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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장수하는 중소·중견기업이 한국경제 도약대

어떤 기업을 ‘장수기업’이라 할 수 있을까? 말 그대로 ‘장기적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기업’이라 할 수 있다. 장수기업을 정의할 때 생존 연수가 주요 결정 요인이 되겠지만, 구체적으로 기업이 몇 년을 생존해야 장수기업으로 볼 수 있는지는 이견이 있다.

외국에는 수백 년 이상 생존해온 역사를 자랑하는 회사들이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가장 오래된 기업이라고 해야 100년 남짓이다. 한국의 100년 기업은 동화약품, 유한양행 등 7개사 정도다. 설립된 지 30년 이상 된 기업을 장수기업으로 정의하고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우리의 장수기업 비율은 2.8%(전체 기업 기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의 25%이며, 법인세 등의 재정 기여도 비중은 40%를 상회한다(법인기업 기준). 장수기업이 고용 창출 및 재정 기여도 측면에서 기업 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세계적으로 창업한 지 200년 이상 된 장수기업은 58개국에 9000개 정도다. 이 중 45% 정도가 일본 기업이고 독일(17.8%)과 프랑스(3.8%)가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전통적으로 부품, 소재, 장비 분야에서 강력한 산업 구조를 가진 국가에 장수기업이 많다.

일본 내 창업 200년 이상 장수기업의 비율은 전체 기업 중 2%를 조금 하회하는 수준이다. 특기할 만한 점은 장수기업의 대부분(81%)이 매출액 10억 엔 미만의 소규모 기업이라는 것이다. 저성장 구조가 고착화되어가는 한국 경제를 생각해보면 이는 정책적 관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업의 수명이 상대적으로 짧은 우리나라에서는 기업이 지속적으로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장수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국민경제의 안정성 제고와 고용 창출 및 고용 유지를 위해 중대한 과제임에 틀림없다. 기업이 장기적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중도에 멈추거나 정체된 상태가 계속된다면 기업을 영위하며 축적된 기술, 노하우, 경영 기법 등 사회·경제적 자산이 사장될 위험이 크다. 이는 고용 불안의 주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지금 우리는 기로에 서 있다. 경제 선진국으로 도약하느냐, 아니면 일본처럼 ‘잃어버린 20년’에 빠지느냐에 직면해 있다. 필자는 장수기업에서 그 해법을 찾는다. 그동안 우리 경제는 대기업 중심으로 성장·발전해왔다. 그러나 외환 위기 이후 이런 시스템은 한계가 있음을 알게 됐다. 이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 바로 장수기업으로 성장할 중소·중견기업이 그 주인공이다. 중소·중견기업 가운데 장수기업이 많아질 때 우리는 비로소 경제 대국, 경제 선진국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경제 구조, 사회 시스템의 대대적 혁신이 시급하다. 장수기업 육성을 위해 상속·증여세를 가업승계 친화적으로 개선한 것이 하나의 예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우수한 인재와 자금이 중소·중견기업으로 유입되도록 하는 ‘파괴적 혁신’이 필요하다. 한마디로 지금의 경제 생태계를 대대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 성장과 발전을 가로막는 요소는 과감히 제거해야 한다. 장수기업의 육성은 기업의 성장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가 튼튼해지고 고용 역량이 확보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신상철│중소기업연구원 정책정보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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