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한국 예능 프로그램의 중국 내 인기가 심상치 않다. 2000년대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MBC 드라마 '대장금'을 필두로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드라마 한류'에서 더 나아가 최근 2~3년 사이에는 '예능 한류' 분위기까지 형성되고 있는 것.

▶MBC ‘아빠! 어디 가?’를 수입해 제작한 중국 후난TV의 ‘아빠 어디 가(??去??)’. 출처 후난TV 누리집 캡처.
지난해 말까지 중국의 주요 지방 위성TV에서 방송된 한국 예능 프로그램의 중국판은 MBC '나는 가수다', '아빠! 어디 가?', '무한도전'과 KBS '불후의 명곡', '1박 2일', SBS '런닝맨', '정글의 법칙', JTBC '냉장고를 부탁해', '비정상회담' 등 모두 22개에 이른다(표 참조).

중국 국영방송 CCTV도 한국 예능 포맷 수입
'대단한 도전' 최고 시청률 1.7%로 흥행 성공
특히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중국 공산당의 선전과 보도에 치중하는 국영방송사 중국중앙텔레비전(CCTV)도 외국 리얼리티 프로그램 첫 도입 사례로 MBC '무한도전'을 선택해 화제가 됐다.
지난해 CCTV가 '무한도전'의 포맷을 수입해 자체 제작한 '대단한 도전(了不起的挑戰)'은 CCTV 간판 아나운서 사베이닝,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방송인 러지아, 중화권 여심을 사로잡은 꽃미남 배우 롼징티엔, 인기 만담가 위에윈펑, 남녀노소 두꺼운 지지층을 가진 국민배우 샤이, 대륙의 유재석이라 불리는 실력파 MC 화샤오 등 6명의 대형스타가 출연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기대를 모았다.
'대단한 도전'은 일요일 밤 8시 황금시간대에 편성됐는데 11월 첫 방송을 앞두고 밤 7시에 방송되는 메인뉴스에서 프로그램 예보를 하기도 했다. 시청률 1%를 넘기면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는 중국에서 이 프로그램은 최고 시청률 1.7%를 기록할 정도로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다.
이 같은 중국 내 한국 예능의 성공 분위기는 현지 언론의 기사에서도 증명된다. 지난 1월 홍콩의 유력 시사지 '아주주간'은 '한국식 중국 예능은 왜 뜨거운 반응을 얻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중국에서 한류가 드라마와 가요를 넘어 예능으로까지 번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2013년 후난TV가 포맷 수입한 MBC '나는 가수다'를 지목하며 "중국에서 관객이 가수의 순위를 결정하고, 탈락을 좌우하는 유일한 프로그램"이라는 사실을 인기요인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이 프로그램이 한국식 예능 도입의 서막을 연 이후 KBS '불후의 명곡'과 MBC '복면가왕', JTBC '히든싱어' 등 가수와 음악을 소재로 한 한국 예능 프로그램이 줄줄이 들어와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아주주간'은 다양한 게임을 게스트와 함께 해결해나가는 SBS '런닝맨', 야생의 환경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KBS '1박 2일', 위대한 도전을 계속하는 MBC '무한도전' 등 한국식 버라이어티 쇼 프로그램의 특성을 소개하며 다양한 형태의 한국 예능 포맷이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에서 해외 유명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끈 시기는 20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3월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내놓은 '중국 콘텐츠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 중국에서 리얼리티 예능이 방영되기 시작했는데, 당시 중국 내 해외 프로그램 수입 개방이 시작되면서 유럽과 미국 등 서방 국가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쏟아졌다. 중국 예능 프로그램의 시장 규모는 해를 거듭할수록 성장했고, 2013년에는 중국 전체 프로그램 중 예능의 분량이 전년 대비 44% 증가한 202만 시간에 이르렀다.
2000년대 초반부터 리얼리티 예능 인기
최근에는 한국이 신흥 강자로 떠올라
해외 유명 예능 프로그램으로 중국에 들어가 성공한 첫 번째 사례는 2000년 6월 광둥TV에서 미국 CBS에서 방영한 리얼리티 게임 쇼 '서바이버(Survivor)'를 포맷 수입해 중국식으로 제작한 '생존도전기'라는 프로그램이다.
참가자들이 무인도 등지에서 미션을 수행하고 탈락자를 선정해 최종 생존자를 선발하는 이 프로그램은 방영 당시 중국에서 엄청난 화제가 됐고, 국영방송인 CCTV도 대표 토크쇼 '사실대로 말해요'에서 최후 생존자 3인을 초대하는 특집방송을 꾸몄을 정도로 반향이 컸다.
