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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슈틸리케, 월드컵 본선까지 당신의 능력을 보여줘!

한국 축구의 월드컵 도전사는 2002 한·일월드컵을 기점으로 분명히 나뉜다. 2002 월드컵 이전에는 예선 통과와 본선 1승에 큰 방점이 찍혔다면 2002 월드컵 4강 신화를 경험한 뒤로는 예선 통과는 기정사실로 인지되면서 본선 16강 이상의 성적이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축구 실력의 질적 향상이라는 내적 변수와 아시아 국가의 월드컵 본선 티켓 확대라는 외적 변수가 결합된 결과물이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을 치르고 있다. 9월 1일과 6일 벌어졌던 최종 예선 1차전과 2차전에서 한국은 중국을 3-2로 꺾은 뒤 시리아와 0-0으로 비겨 1승 1무로 출발했다. 물론 만족할 만한 시작은 못 됐다. 특히 최종 예선 A조에서 가장 약한 팀으로 꼽히는 시리아와 졸전 끝에 무승부를 기록한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당연히 따내야 했던 승점 3점 대신 1점을 챙겼으니 2점을 잃은 상태에서 다음 라운드에 돌입하는 모양새가 됐다.

한국은 10월 6일 홈에서 카타르, 11일 원정경기로 이란과 예선 3, 4차전을 치른다. 이번 최종 예선의 일차 고비라고 볼 수 있다. 2022 월드컵을 유치하면서 대대적으로 대표팀 전력 강화에 힘쓰고 있는 카타르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며 이란은 누구나 인정하는 이번 최종 예선의 최강자다. 특히 한국은 역대 이란 원정에서 단 한 번도 승리한 적이 없다.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에서도 한국은 이란과 같은 조에 편성됐는데 결국 조 1위를 내주고 2위에 그치고 말았다. 이번에도 한국과 이란은 조 1위를 놓고 격돌할 최대 라이벌이다. 시리아와 졸전을 치른 이후 국내 언론에서는 슈틸리케 감독의 리더십과 능력을 재평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부임 이후 2년여 동안 유례없이언론과 밀월관계를 유지했던 슈틸리케 감독이 드디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라선 인상이 짙다.

 

러시아월드컵 최종 예선 1, 2차전의 졸전
슈틸리케 감독 능력치 예의주시하는 시선 늘어

축구계에서는 도대체 슈틸리케 감독의 능력치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예의주시하는 시선들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2차 예선에서 낸 좋은 성적이 대부분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국에 크게 떨어진 상대를 통해 얻어졌다는 점, 대표팀 소집훈련 기간 중 가끔씩 흘러나오는 슈틸리케 감독의 지도방식에 대한 냉소적인 평가들, 실제 경기에서 아직 ‘슈틸리케 축구 철학’을 강렬하게 보여준 적이 없다는 점 등이 후자의 시선들 기저에 깔려 있었다. 최종 예선이야말로 슈틸리케 감독의 능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무대라는 시각이 많았는데 첫라운드부터 ‘삐걱’하니 마치 기다렸다는 듯한 매서운 평가가 줄을 이었던 셈이다.

앞머리에서 밝혔듯이 2002 월드컵 이후에는 한국 축구가 아시아지역 예선에서 탈락해 본선 진출에 실패할 것이라고 걱정하는 분위기는 거의 없었다. 예선 과정의 우여곡절이야 있을 수밖에 없지만 여하간 본선에는 올라간다는 ‘암묵적인 믿음’이 있었다. 지금 아시아 국가의 월드컵 본선 쿼터는 4.5장이다. 2차 예선을 통과한 12개국이 6팀씩 두 개 조로 풀리그를 펼친 뒤 각 조 상위 2팀씩이 자동으로 본선에 진출한다. 조 3위에 그쳐도 남은 0.5장의 티켓을 놓고 또 한 번의 기회가 기다리고 있다. 두 개 조는 국제축구연맹 랭킹 시드에 따라 나뉘니 강팀들이 몰릴 일이 없다. 즉 한국, 일본, 이란, 호주 등최근 월드컵에서 아시아를 대표했던 나라들이 사이좋게 2개팀씩 각 조로 나눠지게 되는 것이다. 한국이 이런 구조에서 예선에서 탈락하기는 거의 힘든 일이다. 예전에는 달랐다. 예를 들어 1986년 멕시코월드컵 때는 단 두 나라만 본선에 나갔다. 이런 예선 구조라면 지금이라도 한국의 본선 진출을 장담하기 어렵다.

