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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대담 | "외롭지만 자신있는 삶, 달콤 쌉쌀한 맛이죠"

청년세대들이 1인 가구를 선택하는 동기는 다양하다. 대개 학업과 취업을 계기로 홀로서기에 나서지만, 세상과 부딪치며 자립심을 키우고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독립을 선언한 이들도 있다. 1인 가구 520만 시대, 나 홀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박수인(여·21·디자이너), 박민후(남·28·상담원), 주슬기(여·30·방사선사), 김태수(남·34·연구원) 씨가 한자리에 모였다.

 

 김태수

▶1인 가구로 살다 보니 설거지를 하더라도 음식 냄새가 나는지, 벌레가 생기지는 않는지 신경을 쓰게 됐어요.” 김태수

 

 박수인

▶“지역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어요. 정보를 얻으려고 주민센터나 구청, 보건소의 누리집에 자주 접속해요.” 박수인

 

 박민후

▶“전세 대출을 알아보고, 계약서를 쓰는 법을 터득했으니 훗날 가정을 꾸릴 때 자신 있게 결혼을 준비할 수 있을 겁니다.” 박민후

 

 주슬기

▶“1인 가구로 살기 전에는 ‘나 혼자 살 수 있을까’ 하고 걱정했는데, 막상 살아보니 어렵지 않더라고요.” 주슬기

 

 

1인 가구가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박수인 고향이 전북 군산이에요.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후 취업을 하러 서울로 올라왔어요. 자연스럽게 독립생활을 하게 됐죠.

주슬기 지난 3월 직장을 휴직하는 동시에 독립생활을 시작했어요. 30대 접어들면서 ‘나를 알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를 시험할 요량으로 1인 가구의 삶을 선택한 거죠.

김태수 지난 9월 충남 아산에 있는 대학교에 계약직 연구원으로 취업했습니다. 본가가 서울이라 아산까지 출퇴근하기 어려워 자취를 결정했죠.

박민후 20대를 안주한 채 보내고 싶지 않았어요. 1인 가구로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세상과 부딪쳐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습니다. 마침 취업을 했고, 회사 근처로 방을 구했죠.

 

1인 가구로 살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셨나요.

김태수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지방에서 대학을 다니며 자취했어요. 지방은 교통 인프라가 열악해 버스가 30분에 한 대씩 다녀요.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비용을 더 부담하더라도 직장과 가깝고, 교통시설과 편의시설이 들어선 곳으로 집을 찾았어요.

주슬기 자발적으로 1인 가구의 삶을 선택한 것인 만큼 생활의 목표를 분명하게 세웠어요. 직장생활로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하고, 나만의 공간을 꾸미자고 말입니다.

 

현재 거주지는 어떤 곳인가요.

김태수 방 2개짜리 아파트에서 지내요. 보증금 7500만 원, 월세는 30만 원이에요. 버스정류장이 걸어서 5분 거리에 있고, 마트와 은행, 병원, 공원 등 편의시설이 주변에 있어요.

박수인 여성 전용 고시텔에서 지내요. 규모는 1.5평이지만 풀 옵션(편의시설)을 갖췄고 욕실도 따로 있어요. 월세는 30만 원이에요.

주슬기 다가구주택 원룸이고, 규모는 7평이에요. 사생활 보호를 위해 외부에서 안을 들여다보기 힘든 3층 이상의 방으로 찾았어요. 채광은 좋지만 방음시설이 취약해요.

박민후 3평 규모 고시원에서 지냅니다. 월세 30만 원이에요.

 

1인 가구의 생활이 궁금해요.

주슬기 자유롭고 편안해요. 조용히 혼자 생각할 시간도 많고요. 아쉬운 건 요리를 해도 엄청 맛있지 않아요. 최대한 빨리, 간편하게 밥을 ‘뚝딱’ 만들어 먹게 되더라고요.

박수인 고시텔은 주방을 여러 사람과 함께 사용해요. 생선구이나 찌개, 고기 요리를 하기는 어렵죠. 한동안 밖에서 음식을 사먹었는데, 장염에 걸린 이후로는 채소를 듬뿍 넣은 볶음밥을 만들어 먹어요. 혼자 보내는 시간엔 어떤 일을 주로 하나요.

김태수 하루 두 시간씩 운동해요. 책을 읽거나 강의 준비도 하고요. 주말엔 모임에 참석하죠.