이후 2009년 후난TV에서 미국 가수 선발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American Idol)', 2010년 둥팡TV에서 영국의 재능 뽐내기 오디션 프로그램 '브리튼스 갓 탤런트(Britain's Got Talent)', 2012년 저장TV에서 네덜란드 보컬 서바이벌 프로그램 '더 보이스(The Voice)', 2013년 장쑤TV에서 다이빙 경연 프로그램 '스타 인 데인저 : 하이 다이빙(Stars in Danger : High Diving)' 등을 포맷 수입해 자체 제작한 방송 프로그램들이 성공적으로 방영됐다.
이처럼 중국 내 해외 예능 프로그램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 방영되고 있으며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현재 한국 예능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미국 26.5%, 영국 20.4%, 네덜란드 16.3%에 이어 14.3%로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 대부분은 심사위원과 함께 시청자들이 심사에 참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이는 직접선거가 아닌 간접선거와 임명제로 국가를 운영하는 중국에는 일반적이지 않은 방식이다.
일례로 한 오디션 프로그램의 최종 3인 시합 당일 합산 득표수가 800만 표를 넘어설 정도로 참여율이 높았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직접투표를 경험해보지 못한 중국인들 사이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의 직접참여 방식 심사가 폭발적인 지지를 얻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동안 중국 내에서 인기를 끈 해외 예능 프로그램은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국한돼 있었는데, 2010년 이후 중국에 도입된 한국 예능 프로그램은 이러한 형식에서 벗어난 다양한 형태를 띤다.
이들 프로그램의 중국 진출 경로를 보면 한국에서 방송되던 원본이 중국 내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인기를 끌자 중국 현지 방송사에서 한국 방송사의 원방송 프로그램 포맷을 사들이고, 한국 제작팀까지 초청해 현지 제작에 나선 경우가 많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SBS '런닝맨'이다. 지난해 중국 최대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사이트 유쿠(優酷, www.youku.com)의 한국 예능 프로그램 조회 수 순위를 살펴보면 1위가 '런닝맨 2015'로 346억1039만 조회 수를 기록했고, 2위 '런닝맨 2013' 73억317만, 3위 '런닝맨 2011' 54억7772만, 4위 '슈퍼맨이 돌아왔다 2015' 46억6652만 조회 수 순이었다.
중국 내 '런닝맨'의 인기가 하늘을 치솟자 저장TV가 포맷을 사들였고 SBS와 저장TV, 얼반웍스미디어가 공동으로 중국판 제작에 나섰다.
이렇게 제작된 '달려라 형제(奔??兄弟)'의 시즌1은 2014년 10월 첫 방송됐는데 출연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이 기사화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이후 2015년 잇따라 방송된 '달려라 형제'는 갈수록 인기가 높아져 시즌2, 3은 시즌1보다 반향이 더욱 컸다는 평가다.
지난해 4월 방송된 시즌2 제2회는 중국 방송계에서 초특급 인기 프로그램만 달성할 수 있는 마의 시청률 5%를 넘기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광고권 또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는데 시즌2의 독점 광고권만 총 1억3000만 위안(약 237억 원)에 거래됐고, 그 외 관련 광고권까지 합쳐 총 4억8000만 위안(약 874억 원)의 수익을 기록했다.

▶SBS ‘런닝맨’을 수입해 제작한 중국 저장TV의 ‘달려라 형제(奔??兄弟)’. 중국 내 시청률 5%를 넘길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출처 저장TV 누리집 캡처.

▶MBC ‘무한도전’을 수입해 제작한 CCTV의 ‘대단한 도전(了不起的挑戰)’. 중국 국영방송사에서 해외 예능을 수입한 첫 사례로 화제가 됐다. 출처 CCTV 누리집 캡처.
한국식 예능의 신선함에 중국인들 매료
포맷 판매에 이어 공동 제작도 늘어나
중국인들이 이처럼 한국 예능 프로그램에 열광하는 이유에는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중국 콘텐츠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TV 시청자들은 하루에 평균적으로 150번 이상 채널을 바꾸기 때문에 빠른 스토리 전개가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달려라 형제'의 경우 스토리 전개가 빠르고, 출연진조차 앞으로의 게임 흐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이 시청자들의 주의력을 집중시키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또 중국에서는 연예인들이 방송에 출연해 망가지는 설정이 거의 없었다는 것도 한국 예능의 인기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대중 앞에 완벽하게 꾸며진 모습으로 등장하는 연예인들이 흙탕물에 빠져 나뒹굴고, 게임에서 이기려 머리를 쓰고 덤벼드는 모습 등이 중국 TV 시청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갔다는 분석이다.
