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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한 · 미 프로야구 ‘곰들의 전성시대’

먼저 퀴즈 하나로 시작하자. 올해 한국과 미국 프로야구 챔피언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정답은 팀 마스코트가 ‘곰’이라는 점이다. 한국시리즈 우승팀인 두산은 1982년 창단 때부터 베어스(Bears)라는 애칭을 사용해왔다. 미국 월드시리즈 챔피언인 시카고 컵스는 1876년 시카고 화이트스타킹스라는 이름으로 창단했다가 이후 콜츠, 오펀스 등의 애칭을 사용했고 1903년부터 컵스라는 이름을 쓰게 됐다.

 컵(Cub)은 곰이나 사자, 여우 등의 새끼를 가리키는 말인데 이 야구단의 경우에는 곰 새끼를 뜻한다. ‘클라크(Clark)’라는 이름의 곰이 팀의 공식 마스코트다. 참고로 일본 프로야구 우승팀인 니혼햄 파이터스에도 ‘브리스키 베어(Brisky Bear)’라는 마스코트가 있으니 올해 한미 프로야구는 ‘곰들의 전성시대’였던 셈이다.

 

4전 전승으로 우승 트로피 안은 두산
‘삼성 왕조’ 이은 ‘두산 왕조’ 설득력 얻어

두산은 올 시즌 말 그대로 완벽한 우승을 차지했다. 정규 리그에서 한 시즌 역대 최다승(93승)과 최다 선발승(75승)의 대기록을 수립하며 우승을 차지한 두산은 이어진 NC와의 한국시리즈에서도 4전 전승으로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한국시리즈를 4연승으로 일찍 끝낸 것은 통산 일곱 번째다.

 

두산베어스

▶정규 시즌 우승에 이어 4전 전승으로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두산 베어스. ⓒ뉴스1


지난해에 이은 한국시리즈 2연패이자 1995년에 이어 21년만의 정규 시즌과 한국시리즈 동시 제패다. 이런 쾌거는 한마디로 삼박자가 들어맞았기에 가능했다. 김태형 감독의 리더십과 결점을 찾기 힘든 선수단의전력, 그리고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프런트가 그 동력으로 꼽힌다.

지난해 처음 지휘봉을 잡은 김태형 감독은 첫 계약기간 2년 동안 모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선동열 전 삼성 감독(2005~2006년)과 류중일 전 삼성 감독(2011~2012년)에 이은 세 번째 기록이다. 그의 리더십은 ‘따뜻한 카리스마’로정리된다. 김태형 감독은 선수 장악력이 대단하다. 코치 시절에도 ‘군기 반장’ 격이었다.

하지만 그 밑바탕에는 정과 따뜻함이 숨어 있다. 이번 한국시리즈를 4연승으로 마친 뒤 가진 방송 인터뷰에서 적장이던 NC 김경문 감독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김태형 감독은 그 질문에 "프로에서 2등은 없는 것이지만…"이라고 말하다가 갑자기 굵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선수와 코치 시절에 자신이 멘토로 믿고 따랐던 선배 지도자에 대한 감정이 여과 없이 드러난 장면이었다.

두산 구단은 이례적으로 올 시즌 중반에 김 감독과 3년 재계약을발표했다. 그만큼 그를 신뢰하면서 팀의 장기적인 운영을 맡겼다는 것인데 이번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몸값은 더욱 치솟을 전망이다. 두산 사령탑 가운데는 역대 최고였던 김경문 감독이 2008년 시즌 후 재계약했을 때 규모(계약금 3억5000만 원, 연봉 3억5000만 원, 3년 총액 14억 원)를 넘어설 전망이다.

올 시즌 두산의 전력은 매우 단단했다. 화수분 야구라는 별칭을 입증하듯 올 시즌 미국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핵심 전력 김현수의 공백을 김재환(37홈런)이 완벽하게 메웠다. 여기에 ‘판타스틱 4’로 통하는 초강력 선발진인 니퍼트(22승), 보우덴(18승), 장원준(15승), 유희관(15승)이 정규 시즌 선발 70승을 합작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장원준(2차전), 보우덴(3차전), 유희관(4차전)이 나란히 선발승을 올렸고 니퍼트는 연장까지 갔던 1차전에서 8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면서 서전 승리의 초석을 깔았다.