박수인 퇴근 후 자기 전에 동영상 업로드 서비스인 유튜브에서 드라마를 봐요. 모바일 게임도 하고요.

주슬기 책을 읽거나 묵상을 합니다. 생각할 시간을 갖고 싶어 회사를 휴직하고 독립했는데, 혼자 지내니까 너무 많이 생각해서 머리가 아프더라고요. 사람은 ‘균형 잡힌 삶’을 살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죠.

 

1인 가구로 살면서 이전과 달라진 점은 뭔가요.

김태수 신경 쓸 일이 많아졌어요. 설거지를 하더라도 음식 냄새가 나는지, 벌레가 생기지는 않는지. 건강에도 무척 신경 써요.

박수인 지역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어요. 제가 거주하는 동네(서울 강북구)에 대해 알고 싶어요. 정보를 얻으려고 주민센터나 구청, 보건소의 누리집에 자주 접속해요.

 

미디어에서 조명하는 1인 가구의 삶을 볼 때 기분이 어떤가요.

주슬기 저는 1인 가구로 살면서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웠어요. 궁극적으로 건강한 삶을 누리는 거죠. 그런데 미디어가 조명하는 1인 가구는 ‘건강한 삶’이 아니에요. 우울하게 혼자 밥을 먹고, 무척 외로워하죠. 1인 가구를 색안경 끼고 볼 것 같아 안타까워요.

박수인 저는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왔기 때문에 아는 사람이 거의 없어 외로움이 커요. 그런 점에서 공감하죠.

 

 ‘1인 가구’ 대담에 참석한 4인

▶ ‘1인 가구’ 대담에 참석한 4인은 “1인 가구로 살면서 얻은 깨달음과 경험을 바탕으로 행 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태수, 박민후, 박수인, 주슬기 씨. ⓒ최지혜

 

정부가 마련한 공공서비스를 이용해본 적이 있나요.

김태수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행복주택을 알아봤는데, 지방에 거주하다 보니 아쉽게도 혜택을 누리지 못했어요.

박수인 주민센터에서 제공하는 강좌 프로그램이나 공공서비스 설명서가 큰 도움이 됐어요. 계약서 작성법, 부동산등기부등본 열람 방법, 이삿짐센터 예약하는 법 등을 알게 됐죠. 1인 가구로 살면서 얻은 것이 있다면.

김태수 혼자의 힘으로 삶을 이끌어간다는 점에서 자신감을 얻었어요. 생활에 대한 책임감도 갖게 됐고요.

박수인 이전보다 열심히 사는 제 자신이 대견해요. 스스로 돈을 벌어 생필품을 사고, 월세 내는 게 뿌듯해요. 비록 1.5평 작은 방이지만 나만의 공간을 마련한 것도 즐거워요.

주슬기 ‘세상을 살아갈 용기’를 얻었어요. 지난 6개월 동안 혼자만의 힘으로 행어를 설치하고, 매일 요리해 밥을 먹었어요. 1인 가구로 살기 전에는 ‘나 혼자 살 수 있을까’ 하고 걱정했는데, 막상 살아보니 어렵지 않더라고요.

박민후 관련 기관을 찾아 전세 대출을 알아보고 계약서를 쓰는 법을 터득했으니 훗날 가정을 꾸릴 때 자신 있게 결혼을 준비할 수 있을 겁니다.

 

정부가 마련했으면 하는 1인 가구 정책은 뭔가요.

박민후 병원에 못 갈 정도로 앓아누울 때가 있는데, 의료진이 집으로 방문하거나 병원에 데려다준다면 큰 도움이 될 거예요.

박수인 지역 커뮤니티가 활성화되길 바랍니다. 동호회, 봉사 활동, 종교 활동 등 모임이 다양했으면 해요.

주슬기 1인 가구는 옮겨 사는 경우가 많아 계약기간 1년을 채우지 못할 때가 있어요. 이런 경우 계약 해지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는데, 도움 받을 수 있는 계약 상담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의 계획은.

김태수 당분간은 1인 가구로 살겠지만 앞으로 배우자를 만나 가정을 이루고 싶어요. 방을 구하면서 알게 된 행복주택에 입주하고 싶거든요. 앞으로 1~2년간 생활 기반을 마련하는 데 집중할 생각이에요.

박수인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면 야간대학에 진학하고 고시텔에서 벗어나 원룸으로 이사 갈 계획이에요.

 

글· 김건희(위클리 공감 기자) 201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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