 노르딕스키를 시작한 선수도 있었다. 이정민(33) 선수는 ‘길랭바레 증후군’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다. 바이러스로 말미암아 운동신경이 마비되는 희귀병으로 그는 현재 발목 아래를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한다. 이 선수는 “스키를 타는 순간만큼은 장애인이 아닌 국가대표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팀의 막내 권상현(21) 선수도 “노르딕스키를 통해 삶의 새로운 목표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시절 120㎏까지 불어났던 체중은 현재 70kg대로 대폭 줄었다. 매일 하루 7~8시간의 훈련량을 모두 소화한 결과였다. 

국가대표팀의 맏형인 신의현(36) 선수는 2016년 핀란드에서 개최된 ‘부오카티 IPC 노르딕스키 월드컵대회’에서 동메달 2개를 획득하는 등 세계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신 선수는 지난 1월 우크라이나 리비프에서 열린 ‘2017 리비프 파라노르딕스키 월드컵’ 크로스컨트리 5㎞와 15㎞ 남자 좌식 부문에서 우승해 대회 2관왕에 올랐다. 노르딕스키 월드컵 금메달은 비장애인을 통틀어서도 신 선수가 처음 일궈낸 쾌거였다. 3월 10일부터 열리는 ‘2017 평창 세계 장애인 노르딕스키 월드컵’에서도 유력한 메달 후보 가운데 한 명이다.

최종인 감독

▶ 최종인 감독 ⓒC영상미디어
 
선수들이 노르딕스키를 타게 된 계기들은 각기 달랐지만 강한 공통분모가 있었다. 바로 평창패럴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하는 꿈이다. 지난해 대표팀은 무려 280일이 넘는 훈련 일정을 모두 소화했다. 최종인(54) 대표팀 감독의 말이다. “선수들은 오전부터 저녁까지 이어지는 훈련을 모두 소화하며 실력이 일취월장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은 노르딕스키 불모지나 다름없었지만 이번 평창에서만큼은 다를 겁니다. 3개 이상의 메달 획득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장애인으로서가 아닌 엄연한 국가대표로서 우리 선수들을 응원해주시고 지켜봐 주세요.”


김태형 | 위클리 공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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