이 밖에도 '아빠! 어디 가?', '1박 2일' 같은 야외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경우 도심을 벗어나 유명 여행지나 명승고적을 돌아다니며 각지의 자연경관을 무대로 하고 있다는 점도 인기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중국에서 한국 예능 프로그램이 승승장구하자 중국 당국은 곧바로 제동을 걸었다. 2014년 각 방송사당 '1년 1외국 포맷' 수입 규제 카드를 꺼내 든 것. 중국 대륙에 20여 개 방송사가 있지만 그곳에서 1개씩만 포맷을 수입하도록 제재를 가하자 한국 예능 수출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이에 대한 돌파구로 포맷 판매 대신 공동 제작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공동 제작은 프로그램 구성과 제작 매뉴얼, 관련 인력을 투입하는 것에서 나아가 판권과 추후 발생하는 이익까지 함께 소유하는 것을 말한다.
일례로 베이징TV와 MBC가 공동 제작해 2014년 10월 방송한 예능 프로그램 '용감적심(勇敢的心)'은 용감한 심장을 가진 20명의 복서들이 팀을 나눠 서바이벌 대결을 벌이는 포맷으로 중화권 인기스타 가오이샹, 장우 등과 국내 아이돌 가수 닉쿤이 출연해 인기리에 방송됐다. 이처럼 포맷 수출에서 나아가 한류의 장점을 앞세우고 국내 방송사들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한·중 합작 시도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방송 한류, 정부 지원 발판 딛고 세계로~
문체부, 방송영상 콘텐츠 마켓 개설
해외 방송인 초청 등 마케팅 강화
한국 예능 프로그램이 중국에서 인기를 끄는 배경에는 정부의 각종 지원사업도 한몫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FILMART(3월 · 홍콩), MIPTV(4월 · 칸), STVF(6월 · 상하이), MIPCOM(10월 · 칸), TIFFCOM(10월 · 도쿄), ATF(12월 · 싱가포르) 등 해외 주요 방송 콘텐츠 마켓에 참가하는 우리 업체를 지원하고 한국공동관을 운영하는 등 방송 콘텐츠 수출 촉진에 힘쓰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또 국내에서 이 같은 방송 콘텐츠 마켓을 열어 수출을 지원하고 있다. 매년 9월 서울에서 '국제방송영상견본시(Broadcast Worldwide)'를 개최하고 이곳에서 우리 업체들이 방송영상 콘텐츠를 해외에 수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지난해에는 50개국, 191개사, 2202명의 바이어가 참가해 4700만 달러의 수출을 기록했다.
매년 5월에도 '부산국제방송영상견본시(Busan Contents Market)'를 개최하는데 지난해에는 45개국, 554개사, 713명의 바이어가 참가해 3300만 달러의 수출 실적을 올렸다.
이 밖에도 각종 수출 지원정책이 이뤄지고 있다. 아세안(ASEAN)을 주요 신규 시장으로 개발하기 위해 아세안 국가를 대상으로 K-방송콘텐츠 설명회와 함께 비즈니스 쇼케이스를 방문 개최하는 정책사업도 진행한다.
또 국제 방송문화 교류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해외 여러 나라와 국제 방송문화 교류를 통해 반한류 분위기 해소, 신흥 시장 개척, 한류의 전 세계 확산 등을 위한 방송 다큐멘터리를 공동 제작해 교차 방영한다.
더불어 해외 방송인을 대상으로 초청 교육 및 현지 방문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해외 마케팅 촉진을 통한 수출 증대를 위해 우수 방송영상물을 해외 현지 규격에 맞게 더빙, 번역, 오디오 분리, 종합편집 등 재제작하는 작업도 지원한다.
북아프리카, 중남미 등 비한류 국가에 우수 드라마와 다큐 프로그램 등을 소개해 친숙도를 높이고 미래 방송 수출시장 확대를 위한 교두보를 확보하는 한편, 국가 간 문화적, 경제적 교류를 활성화할 수 있는 기반을 형성하는 일도 지원하고 있다.
또 드라마를 소재로 한 국제 규모 시상식인 '서울 드라마 어워즈'를 매년 9월, '코리아 드라마 페스티벌'을 매년 10월 개최해 한국 드라마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고, 해외 각국과 상호 교류하는 한편 협력 기반 인프라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글 · 정혜연 (위클리 공감 기자) 2016. 02.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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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