 

축구 경기

▶한국 축구 대표팀은 A조에서 가장 약체로 꼽히는 시리아와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뉴스1

 

하지만 한국의 월드컵 예선 통과를 당연시하는 객관적인 요소와는 별도로 2002년 이후의 예선 과정이 평탄했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2006년 독일월드컵 예선 과정에서는 두 명의 외국인 감독, 포르투갈 출신 움베르투코엘류 감독과 후임이던 네덜란드 출신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이 잇달아 낙마하고 말았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때는 허정무 감독이 최종 예선 첫 경기에서 북한과 비긴 뒤 일부 언론에서 강력하게 경질론을 들고 나왔다. 허 감독도 한때 자진 사퇴를 고려할 만큼 마음고생이 심했다. 그러나 북한전의 부진 이후 내부 결속을 다진 대표팀은 최종 예선을 통과했고 결국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2014 브라질월드컵 예선 과정에서는 두 명의 국내 감독이 바뀌는 우여곡절이 펼쳐졌다. 조광래 감독이 3차 예선 부진으로 임기 도중 전격 경질됐고 이후 사령탑을 맡은 최강희 감독은 악전고투 끝에 조 2위로 간신히 본선행에 성공했다. 본선에 대표팀을 올려놓은 최 감독은 애초 공약대로자진 사퇴했고 결국 본선 준비는 홍명보 감독에게 넘어갔다.

2002년의 4강 성공 이후의 최종 예선 통과 과정을 간략하게 살펴본 이유는 한국 축구가 예선을 쉽게 넘어설 두 가지 요소(객관적인 실력+확대된 아시아 지역 티켓과 예선 구조)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생각보다는 그 과정이 만만치 않았음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다시 슈틸리케 감독에게로 돌아가자. 월드컵 예선 과정에서 어차피 한두 번의 고비는 찾아온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오히려 한국이 최종 예선 1, 2차전에서 예방주사를 맞은 것이 다행이라는 시각도 그래서 존재한다. 문제는 슈틸리케 감독이 앞으로의 고비를 넘어설 능력과 리더십을 가지고 있느냐는 것이다.

불안요소는 몇 가지 있다. 슈틸리케 감독 자신이 월드컵 본선은커녕 최종 예선을 치러본 경험이 이번이 처음이다. 2차 예선부터 몇 차례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지원 스태프가 바뀌는 불안정성이 있었다. 2002년 이후 역대 대표팀 감독들을 괴롭혀온 ‘해외파의 딜레마(해외파가 국내파보다 기량이 우수할 수는 있지만 그들이 현 소속팀에서 주전 자리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가 여전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월드컵 본선 진출 낙관케 하는
슈틸리케 감독의 선구안과 대표팀의 능력

그럼에도 낙관할 수 있는 요소들도 적지 않다. 대표팀 내부의 질적 능력이 여전히 아시아 최강급이다. 감독과 대표팀 선수들 사이에 아직 신뢰관계가 남아 있다. A조의 초반 혼전 양상이 결과적으로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이정협을 발굴한 슈틸리케 감독의 편견 없는 선구안이아직 살아 있다. 월드컵 예선을 총체적으로 준비하는 대한축구협회의 경험도 탄탄하다.

 

슈틸리케

▶ⓒ뉴시스

 

슈틸리케 감독은 10월에 열리는 3, 4차전을 통해 최소 1승 1무의 결과는 얻어내야 나머지 경기를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다. 슈틸리케 감독 자신도 흔들리던 리더십을 바로잡아 대표팀 내부 장악과 미디어 등과의 외부 균형관계에서 통제력을 확실히 발휘할 수 있다. 그런 점을 그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한국 축구가 본선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내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최종 예선의 다양한 경험을 본선에서도 연속적으로 이어가며 응집된 잠재력을 폭발시키는 것밖에 없다. 남아공월드컵의 성공과 브라질월드컵의 실패가 이를 입증한다. 예선을 넘어 본선까지염두에 두고 있는 슈틸리케 감독은 이제 그 기로에 섰다.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경기 일정(한국 시간)

2016년
9월 1일 VS 중국 (3-2 승)
9월 6일 VS 시리아 (0-0)
10월 6일 VS 카타르(홈)
10월 11일 VS 이란(원정)
11월 15일 VS 우즈베키스탄(홈)

2017년
3월 23일 VS 중국(원정)
3월 28일 VS 시리아(홈)
6월 13일 VS 카타르(원정)
8월 31일 VS 이란(홈)
9월 5일 VS 우즈베키스탄(원정)

 

글· 위원석(스포츠서울 체육1부장) 2016.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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