이번 한국시리즈는 한마디로 ‘선발 야구’의 승리였다. 시즌 내내 판타스틱 4를 보좌하면서 한국시리즈 공수에서의 맹활약으로 1991년 해태 장채근에 이어 포수로는 두 번째로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양의지의 힘도 빼놓을 수 없다. 막강 투수력에 더해 팀 타율 1위(0.298), 팀 홈런 1위(183개)의 불꽃 타선이 더해지면서 전력상으로 결점을 찾기 힘들었다.

 

양의지 선수

▶한국시리즈 공수에서의 맹활약으로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두산 포수 양의지 선수.


올 시즌 유일한 단점으로 꼽혔던 것은 불펜이었다. 정규 시즌 선발진의 평균 자책점은 4.11로전체 1위였지만 불펜은 5.08로 5위에 그친 수치를 보면 알 수 있다. 이에 대해서 김태룡 단장은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다음 시즌의) 고민은 모두가 알듯이 불펜이다.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보완한다면 지금보다 더 강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두산의 삼박자가 흔들릴 공산은 당분간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정규 시즌 우승과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냈던 ‘삼성 왕조’의 뒤를 ‘두산 왕조’가 이을 수 있다는 예상에는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1승 3패 벼랑 끝에서 역전승한 美 시카고 컵스
테오 엡스타인 사장 ‘저주 파괴자’라는 별명 얻어

시카고 컵스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맞붙은 미국 월드시리즈는 한국과는 달리 7차전까지 가는 혈투가 펼쳐졌다. 4차전까지 1승 3패로 벼랑 끝까지 몰렸던 시카고 컵스는 막판 뒷심을 발휘하면서 4승 3패로 대역전 드라마를 일구며 1908년 이후 무려 108년 만에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1승 3패에서 시리즈를 역전시킨 것은 역대 여섯 번째였다.

 

시카고 컵스

▶시카고 컵스는 108년 만에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라 화제를 모았다. ⓒ연합


시카고 컵스는 그동안 ‘염소의 저주’로 유명했던 팀이다. 염소의 저주란 1945년 디트로이트와의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애완용 염소를 데리고 왔던 한팬(빌리 시아니스)이 입장을 거부당하자 "다시는 이곳에서 월드시리즈가 열리지 않으리라"고 악담을 퍼붓고 떠난 것에 연유한 징크스를 뜻한다. 공교롭게도 이 팀은 1907년과 1908년 2연패 이후 일곱 차례나 월드시리즈에 올랐지만 번번이 패했다. 특히 ‘염소의 저주’ 원년 격인 1945년이후에는 월드시리즈에 진출조차 하지 못했다.

염소의 저주를 깨는 과정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인물은 테오 엡스타인 사장이었다. 그는 2002년 불과 29세의 나이로 보스턴 레드삭스 단장을 맡았던 전문 프런트로, 보스턴에 재직하던 2004년 86년 묵은 ‘밤비노의 저주(보스턴이 전설의 강타자 베이브 루스를 뉴욕 양키스에 트레이드한 뒤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는 징크스)’를 깼던 인물이다. 2009년 시카고 컵스를 인수한 톰 리케츠 구단주는 팀 재건을 위해 의욕적으로 엡스타인을 사장으로 영입했고 그는 보란 듯이 밤비노의 저주에 이어 염소의 저주마저 풀어내며 ‘저주 파괴자(Curse Buster)’라는 영예로운별명을 얻었다. 반면 클리블랜드는 1948년 이후 월드시리즈 우승이 없다는 ‘추장의 저주’에 다시 한 번울었다. 저주 파괴는 또 다른 ‘저주 연장’을 낳은 셈이다.

 

글· 위원석(스포츠서울 체육1부장) 2016.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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